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자발적인 성매매까지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 알선 행위 처벌법’ 조항에 대해 6대 3으로 합헌 결정을 했습니다. 헌재는 “성매매의 비(非) 범죄화 여부에 대한 헌재의 첫번째 판단”이라고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9명의 헌법재판관들은 결정을 하기까지 3년 간 심리를 했습니다. 결정문에는 재판관들의 고민이 담겼습니다.
판결 인사이드에서는 중앙일보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헌재의 합헌 논리, 소수의견 등을 소개합니다.
◇ 다수 의견(박한철ㆍ김창종ㆍ이정미ㆍ이진성ㆍ안창호ㆍ서기석 재판관)
‘헌재의 목소리’로 채택된 다수의견은 성판매자와 구매자를 전부 처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헌재에 따르면 성매매는 인간의 신체ㆍ성을 자본 권력과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성판매는 성을 수단화·도구화하는 측면에서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본질적으로 같다”고 봤습니다.
결정문에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표현돼 있습니다. 헌재는 “우리 사회가 잘못된 접대 문화로 성매매에 관대한 인식이 팽배하고, 산업형 성매매, 신·변종 성매매,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한 성매매 등 다양한 유형의 시장이 활성화 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매매 수요·공급 양쪽에서 차단하지 않으면 청소년, 저개발 국가 여성까지 유입 돼 성매매 산업이 비약적으로 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정미ㆍ안창호 재판관은 다수의견에 더한 보충 의견에서 “헌법상 행복 추구권에는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유형의 절제되지 않은 욕망을 보장하는 것까지 포함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두 재판관은 성매매 합법화로 인한 문제점을 해외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2001년 성매매를 합법화한 후 성매매 산업이 급속히 팽창했고, 성매매 유입 여성·성구매자 수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성매매를 허용하는 국가에서도 성매매를 목적으로 유입되는 저개발국 여성들이 늘었다고 했습니다.
두 재판관은 성판매자와 구매자 양쪽을 처벌해야 하는 이유로 장기매매를 예로 들었습니다. 장기매매는 생계형 범죄가 많아서 성매매와 유사하고, 판매·매수자를 모두 처벌하는데 특별히 성매매만 어느 한쪽을 처벌해야하는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또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스웨덴의 경우 관련법을 도입한 1999년 이후 성판매 여성이 포주에 예속화하는 문제가 등장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일부 위헌(김이수ㆍ강일원 재판관)
소수의견 중 ‘일부 위헌’ 의견은 성매매를 '성의 불평등'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시각이 다릅니다. 이 의견은 남성, 즉 성구매자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두 재판관은 '반대의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성매매가 문화적으로 여성이 성을 팔고 남성이 돈을 지불하는 유형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점에 천착했습니다. '남성이 여성의 성 처분권 갖는다'는 것이 성매매 문제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성매매 금지 시도 자체가 부계 사회를 유지하려는 남성 위주의 정조 관념이 여러 남자에게 성을 제공하는 여성을 부도덕한 존재로 낙인 찍으면서 시작됐다고 봤습니다. 그 예로 한국도 성매매 특별법 도입 전 ‘윤락 행위 방지법’이 있었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윤락의 뜻이 ‘여자가 타락하여 몸을 파는 처지에 빠짐’의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 의견에 따르면 성판매자와 성구매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같은 평면에 놓고 논증하는 다수의견은 문제가 있습니다. 성풍속 법률 논쟁에서 자주 인용되는 '성적자기결정권'은 여성을 위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두 재판관은 “역사적으로 산아 제한과 낙태 등 여러 쟁점에서 여성 만이 법적 규제의 대상이 돼 왔고,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를 남성이 대가를 지불하고 여성의 성적 자유를 살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성판매 여성은 억압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의 피해자에 불과합니다. 경제적으로 포주에 의존하고 있는 처지라 개인이 쉽게 빠져나올 수도 없습니다. 우리 헌법이 모성 보호(제36조 2항)와 여자의 복지향상 (제34조 2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점도 성구매자인 남성보다 여성을 특별히 보호할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수의견과 일부 위헌 의견은 성매매 특별법의 입법 목적과 수단이 정당하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입니다. 하지만 다수의견이 “생계형 성매매가 여성의 자발적 참여 탓도 있다”고 한 반면, 일부 위헌 의견은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노동시장에도 반영 돼 있어 성매매 여성들의 자력 구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의견은 다른 재판관들로부터 “동시에 일어나는 성판매와 구매 행위 특성상 어느 한쪽만 처벌할 때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전부 위헌(조용호 재판관)
‘전부 위헌’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성매매는 신체를 이용한 여타의 노동과 다르지 않다고 봤습니다. 성인 간 자유 의사에 따른 성ㆍ자본 교환에 국가가 관여할 일 아니라는 것이 기본 시각입니다. “성매매는 성에 대한 인간의 본성에서 연유하는 것이고, 오히려 아무런 대가가 결부되지 않은 사랑이나 성관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단순히 성관계에 돈이 개입됐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도덕적·윤리적 편견에 불과하게 됩니다. 도덕 관념에 따라 성매매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발적 성매매는 성판매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유 의지에 따라 스스로 상대방과의 성행위를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에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 의견의 흥미로운 지점은 논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절박한 처지에 대한 설명 부분입니다. 조 재판관은 “'최고의 악질 포주는 나라'라고 외치는 성판매 여성들의 절규를 들어야 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먹고 살기 위해 마지막 선택으로 성매매에 나아가게 되는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의무조차 다 하지 못한 국가가 오히려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또다른 사회적 폭력”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성매매에 대해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앞부분의 전제와는 달리 성판매 여성들에 대해 논할 때는 “생계형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성매매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최선의 해결책은 성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등의 부정적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다소 이중적인 시각이 엿보입니다.
두번째 흥미로운 부분은 ‘성적 소외(수)자’에 대한 권리 부분입니다. 조 재판관은 “성인 간 성행위를 위한 합의를 위해서는 개인의 성품이나 매력, 호감, 처한 환경 등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성매매를 금지하는 것은 경제적 여건 외에 다른 것을 갖추지 못한 ‘성적 소외자’들에게 사실상 성생활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성적 소외자로 지체장애인·홀로 된 노인·독거남·동성애자·외모가 추한 사람·불법 체류자·이주노동자를 꼽았습니다.
성적 소외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으려면 다른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도움을 받아 성적 만족감을 얻게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마지막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현행법이 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입니다. 조 재판관은 “축첩행위나 외국인 상대의 현지처 계약,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스폰서 계약 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데, 소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통적인 성매매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