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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자국어로 욕하고 위협…강남일대 외국인 보복운전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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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후 3시쯤, 올림픽대로 성수대교 남단에서 은색 아반떼 차량 한 대가 무리한 차선바꾸기를 시도했습니다. 5차로부터 3차로까지 막무가내로 옮겨온 이 차량은 홍모(39)씨의 차량 앞으로 끼어들었습니다. 당황한 홍씨는 경적을 울렸고 아반떼 차량 운전자는 올림픽대로 한 가운데서 차를 세웠습니다. 차문을 열고 나타난 운전자는 다름 아닌 백인 남성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홍씨의 차량 앞으로 다가와 삿대질을 하며 알 수 없는 언어로 소리쳤습니다. 홍씨는 “외국인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혹시 무기라도 들고있지 않을까 겁을 먹었다”며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홍씨를 노려보던 외국인 운전자는 다시 차에 올라타더니, 분이 안 풀렸는지 1차로에서 아무 잘못 없는 택시를 향해 하이빔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난폭운전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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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경찰서는 홍씨를 상대로 난폭·보복운전을 한 이탈리아인 C(37)를 비롯해 외국인 3명을 특수협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지난달 12일 난폭·보복운전을 형사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강남경찰서에서만 한달 만에 외국인 세 명이 잡힌 겁니다.

지난달 20일 오후 8시쯤엔 강남구 논현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인 A(20)가 진로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모(32)씨의 차량을 위협했습니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끼어들다가 경적 소리를 들은 A는 전씨의 차를 앞질러 세 차례 급제동을 하는 등 보복운전을 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7시쯤 강남구 가로수길 앞에선 타이완 국적의 L(25)이 다른 차량이 상향등과 경적을 사용한 것에 격분해 추월과 급제동을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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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보복운전 단속을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외국인 가해자가 적지 않은 편”이라면서 “자기 표현이 강한 외국인들이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표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말이 안 통하니 바로 되받아칠 수 없어 답답하고 한국인과 싸울 때보다 더 큰 위협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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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보복운전은 위반을 저지른 뒤 바로 도주하기 때문에 현장 검거가 어렵습니다. 이번에 검거된 세 명도 국민제보 어플리케이션과 피해자들의 직접 신고 덕분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난폭·보복운전을 당했을 경우 피해차량이나 주변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해 경찰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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