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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끝 다른 남자의 조건 셔츠와 타이 믹스매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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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호 14면

독일의 온라인쇼핑몰 마이테레사닷컴(mytheresa.com)이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아랍어에 이은 5번째 외국어 서비스다. 마이테레사닷컴은 뉴욕의 프리미엄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을 소유한 니만 마커스 그룹의 계열사로 발렌티노·생로랑·발렌시아가·보테가베네타·구찌 등 170여 개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하이엔드 여성 쇼핑몰이다.


매주 600여 개의 새 제품을 업데이트하는데, 이곳의 패션&바잉 디렉터는 여자가 아닌 남자다.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여성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 탁월한 남자. 인터넷에서 ‘옷 잘 입는 남자’로도 유명한 그의 이름은 저스틴 오쉐어(Justin O’shea?37). 21일 한국을 방문한 그를 중앙SUNDAY S매거진이 만났다.

제이미 킹(Jamie King)

손과 팔에 문신이 많다. 심지어 손가락 마디에도. “음악·영화·건축 등 시즌마다 다른 것들이 내게 영감을 주는데 그때그때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것을 문신으로 새긴다. 예를 들어 이 독수리는 1970년대 생산된 미국 자동차에서 따온 것이다. 마차는 영국 빅토리아풍을 좋아해서 새겼다. 작은 타투를 좋아해 손가락에도 많이 새겼다(웃음).”


패션 업계에 입문한 계기는. “21살까지는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변변한 옷 가게 하나 없는 주민 4000명의 호주 야생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어머니가 사다준 대로 입었고 내가 직접 고른 건 메탈리카, 건즈 앤 로지즈 같은 밴드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 정도였다. 유럽으로 간 25살 때 처음으로 코트를 샀다. 그 전엔 코트나 양복, 검은 구두를 가져본 적이 없다. 결정적인 계기는 여자친구 때문이다. 좋은 옷가게에서 일했던 그녀가 내 옷을 골라줬고 그때부터 패션에 눈뜨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는 ‘여자’ 때문이다(웃음).”


마이테레사닷컴 이전에는 뭘 했나. “쿠웨이트에 본사를 둔 회사에서 2년간 일했다. 의류 숍 40개를 소유한 회사였고 발렌시아가·스텔라 매카트니·클로에·마크 제이콥스·알렉산더 맥퀸 등의 프랜차이즈 소유권이 있었다. 내가 모든 가게에 들어가는 제품을 구매했다. 그 전에는 1년간 광산에서 트럭을 몰았다. 또 그보다 앞서 런던에 살 때는 작은 패션 쇼룸에서 일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들쭉날쭉한 커리어다.”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일을 택했다. 공부를 잘 못한 것도 있지만, 패션업계에서 일하기 위해선 교육이 많이 필요한 게 아니다. 개인의 취향이 더 중요하니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클래식하고 심플한 슈트 차림을 좋아한다. 핑크색 재킷에 노란 바지를 입고 녹색 구두를 신고 이상한 모자를 쓰고 싶진 않다. 난 항상 심플하고 우아한 남자로 보이고 싶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에서의 크리스천 베일처럼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남자의 이미지가 좋다. 드라큘라 같은 캐릭터도 좋아한다. 호화롭고 부유한 남자들로 여성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매우 남성적이니까. 갱스터 영화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신사와 드라큘라, 갱스터를 합친 게 내 스타일이다(웃음).”


남성복에서 클래식이란. “이 말에 흔히들 규칙부터 떠올린다. 그 칼라 모양 슈트에 이 타이와 신발은 안 된다, 바지통이 너무 좁으면 안 된다 는 식의 규칙들은 남성복과 클래식을 지루하게 만든다. 남자에게도 개인적인 취향은 중요하다. 안 그러면 아침마다 뭐 하러 옷을 골라 입나. 군복 같은 것을 입지. 클래식이란 복장에 관한 규칙이 아니라 신사다운 정신 상태라고 생각한다.”


모노톤의 슈트를 입고 액세서리로 컬러 포인트를 주는 게 당신만의 스타일인가. “난 디테일에서 화려함을 보이는 게 좋다. 보라색 슈트를 입진 않지만 안경 렌즈는 보라색이다. 아니면 보라색 타이를 맬 때도 있다. 남자가 달라 보이거나 독특하게 보이려면 셔츠와 타이의 조화가 중요하다. 단조로운 셔츠를 입을 거면 프린트 무늬의 타이가 좋다. 반대로 프린트 무늬 셔츠에는 단색 타이가 좋다. 정말 튀고 싶으면 스트라이프+프린트 또는 프린트+프린트를 매치하라. 그러면 매일 똑같은 블루 슈트를 입어도 그때마다 달라 보인다.”

선글라스와 수염이 트레이드마크다. “아버지와 삼촌들이 모두 수염을 길렀다. 그래서 난 어려서부터 수염이 어른의 상징인 줄 알았다. 유럽에서 일을 시작하고 3년 만에 호주로 돌아갈 때 내가 어른스럽게 자리를 잡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놈팽이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다. 1년 전 딱 한 번 수염을 깎아봤는데 사람들이 너무 싫어하더라. 내 인생 최악의 3개월이었다. 인스타그램에 ‘다시 길러라’ ‘너무 슬프다’는 글이 수없이 올라와 결국 다시 길렀다. 선글라스는 1년 중 10개월을 여행하는 나로서는 늘 피곤한 눈을 가리기 위해 애용한다. 진 토닉을 너무 많이 마셨을 때도 유용하다.”(웃음)


몸에 꼭 맞는 스키니 팬츠가 잘 어울린다. 평소 몸매 관리는. “매일 피트니스 클럽에서 1시간씩 복싱을 한다. 일을 많이 할수록 건강관리를 잘 해야 도움이 된다. 정신이 맑아지니까.”


마이테레사닷컴에서의 업무는. “6년간 바잉 디렉터로 일했고 지금은 패션 디렉터로 승진됐다. 예전과 같은 일을 하지만 부수적인 프로젝트에 신경 쓸 시간이 더 많아졌다. 외부와 독점 협업 같은 것들 말이다. 요즘은 마이테레사닷컴만의 패션필름을 만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패션필름은 왜 만드나. “우리의 본업은 소매업이지만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콘텐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에 주력한다. 요즘 같은 SNS 시대에 사람들은 공유할 수 있는 콘텐트를 좋아한다. 브랜드들도 독특한 마케팅 방법을 찾고 있으니 윈윈 전략이다. 지난해에는 발렌시아가와 함께 짧은 필름을 만들었는데 약간 코믹한 내용이었다. 강하고 우아한 발렌시아가가 웃길 수도 있음을 노린 것인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여배우들이 입고 있던 드레스들을 쇼핑몰에서 팔았는데 가격이 7000~1만 유로였지만 전부 다 팔렸다. 올해는 다른 브랜드들과 독점으로 다양한 협업을 할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의 장점은 뭘까. “주말이면 웬만한 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피팅룸 앞에서 줄을 길게 서야 한다. 당신은 불편한 환경에서 돈을 더 쓰고 싶은가? 또 옷가게에서 쇼핑하다 보면 결정을 빨리 해야 하는데 온라인에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만져보고 입어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진 않다. 패션에서 선택의 기준은 ‘어떻게 보이느냐’다. 대체로 보기 좋으면 여자들은 그 옷이 어떤 촉감인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여성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다. “내 여자친구(마이테레사닷컴의 스타일 디렉터)가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웃음). 이성애자인 남자로서 여자를 이해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여자들은 워낙 까다롭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여성 의류 바잉&패션 디렉터를 할 수 있는 건 그녀들이 남과 달라 보이고 싶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멋쟁이 여성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한 스타일 팁은. “자신의 몸매와 개성에 맞는 걸 입어야 한다. 트렌디하게 보이려고 날마다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자신만의 스타일이 없다는 뜻이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원하는 진정성 있는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같은 걸 반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파티에서 제일 패셔너블해 보이려 하지 말고, 본인의 개성과 맞지 않는 건 과감히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세계 최고의 패션피플들은 그들만의 스타일로 유명한데 그건 그 스타일을 계속 고수했기 때문이다.”


패션쇼에 참가하고 파티를 열고, 멋진 옷과 샴페인에 둘러싸여 일하는 것은 꿈의 직업이다. “난 내 직업을 사랑하고 패션 일을 좋아한다. 내게 패션 학교에 다녔는지 누구도 물어보지 않는다. 그래서 기쁘고 늘 고맙게 생각하며 매일 매일을 즐긴다. 오늘은 서울, 내일은 베를린, 3일 후에는 시드니…뭐 부럽기도 하겠지만 매일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는 건 사실 별로다. 올해는 하루도 쉬지 못했다. 집에서 잔 날이 겨우 이틀뿐이다. 그래서 좀 피곤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즐겁다.”


한국 여성들은 어떤 이미지인가. “지난해 4월에 사흘 동안 한국을 방문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아시아 여러 나라 중에서 한국 여성의 스타일이 가장 좋다. 무엇보다 즐길 줄 아는 여성들이다. 술도 많이 마신다고 들었다(웃음). 한국 여성들은 스트리트 의상과 쿠튀르 의상의 균형을 잘 맞출 줄 안다. 어떻게 하면 운동화와 럭셔리 의상을 어울리게 입을지 또는 그 반대도 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크리스찬 디올을 입기도 하고, 저렴한 H&M 의상과 매치하기도 하고.”


이번에 함께 방문한 빅토리아 베컴과 진행하는?‘우먼 시리즈’는 뭔가. “마이테레사닷컴이 사랑하는 여성들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알렉사 청, 리브 타일러, 브룩 실즈, 빅토리아 베컴 등 여성이 좋아하는 여성 스타와 함께 세계 여러 도시에서 파티를 열고 그 나라의 고객들을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런 스타일의 여성스타들이 마이테레사닷컴을 좋아한다’라고 보여주는 건 우리의 개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우린 단순히 쇼핑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고객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콘텐트를 동시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한다.” ●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마이테레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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