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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 독일차 긴장케 할 '영국산 맹수'의 등장… 날렵해진 재규어 XF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명차’로 꼽히는 브랜드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폭발적인 성능을 중시하는 차’와 ‘매력적인 디자인을 가진 차’입니다. 둘 중 하나도 잡지 못하고 묻히는 브랜드도 허다하죠. 1922년 창립 때부터 이 두 마리 토끼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맹수 같은 자동차가 영국의 자존심 ‘재규어’입니다.

그런 재규어가 중형 세단 ‘올 뉴 XF’를 지난 2월 국내 출시했습니다. 2008년 선보인 1세대 XF에 이어 8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한 2세대 모델입니다. 특히 이번 재규어는 알루미늄 소재를 대폭 적용해 차체 중량을 기존 XF보다 190㎏이나 줄였습니다. 반면 차체 강성은 28% 이상 강화했다는 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 설명입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언 칼럼은 재규어 XF를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차”라고 소개했습니다.

XF는 8단 자동 변속기를 얹은 후륜(일부 4륜) 구동 7개 모델로 출시됐습니다.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탑재한 ‘20d 프레스티지’와 ‘20d 포트폴리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적용한 ‘25t 프레스티지’와 ‘25t 포트폴리오’, 3.0L V6 터보 디젤 엔진을 얹은 ‘30d 포트폴리오’, 3.0L V6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단 고성능 모델 ‘35t AWD R-Sport’, 최상위 모델인 ‘S AWD’로 꾸렸습니다. 가격은 6380만~9920만원입니다.

재규어는 XF의 경쟁자로 수입 중형 세단 시장을 점령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같은 독일차 3형제를 꼽았는데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지난달 30일 봄 꽃 피는 남도 일대에서 J가 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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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여수 오동도 맞은편 엠블 호텔 주차장에서 J를 기다리는 XF 25t 프레스티지 모델입니다. 최고 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f·m의 힘을 냅니다. 깎아지른 듯한 직선 4개가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가파르게 내려오는 디자인의 전면 엔진 후드, 앞을 노려보는 재규어의 눈처럼 새롭게 디자인한 LED 헤드램프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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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입니다. 최근 출시한 재규어 신차들과 마찬가지로 포효하는 재규어 엠블럼을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 박았습니다. 재규어 매니어들은 뛰어오르는 듯한 재규어 모습 그대로를 엔진 후드 위에 달았던 과거 재규어 엠블럼에 향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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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돌아봤습니다. 각진 어깨선이 뒷면 라이트까지 쭉 뻗어 있네요. 휠베이스(축간거리)가 2960mm에 이릅니다. 실내 공간 하나 만큼은 잘 뽑아낸다는 국산차 그랜저 휠 베이스(2845mm)보다도 월등합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앞 뒤가 50대 50에 가까운 최적의 차량 무게 배분을 이뤄냈다. 역대 재규어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실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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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입니다. 뛰어오르는 재규어 엠블럼! 여기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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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을 들여다봤습니다. 심심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기본 사양으로 제공하는 가운데 10.2인치 터치 스크린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조그 셔틀로 조정하는 일부 독일차 브랜드와 달리 가로로 쭉 뻗은 스크린을 터치해 조작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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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와 계기판입니다. 12.3인치 풀HD 가상 계기판을 달았습니다. 이 계기판은 스탠다드·에코·다이내믹·윈터 모드에 따라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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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조작부입니다. 재규어랜드로버 차량답게 기어봉 대신 동그란 다이얼을 돌려 기어를 바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최근 국산 신차에도 많이 적용한 통풍 시트와 열선 핸들 기능이 빠진 점은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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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km에 이르는 오늘 시승 코스입니다. 고속도로와 국도 곳곳을 지나며 고속과 급회전 주행 성능을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계기판이 보이나요.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니 계기판 바늘이 금새 시속 200㎞를 가리킵니다. 확실히 굼뜨지 않고 치고 나가는 맛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디젤 엔진을 얹은 20d 프레스티지 모델을 시승했을 때조차 ‘그르렁’ 하는 소음이 덜 하더군요.

하지만 비슷한 가격의 ‘독일차 3형제’와 어깨를 견줄 만큼의 강렬한 인상은 주지 못했습니다. 지리산 오도재로 올라가는 급회전 구간에선 뒷좌석의 짐이 좌우로 심하게 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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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시간에 짬을 내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어깨 너머로 봄꽃이 넘실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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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마치고 돌아와 찍힌 연비는 L당 8.3㎞였습니다. 공인 연비(L당 10.1㎞)엔 못 미쳤지만 급가속·급회전을 반복하며 시속 200㎞를 넘나든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다시 돌아봐도 디자인 하나 만큼은 눈에 띄네요. “수입차를 타고 싶지만 독일차는 싫다”는 고객이라면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한 대안이다 싶었습니다.

여수=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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