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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에 예산 집중 투자 제4차 산업혁명 시동 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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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호 6 면

6 독일 예나대에서 개발 중인 강력 레이저 시스템인 폴라리스. [사진 Jan-Peter Kasper]

독일 통일이라고 하면 엄청난 통일 비용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독일 연방정부는 이를 비용이라기보다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장 먹을 물고기를 나눠주는 것이라면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독일 정부의 옛 동독 지역 지원은 낚시를 가르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을 바탕으로 독일의 연구·혁신(R&I) 전략을 알아본다.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의 신연방주(옛 동독 지역을 가리키는 공식 행정용어) 혁신 이니셔티브 담당인 크리스토프 바네크 박사에 따르면 이 부서는 2016년 예산에서 동독 지역에 164억 유로를 배정했다. 이 중 66억 유로를 연구혁신 시스템의 강화에 투입하고, 56억 유로는 새로운 하이테크 전략을 시행하는 데 쓴다. 44억 유로는 교육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데 지출하게 된다. 한마디로 연구혁신으로 동독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전략인 것이다.


독일이 이렇게 동독 지역의 혁신 연구에 눈을 돌린 것은 1990년 통일 뒤 지금까지 옛 동독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이 옛 서독 지역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60%, 2014년 67% 수준이다. 동독 지역의 경제 시스템은 서구 파트너에 창의력만 빌려주는 상황이었다. 거대 개발 조직을 갖춘 대기업이 옛 동독 지역에서는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다. GDP에서 R&D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R&D 집중도도 동독 지역이 낮았다. 독일 전체가 3%인 데 비해 동독 지역에선 베를린이 3.6%로 유일하게 평균을 웃돌았고 작센 지역이 3%로 같았을 뿐 다른 지역은 1.4~2.2%로 낮았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스스로 개술을 개발해 이를 기업에 전달하고 기업은 이를 상품화해 시장에 출시하는 시장경제적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소들도 동독 지역의 산학연 공동 연구에 대한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면 유럽 최대의 응용 지향 연구조직인 프라운호퍼협회의 경우 예산의 3분의 1인 공적 자금(연방 90%, 주정부 10%)의 30%를 드레스덴·마그데부르크 등 동독 지역의 연구소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독일 연방법은 각 지역이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동등 수준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는 통독 뒤 ‘연대협정(Solidarpakt)’을 맺고 1995~2004년 연방 예산을 동독에 우선 배정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에도 경제 격차가 줄어들지 않자 20년 일정의 ‘연대협정Ⅱ를 맺고 2005~2019년 동독 지역에 연방예산 1560억 유로를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인프라 투자에 1050억 유로, 일반 회계에도 특별 예산 510억 유로를 투입한다.


이 예산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동독 지역 연구혁신 투자는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혁신 기술이 중심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 연방학술교류처(DAAD)의 국제연구마케킹 담당관인 카차 라슈 박사는 “독일 연구개발 정책의 기본 목적은 미래 지향적인 아이템에 자금을 제공하고, 혁신 친화적인 연구 환경을 마련해 연구 협력의 네트워크화와 국제화를 이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인공지능(AI), 무인공장, 초경량 재료, 레이저, 신의료 기기 등 첨단 기술에 중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라슈 박사에 따르면 독일의 하이테크 전략은 “미래지향적 과제 선정, 과학과 산업의 연결을 통한 혁신을 위한 기름진 환경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독일이 세계의 주도적인 혁신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인 넘버1(No.1), 다른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온리1(Only 1) 연구·혁신 프로젝트에 중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미래형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동독 지역의 연구·혁신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동·서독이 제4차 산업혁명을 나란히 맞겠다는 생각이 드러난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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