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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경쟁력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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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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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대학평가가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평가를 피해서 될 문제는 아닙니다. 자기 대학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

『위기의 대학』펴낸 서거석 전 총장
재임 시절 혁신 경험·노하우 담아
'1도(道) 1국립대학' 통합 제안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전북대 총장을 지낸 서거석(62·사진) 전 총장은 3일 ‘대학 경영의 노하우’를 이렇게 밝혔다. 현재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총장 재임시절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한『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을 지난달 출간했다.

서 전 총장은 전북대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바꾼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교수 승진과 재임용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정년보장 교수에게도 논문을 쓰도록 의무화했다. 여느 국립대와 달리 현장실습과 국제화 교육도 적극 도입했다. 그 결과 전북대는 2007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43위에서 2013년에는 19위까지 뛰어올랐다.

서 전 총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된 지방대의 하락세는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도 적지 않은 교직원이 무사안일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수의 기본은 질 높은 연구를 하면서 잘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개혁 방향은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가 우대받는 대학이었다. 재임 중 연구성과가 우수한 교수에게 최대 1억원의 장려금을 주고, 저조한 교수는 승진·안식년을 제한하기도 했다. 초기엔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점차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서 전 총장은 성공 비결로 소통과 공감을 꼽았다. 그는 “두 달여 동안 순회간담회를 통해 교수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었다. 총장이 발로 듣고, 가슴으로 말해야만 개혁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역 국립대 부흥을 위해 ‘1도(道) 1대학’ 방식의 대학 통합도 제안했다. “각 도별로 국립대를 하나로 통합해 교육과 연구의 중복투자를 막고, 통합대학에 정부가 수십 년 이상 집중 투자를 한다면 지역 국립대도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 전 총장은 “여건상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연합대학’ 형태도 고려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200개가 넘는 대학 정원을 획일적으로 줄인다고 해서 대학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라며 “ 대학 경쟁력은 자율성과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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