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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향기를 디자인하는 김승훈 퍼퓸 디렉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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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좋은 향기는 삶의 수준 올려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

퍼퓸 디렉터. 한국엔 아직 낯선 직업이다. 새로운 향수의 방향과 콘셉트를 잡는 게 퍼퓸 디렉터의 일이다.

 김승훈(36) ‘메종 드 파팡’ 대표는 퍼퓸 디렉터다. 국내외 라이프 스타일 관련 브랜드나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브랜드만을 위한 향수를 만들기 위해 그를 찾는다. 지난해 드러그 스토어 ‘올리브영’의 향수 ‘라운드 어라운드’ 다섯 가지를 그가 만들었고, 스노보드 브랜드 ‘버튼’이 압구정동 플래그십 스토어에 뿌리는 향수도 그가 만든 ‘겨울 숲에 스노보드를 타러 갔을 때 느껴지는 향’이다. 그 외에도 상당수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에게 의뢰해 자신의 패션쇼 런웨이에 뿌릴 향을 만들었다.

 “사람·공간·이미지 등을 생각하고, 그걸 향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향이 좋을까 그려냅니다.”

 향의 방향을 결정하면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의 조향사에게 그 생각을 전달하고, 조향사는 그에 따라 향수 샘플을 만들어 그에게 보낸다. 여러 가지 샘플 중 그가 생각했던 향과 일치되는 것이 나오면 그때 향수 담을 용기와 라벨 등을 정한다. 한국에서 조향까지 하고 싶지만 그가 생각하는 향수를 만들어 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이 향수는 ‘마스터 퍼퓨머’로 불리는 알베르토 모리아스가 만든 거예요. ‘CK원’ ‘불가리 옴니아’ ‘겐조 플로랄’ 같은 유명한 향수를 만든 분이죠.” “이 향수는 입생로랑의 ‘블랙 오피움’을 만들고 지난해 프렌치 퍼퓨머협회에서 ‘올해의 퍼퓨머’로 선정된 나탈리 로손이 만든 향수예요,”

 그를 만난 곳은 가로수길 안쪽 골목에 있는 그가 운영하는 향수 편집숍 ‘메종 드 파팡’에서였다. 그는 조향사의 개성과 특징으로 향수를 설명했다. 이곳에선 ‘아티산 퍼퓨머’처럼 잘 알려진 니치 향수에서부터 ‘어 랩 온 파이어’ ‘웨어 미’처럼 유명 조향사가 만들었거나 독특한 콘셉트의 향수를 판매한다. 김 대표가 매년 프랑스·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엑상스’ ‘프라그란제’ 같은 향수 페어에 직접 가서 들여온 것들이다.

 향수 만드는 남자 김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스노보드 선수였다. 겨울이면 해외에서 훈련과 경기를 했다. “당시 다양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때 만난 프랑스인 친구가 나중에 향수 마케터를 했는데 그 때문에 저도 향수업에 뛰어들게 됐죠.”

 대학에서는 신문방송을 전공했고 첫 직장은 수자원공사였다. 남들이 선망하는 ‘공사’에 들어갔지만 즐겁지 않았다. 2년 만에 그만둔 그는 그 뒤 몇 년 후 자신의 향수 매장을 차렸다.

 그의 꿈은 자신의 이름을 단 향수를 만드는 거다. 이르면 오는 가을 프랑스 조향사들과 함께 그만의 향수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국내에서도 향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좋은 향기는 삶의 수준을 올려주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만난 사람=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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