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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돈 팍팍 쓰는’ MICE 관광객 끌어 모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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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6 면

대형 공연이 가능한 코타이 아레나. 한류 K팝 스타 공연이 열리면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 등에서 팬들이 몰려와 1만5000석을 가득 메운다. 지난달 5일 비스트·포미닛·BtoB 공연에도 팬들이 몰려와 열광했다. [사진 샌즈그룹]

지난달 6일 마카오의 앞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도시 코타이 스트립. 한국에서 비행기로 3시간30분 거리의 마카오 공항에 내려 차량으로 10분 남짓 더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무계획적으로 개발된 구도심과 달리 코타이 스트립은 처음부터 복합리조트로 개발됐다. 세계적인 호텔그룹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이미 마천루가 형성돼 있다. 관광객이 꾸준히 유입되자 후발 주자들이 건설하고 있는 호텔들도 곳곳에서 한창 공사 중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세계적 복합리조트 그룹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가 운영하는 호텔 단지였다. 호텔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꼽히는 세인트리지스를 비롯해 홀리데이인·베네시안·콘래드·쉐라톤까지 모두 7개 호텔이 한꺼번에 연결된 구조다. ‘한 지붕 아래(under one roof)’를 내걸고 유명 호텔을 모두 모아 놓았다. 고객 취향이나 가격에 맞춰 호텔을 골라 투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치 국내 신라호텔·롯데호텔·조선호텔·하얏트호텔·인터컨티넨탈호텔을 한 곳에 모아놓고 연결해놓은 형국이다.


제조업에만 치중해 온 한국에는 대형 공장이 많지만 이런 규모의 복합리조트는 없다. 반면 코타이 스트립에는 호텔을 한꺼번에 몰아놔 그 자체가 거대한 리조트가 됐다.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이상 돌아다녀도 다 보지 못할 만큼 명품 브랜드의 판매장이 입점해 있다. 미쉐린 가이드 별점을 받은 식당을 비롯해 세계의 주요 요리점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식도락 여행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비싼 곳만 있는 건 아니다. 쾌적한 구조로 푸드코트를 만들어놓아 부담없는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놓았다.


복합리조트는 먹고 마시고 놀고 잠 자는 휴식 기능이 기본이다. 여기에 대규모 기업 회의와 박람회 등이 가능한 마이스(MICE) 시설이 있어야 한다. 마이스란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연계한 융·복합 시설이다. 마이스 관광객은 기본적인 여행 경비를 회사 등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에 비해 씀씀이가 크다. 샌즈 호텔 단지에는 맞은편까지 길이가 100m에 달해 아득하게 보일 정도의 대규모 컨벤션 공간이 여러 개 들어서 있다. 한 곳에 최고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복합리조트는 웨이터·메이드와 서빙, 음식, 행사 진행에 필요한 온갖 일자리를 창출한다.

복합리조트 단지 내 카지노 시설. 마카오는 과거 카지노에 대한 의존도가 컸지만 지금은 가족과 기업 고객을 중시하고 있다. [사진 샌즈그룹]

코타이 스트립의 복합리조트는 기업을 겨냥한 마이스에 머물지 않는다. 도나 캠벨 PR 담당 본부장은 “갈수록 가족 중심의 여행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리조트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쿵푸팬더’와 ‘슈렉’ 캐릭터가 호텔 곳곳에 배치된 이유다. 중국의 소재(팬더)를 기반으로 미국 할리우드(드림웍스)의 자본으로 만들어 낸 쿵푸팬더는 중국인에겐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선다. 가족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대형 실내 놀이터와 아이를 위한 슈렉식당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오전 10시 브런치가 시작되자 쿵푸팬더 공연이 펼쳐졌다. 이와 동시에 슈렉 캐릭터가 식탁을 돌아다니자 테이블 곳곳에서 가족 사진 촬영 파티가 벌어졌다. 조부모가 포함된 3세대 고객도 적지 않았다.


마카오는 카지노 산업의 쇠락에도 불구하고 코타이 스트립이란 신천지를 갖게 되며 블랙홀처럼 관광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카지노 고객은 줄고 있지만 복합리조트를 찾는 기업 고객과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10년 전보다 1200만 명이 증가한 것이다. 인구 50만 명의 소형 도시가 이렇게 관광객을 빨아들이고 있는 사이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100만 명 가까이 줄어들면서 1323만 명에 그쳤다.

마카오를 복합관광단지로 변모시킨 코타이 스트립의 마천루. 리조트 안에는 수영장·헬스장·스파·식당과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이 있다. [사진 샌즈그룹]

코타이 같은 곳이 중국에 더 늘어나면 한국은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을 모두 빼앗기게 된다. 그러면 국내 관광산업은 공동화(空洞化)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조차 복합리조트를 찾아 마카오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2004년 6만5000명에 불과하던 한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55만4000명에 달했다. 마카오 하면 떠올랐던 구도심의 카지노가 전부가 아니라 신천지인 코타이 스트립이 새로운 휴식처로 떠오르면서 꾸준히 발길이 늘어난 것이다. 마카오 여행전문가 박호균 네트에이 대표는 “여기는 아이가 노는 공간이 있고, 여성은 스파와 함께 쇼핑을 하고, 남성은 수영·운동을 즐긴다”며 “가족에 봉사할 만한 복합리조트여서 한국인에게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의 관광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이스를 내세운 복합리조트가 대세다.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가 가장 대표적이다. 파리의 2007년 전체 관광객 3390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1590만 명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했다. 단순히 유적과 서구문명만 있는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이스 산업 인프라를 강화해 온 데 힘입은 결과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마이스 산업은 외화를 직접 벌어들이는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며 “동북아의 허브공항인 인천공항과 영종도를 잘 활용해 마이스 산업을 키우면 한국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리조트 투자는 불가역적이다. 한 번 건설하면 나중에 비효율이 나타나도 호텔을 헐고 다시 옮겨 지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관광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신설하기로 한 관광정책실은 국내 관광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랜드 플랜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지난해 한국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지만 이런 성과를 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집권하던 2003년 관광입국 기본정책을 선언한 이후 12년이 걸렸고, 2008년 관광청이 출범한 뒤에도 7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본이 지난해 2000만 명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것은 엔저(低)만의 효과는 아니라는 얘기다. 또 일본의 사례는 복합리조트가 전부는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유·무형의 관광인프라가 고르게 향상돼야 관광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배국환 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관광이 미래 먹거리라는 것은 명백해졌다”며 “경쟁국의 강점과 경험을 모두 확인하고 한국만의 특성을 살린 관광 인프라와 문화를 구축해야 관광이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김동호 논설위원?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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