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1만원, 가족 5000원…투표하면 수당 주는 회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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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선거일에 투표하면 직원들에게 1만원의 ‘투표수당’을 주는 기업이 있다.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하고 커피 두세 잔을 마실 정도의 용돈도 챙기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충북 충주에 있는 전력 기자재 전문업체 ㈜보성파워텍은 임직원들이 투표를 하고 회사에 확인증을 제시하면 투표수당 1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직원 가족에게는 별도로 5000원을 지급한다. 2003년 경기도 안산에서 충주로 공장을 이전한 이 기업은 이듬해 17대 총선 때부터 투표수당을 도입해 직원 투표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보성파워텍, 17대 총선부터 지급
전국 투표율보다 평균 20%P 높아

이 회사 임직원 투표율은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83.7%(당시 전국 투표율 54.3%), 18대 대통령선거 88.4%(전국 75.8%), 2014년 6·4 지방선거 78%(전국 56.8%)로 전국 투표율보다 20~30%포인트 정도 높다. 투표수당 지급은 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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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이 회사 임도수(78·사진) 회장이 사내에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한 직원이 “투표수당을 주자”는 제안을 했다. 임 회장은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50% 안팎으로 저조하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회사부터라도 참여율을 높여 보자는 취지에서 투표수당 지급을 결정했다”며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참정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지도자를 비판하는 건 민주 시민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선거가 다가오면 사내 통신망과 식당 게시판 등에 선거 일정을 공지하고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한다. 선거 당일은 출근 시간을 오전 9시30분으로 평소보다 한 시간 늦춘다. 투표수당은 선거 당일 투표 확인증을 받아 총무부에 제출하면 다음달 급여계좌에 입금된다. 투표수당이 호응을 얻자 최근 선거에선 본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11곳의 직원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투표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직원과 가족 등 300여 명에게 지급되는 투표수당은 280만원 정도다.

큰돈은 아니지만 직원들은 투표수당이 투표 참여에 상당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다. 이 회사 박완호(46) 기획경영팀 차장은 “예전에는 선거일에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무조건 투표를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