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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바쁘고…속도 타고…|후보들의 24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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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결전 엿새를 앞두고 열기를 뿜는 표밭만큼이나 후보자들의 몸과 마음도 달아오른다. 마음도 타고 몸도 바쁘다. 탄탄한 조직에 치중하는 사람, 돈으로 표를 사다시피 하는 사람, 평소 못 듣던 독한 소리로 선명을 과시하는 사람, 돈도 조직도 없어 몸으로 때우는 사람….
표밭을 훑는 후보자들의 장기도 가지가지다. 요새는 합동연설회로 몸과 마음은 더욱 급하다.
시간을 쪼개 써도 모자라기만 하는 여야후보의 24시간을 추적, 선거전의 양상을 알아본다.

<경북의 여당 a후보|고위당직자 등 지원 받으며 자연부락 누벼|지역개발약속 잘 먹혀…인사하며 위로 받아>
아침 7시. 부산한 소리에 잠이 깼지만 계속된 수면부족으로 골치가 쑤신다. 어제 11대 때와는 달리 부쩍 신경을 써야하는 유세준비를 점검하고 서울친구들과 못 먹는 술 한잔 한 뒤 4시 가까이서야 겨우 잠든 탓일 게다. 6백여 자연부락을 모두 다닐 작정인 부인도 벌써 출발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오늘은 2곳에서 합동유세. 아침에는 전국구후보인 노태우 올림픽조직위원장이 내방하고 하오에는 서울친구들이 들이닥칠 모양이다. 하루 일정을 다시 머리 속에 챙겨 넣으며 당사로 서둘러 나갔다. 이미 노조직위원장이 나와있고 당직자들도 기다리고 있다.
노조직위원장이 『A의원은 나와 형제 같은 사이이고 대통령과도 아주 가깝다』며 『이 지역발전에 A의원을 따를 사람이 없다』고 당직자들의 분발을 독려해주었다.
시에 있는 당사에서 군 유세장으로 가자면 시간여유가 없다.
사무국장주재로 선거대책회의가 열리는 당사를 떠나 얼른 이발소를 다녀온다. 지난번에 갔던 이발소 옆의 다른 이발소다. 이런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
비서관으로부터 비타민알약을 받아 씹으며 차안에서 이 지역용 공약사업 리스트를 한번 훑어본다.
이 지역은 A의원의 홈그라운드. 마음이 좀 푸근하다. 군 연락사무소 앞에 기다리고있는 당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사무실에 들어간 A후보는 오늘 유세의 촛점을 어디에 맞출까 협의한다.
타당의 P후보가 돈을 많이 쓴다는 정보. 이쪽을 우선 견제해두기로 작정한다. 행상아줌마, 노인…지나가는 행인들과 악수를 나누며 유세장인 국민학교에 도착하자 운동장을 한바퀴 돈다.
추첨결과 연설순서는 2번째. 그는『요즘 돈 몇푼 받으려다 밟혀 죽는 압사병이 유행하고있다』고 돈 뿌리는 P후보에게 화살. 청중은 5천명 정도. 시골 면 치고 제법 모인 편이지만 반응이 썩 신통치 않다.
당직자들과 중국음식점에서 울면을 들며 유세결과를 분석. A후보가 『청중반응에 열기가 좀 적다』고 걱정하자 당직자들이 괜찮다고 위로한다.
하오에는 B면 유세장. 일찌감치 도착해 손바닥만한 시장을 한바퀴 돈다. 『아이고 우리 의원님 나오셨어예.』 반가와 하는 아낙네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 지역에 가진 자신감을 다시 확인한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민주투사의 열변보다는 지역개발이 약이다.
이 A후보는 모 후보가 자기공약사업을 빼간 일이 있어 사무실내 보안유지를 비서관에게 다시 지시해둔다.
돌아오는 길에 담배1상자·차반 등 선물을 들고 권씨 종가집에 들른다.
권씨는 이곳 대성. 종손은 『우리 표는 걱정 말라』고 다짐 준다. 이번에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M면으로 향한다. 지난번에 B군에서는 득표율이 떨어졌던 지역이다. 차 중에서 잠깐 눈을 붙인다.
『이번에는 75% 올려 1등 해 보이겠습니다.』 간부당원이 장담한다. 그 말을 곧이 듣지는 않지만 격려는 해준다. 면사무소·지서에 들러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저녁 7시경 한 노인회의 초청이 왔다. 노인회관 지을 땅을 구해 달라는 것. 일단 좋은 말로 약속해준다.
J차관과 연락이 닿았다. 내일 Y시와 P면 2곳 유세는 중요하다. 그래서 일찍 자려고 했는데 오늘도 또 새벽1시는 돼야 잠자리에 들것 같다. <김형배기자>

<경기의 야당 b후보|유세까지 합쳐 27개의 빈틈없는 일정 속에|부족한돈 몸으로 때우고 약 먹으며 몸 지탱>
새벽5시20분 자명종소리에 간신히 눈을 뜬다. 우유 한 컵으로 아침을 때우고 집을 나선다.
대기중인 참모들에게는 『그래도 날이 풀려 다행』이라며 발길을 재촉한다.
승용차에 같이 탄 조직참모가 이날의 일정과 타당후보의 동향등을 브리핑한다.
간담회·친목회·노조모임·유지인 안씨 모친상·좌담회·주례·Y군 청년회·C도민회 방문 등 27개의 일정이 빡빡하다.
『오늘은 합동유세가 있으니 이중 이것과 이것 11군데만 내가 하고 나머지는 부위원장 여덟분이 나눠서 처리합시다.』
어제 유세반응이 좋다는 보고에 잠시 밝았던 B후보얼굴은 자금얘기가 나오자 금세 어두워진다.
지역구에서 「거지」라고 소문난 B후보에게 제일 무서운 것은 「돈」얘기다.
이번 선거비용으로 이럭저럭 1억5천만원을 쓸 계획으로 돈을 쓰고있는데도 그런 소리를 듣는다.
6시20분 첫번째 면책임자 L씨의 사랑방. 여당후보가 내일아침 수안보온천에 48명을 보내니 나와서 인사를 하거나 사이다 한 상자라도 보내달란다.
9시, 지구당 사무실에는 30여명의 운동원들이 5평 짜리 방을 꽉 메우고 있다. 30여분간의 회의를 끝낸 후 핵심당원들과 개별면담을 하면서 3만원에서 10만원씩의 운동비를 건네주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점심으로 시켜온 설렁탕들 국물만 두어 술 뜨고 합동연설장인 N국민학교로 가며 눈을 감고 할말을 정리한다. 요즘은 유권자들이 정부 욕하고 강경한 소리를 하면 박수를 쳐주니 야당끼리 선명성을 다투는 것을 고려해 세게 나가기로 대개 구상을 해둔다. 이비인후과에서 받은 알약으로 목을 가라앉히고 운동장을 한바퀴 돌며 대충 악수를 한 뒤 민주투사로서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강경한 톤으로 사자후를 토한다.
유세 반응을 즉각 점검하면서 마침 5일장이 선 S리의 시장으로 간다.
장터를 한바퀴 돌면서 건네주는 술잔을 받아 마시며 악수 세례를 퍼붓는다. 시장을 나서는 그의 얼굴과 오른손이 벌겋게 달아있다.
B리 친목회 장소로 가면서 또 알약을 먹는다.
세 군데를 돌고 당사에 돌아오니 저녁7시. 이날의 운동결과를 참모들과 점검한다. 그리고 난 뒤 Y식당에서 열린 부녀회 등 몇 모임에 얼굴을 내민다.
집에 도착한 것은 밤11시. 밥 생각이 없어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는데 부인이 J고 동창회와 대학친구 S씨가 보내온 봉투 2개를 건네준다.
부어오른 손에 찜질을 하면서 어느 샌가 잠에 빠진다. 밤12시10분. <김현일기자>

<호남 해금자c후보|참모회의의 연설주문 되뇌며 사자후 쏟아|작은 「성의」 답지하여 보람 속에 피로 잊어>
어둠이 걷힌 아침 7시, 해금야당후보인 C씨의 자택은 곧 야전사령부로 변한다. 안채 부엌에서는 부인과 안식구들이 50명분의 아침을 짓고 2층 사랑채에서는 그가 주재하는 참모회의가 시작된다.
참모회의의 주제는 이날부터 시작되는 합동연설회 대책. 먼저 참모들의 주문사항이 쏟아진다.
『위원장은 88년 대통령출마를 선언하세요.』 『미지근한 표현을 하지 말고 호남의 거물답게 강경하게 치고 나가야 합니다』 등등…
이어 유세장의 분위기장악 방법에 관한 토론이 벌어진다. 모든 참모들이 유세장에 들어가고 나갈 때 청년당원들이 에워싸 함성을 질러야한다고 주장한다. C후보도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수긍한다..
1시간 여의 작전회의를 끝내고 일어설 무렵 허름한 차림의 내객 한명이 들어었다. 대뜸 반색을 하는 그 사람을 C후보는 첫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중앙청 수의 하던 ○○○입니다. 당시에 베풀어주신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작은 「성의」를 갖고 왔습니다.』
C후보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겨우 참는다. 일금 10만원. 내객의 손을 꼭 잡은 C후보는 10만원을 사무장에게 건네주며 『천만원처럼 쓰자』고 다짐한다. 큰 자금줄은 끊어진지 오래 이고, 또 기대도 않지만 이처럼 작은「성의」가 계속되고 있는데 대해 C후보는 인간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아침을 드는둥 마는둥 유세가 있는 고향이 아닌 인접의 B군으로 향한다. B군은 제헌국회이래 야당의원만 배출한 야당의 아성.
상오 내내 시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돌다가 12시 반쯤 연설회장에 당도, 다시 30여분간 무차별 악수공세를 편다.
C후보는 3명의 다른 후보들로부터 자신이 집중공략 당할 것을 짐작하고 있는 눈치. 두 번째로 단상에 오른 그는 『지난 4년간 이 고장을 위해 훌륭히 일해온 두 현역의원과 새로운 민주투쟁에 나선 L후보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선수를 쳤다.
그리고는 『현 정부는 경륜이나 책임 면에서 공화당정부보다도 훨씬 못하다. 88년 평화적 정권교체는 경륜 있고 흥망성쇠를 경험한 사람들이 해야하며 나는 큰 자리에 도전하겠다』며 4년 쉬는 동안의 「규격정치」와 정무의 비정을 공격했다.
예상대로 다른 야당후보는 『체격만 크면 거물이냐, 역사는 흐른다. 썩은 물은 흘려보내자』고 아우성친다.
먼저 유세장을 빠져 나온 C후보는 양로당·선관위를 거쳐 당사에 도착했다. 다른 당 후보는 식권을 발행했다며 은근히 압력(?)을 넣는 당원도 있었으나 모른체 한다.
자금은 언제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것을 C후보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힘이 되어줄 지난날에 가깝던 유지들은 조용히 밤에만 찾아다닌다. 상당수가 민정당과 새 인연을 맺은 그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 주지 않으면 「속마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여·구야가 반반 섞인 그의 참모회의는 밤10시 반에 다시 열린다. 과로 때문인지 편도선이 붓는 것이 제일 걱정이다. 자리에 드니 어느새 밤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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