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임마누엘 칼럼

젊은이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기사 이미지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나는 지난주 서울 강남에 있는 커피숍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문서 업무를 끝냈고 독서도 했다. 그 커피숍은 편안한 가죽 의자, 오크를 활용한 인테리어, 우아한 도자기 잔에 담긴 카페 라테 등 설비가 아름다웠다. 내가 있었던 대부분의 시간에 커피숍 손님은 나 혼자였기에 서빙을 하는 젊은이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생각이 깊고 탐구심이 많은 젊은이였다. 대화 중 그는 한국 문화에 대해 여러 번 통찰력 있는 말을 했다. 적절하지 못한 요청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그에게 내 테이블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청했던 것이다.

한 20분마다 그를 쳐다봤는데 젊은이는 카운터 뒤에 앉아 약간 따분해 보이는 얼굴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카페를 나올 무렵이 됐을 때 나는 그곳에서 목격한 것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전과 달리 나는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게 더 이상 편하지 않게 됐다. 강남 커피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한국의 탁월한 교육체제의 산물인 지극히 재능 있는 젊은이였다.

그가 구비한 교양과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하는 일은 새로운 스킬(skill)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직장 동료와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상사로부터 배울 기회도, 회사의 혁신을 위해 실행할 만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할 기회도 그에겐 없었던 것이다.

기사 이미지

나는 머리를 긁으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한국은 이런 식으로 황금이나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진 인적 자산을 대접한다는 말인가.” 어떻게 그토록 오래 학교에 다니고, 시험 준비를 위해 수많은 밤을 보내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교육체제 속에서 에세이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별다른 도전이나 보상이 없는 불확실한 일자리에서 재능을 허비하게 되는 것일까. 게다가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교육체제를 위해 투자하지 않았는가.

한국이 해야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공동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 공동체 모임은 모든 에너지를 풍력과 태양열로 생산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건설해야 하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우리 사회를 다스릴 새로운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게다가 연세가 드신 많은 분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스스로 식사를 챙기기엔 너무 힘이 없어 굶어 죽는 경우도 있다. 한국을 건설한 그들에게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을 도우려는 젊은이들은 급료를 많이 주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

이세돌 사범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알파바둑’이라고 불러야 될지도 모르겠다) 사이의 대국이 최근 우리에게 알게 해준 것처럼 빠른 기술 변화가 제기하는 도전에 대응하는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모든 젊은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인간이 기술의 발전에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희망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윤 추구 과정에서 기술이 우리의 경험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술이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목적에 봉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끈질긴 무기 개발은 컴퓨터의 발전과 같은 지수 곡선을 따르고 있다. 북한이 개발하는 미사일과 폭탄이 어느 정도까지 정교하게 될지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무기 기술의 발전을 북한만 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모든 젊은이들이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솔루션 창출에 참가해야 한다. 하지만 커피숍에서 일하는 젊은 남성과 여성들에게는 우리 시대의 도전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역할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커피숍은 그저 그들의 주의를 애먼 곳으로 돌리게 만들 뿐이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협을 잊게 만든다.

미래 한국 경제의 원동력은 기술이 아닐 것이다. 미래 한국 경제는 기술에 방향과 목표를 부여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이끌 것이다.

이들 젊은이는 물건을 팔기 위해 필요한 고객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소비를 위해 제공되는 상품도 아니다. 그들은 한국의 미래이며 반도체 공장이나 새로운 부동산 투자보다 훨씬 가치 있다. 그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완벽히 실현하도록 확실히 지원하는 게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