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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진만 15명…이영현·고현정도 ‘마샬’ 출신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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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광대뼈에서 볼까지 분홍색으로 자연스럽게 칠한 후에 파우더로 한 번 더 칠해주는 거야. 그래야 자연스럽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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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마샬미용실에서 지난 21일 하종순 회장이 메이크업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사진 마샬미용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명동의 마샬미용실 본점. 우리 나이로 올해 여든인 하종순 회장이 메이크업 시연 모델로 나선 직원의 볼에 블러셔(연지)를 솜씨좋게 칠했다. 뒤에 선 1~2년차 교육생들은 그의 설명을 수첩에 빠짐없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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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롱드마샬’ 등으로 간판이 걸려 있는 마샬미용실 명동 본점.

마샬미용실 본점은 55년째 명동의 같은 자리(명동2가 3-6번지)에서 영업 중이다. 1960~70년대 명동은 고급 미용실의 집합지였다. 서울역사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당시 그곳엔 마샬을 비롯해 윤희·세븐·베일·스왕 등 18개 유명 미용실이 있었다. 그중 지금도 명동을 지키고 있는 곳은 마샬뿐이다. 2013년 서울시는 ‘미용실의 메카였던 옛 명동을 상징하는 장소’라며 마샬 본점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유명 미용실 18곳 중 유일하게 남아
상징성 인정받아 서울미래유산에

마샬 창업자 하 회장은 21세 때 이모의 미용실 카운터에서 눈대중으로 기술을 익혔다. 3년간 일한 뒤에 당시 최고의 미용실로 평가받은, 오엽주(1904~1987)씨의 동화백화점 미용실로 옮겨 본격적으로 미용 기술을 배웠다. 지금의 위치에 자신의 미용실을 연 것은 1962년이었다. 유명했던 고데기의 브랜드명 ‘마샬’을 가게 이름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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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에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이영현씨.

마샬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미스코리아 산실(産室)’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부터였다. 미스코리아가 스타 등용문으로 역할을 한 1990년대까지 진(眞)만 15명을 배출했다. “ 서재화랑 이영현이랑 고현정이 줄줄이 미스코리아로 뽑히면서 미스코리아 잘 만든다는 소문이 났다”고 하 회장은 설명했다.

“걸어들어오는 것만 봐도 ‘진 감’인 걸 알았다”는 하 회장이 최고로 꼽는 미인은 배우 고현정이다. “웃는 입매가 완벽했고 선한 얼굴은 매력 덩어리였어요. 처음 왔을 때 고교생이어서 한두 해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본인 의지가 워낙 강했어요. 아마 나이가 어려 선(善)이 된 것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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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고현정씨에게 화장해 주는 모습. [사진 강정현 기자], [사진 마샬미용실]

미용실의 명동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은 1990년대였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등에 생긴 고급 미용실로 손님이 몰리면서 명동의 미용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하 회장도 명동 본점 유지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

“당시 우리도 강남에 지점을 여러 개 갖고 있었어요. 거기서만 돈을 벌어도 충분했고, 여기에서는 우리 미용사를 빼가려는 스카우트 경쟁 때문에 골치만 아팠어요. 그래서 본점을 닫으려고 했는데 건물주와 권리금 문제로 갈등이 생겨 무산됐어요. 지금 터줏대감이 됐으니 전화위복인가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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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에선 30년지기 담당 미용사를 찾아오는 고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날 온 손님 윤희정(58)씨도 20대 아가씨 시절부터의 단골이었다. 그는 “1980년대에는 여기 와서 앉아 있으면 예쁜 아가씨들이 수영복 입고 줄 서서 워킹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때의 ‘담당 언니’가 지금도 내 머리를 만져주는 부원장님이니 참 오래되긴 했다”며 웃었다.

하 회장은 “강남에 낸 지점들에 비해 명동 본점의 수익성은 좋지 않지만 이 자리를 계속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박준·박승철 등 체인점 미용실 대표들이 다 우리 마샬에서 실력을 키웠다. 서울에서 100년, 200년 영업하면서 그들처럼 훌륭한 미용인들을 꾸준히 배출하는 장인의 집이 되기를 바라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글=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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