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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트 종이신문 역사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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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26일(현지시간)을 마지막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1986년 10월 7일 창간호가 발행된 지 29년 5개월 19일 만이다. 이날 발행된 신문엔 "인쇄 중단(STOP PRESS)"이란 문구가 빨간 고딕체로 인쇄된 특별 표지가 추가됐다. 신문 1면은 압둘라 전 사우디 국왕의 암살 작전에 런던 거주 사우디 반체제 운동가가 연루됐다는 단독 기사가 장식했다.

발행인 에브게니 레베데프는 이날 신문 지면을 통해 "저널리즘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겪고 있다. 신문도 마땅히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디펜던트 편집부는 '30년 동안의 전쟁'이라는 온라인판 사설에서 "오늘 윤전기는 멈췄고, 잉크는 마르고 종이는 더이상 접히지 않겠지만 인디펜던트의 정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디펜던트는 1986년 언론인 안드레아스 위탬 스미스가 동료 기자들과 함께 창간했다. 기자들을 중심으로 제작돼 소유주로부터 독립된 논조를 표방한 이 신문은 창간 2년만인 1988년에 40만 부를 발행하며 영국의 주요 언론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영국 신문들 간의 급격한 가격 경쟁에 휘말려 적자가 누적되며 경영 위기를 겪었다. 결국 지난 2010년 러시아의 부호 에브게니 레베데프가 부채 2260만 파운드(약 373억6525만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단돈 1파운드에 이 매체를 인수했다.

레베데프는 2014년까지 적자를 4분의 1 수준인 460만 파운드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종이신문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인디펜던트의 부수는 지난달 기준 5만4000부까지 떨어졌다.

결국 레베데프는 종이신문을 포기하고 디지털판에 총력을 기울이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는 지난 2월 종이신문 폐간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디펜던트 디지털판은 이미 흑자를 기록 중이며 올해 매출이 50% 성장할 전망"이라며 "디지털 콘텐트 제작 인력을 충원하고 새 모바일 앱을 출시해 인디펜던트 디지털판을 세계적인 디지털 뉴스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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