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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코믹 납치극 vs 방황하는 청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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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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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헤일, 시저!` 스틸컷]

헤일, 시저!

원제 Hail, Caesar! 감독·각본·편집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조쉬 브롤린, 조지 클루니, 엘든 이렌리치, 랄프 파인즈, 스칼렛 요한슨, 틸다 스윈튼, 프랜시스 맥도맨드, 채닝 테이텀, 조나 힐 촬영 로저 디킨스 미술 제스 곤처 의상 메리 조프레즈 음악 카터 버웰 장르 코미디, 미스터리 상영 시간 106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3월 24일

줄거리 1951년 할리우드, 영화사 ‘캐피틀 픽쳐스’가 제작하는 대작 서사극 ‘헤일, 시저!’의 막바지 촬영 중 주연 배우 휘트록(조지 클루니)이 정체불명의 집단에 납치된다. 이 영화사의 경영인이자, 소속 감독과 배우들의 온갖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매닉스(조쉬 브롤린)는 언론에 들키지 않고 휘트록을 되찾아 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별점 ★★★★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떨어진 임무는 정작 극의 가장 중요한 줄기가 아니다. 매닉스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 그러니까 누가 왜 어떻게 휘트록을 납치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휘트록을 되찾아 제 일정 안에 영화 촬영을 마무리할 것인가 등등은 뜻밖의 순간 엉뚱하게 해결된다.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남기는 건 주인공이 임무를 수행하는 여정, 그 자체다. ‘헤일, 시저!’로 말하자면 매닉스가 휘트록을 되찾아 오느냐 아니냐의 결과보다, 매닉스가 휘트록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고민이 중요하다. 휘트록의 납치 사건을 해결하는 중에도 매닉스는 수많은 일에 시달린다. 휘트록 사건을 눈치챈 듯한 칼럼니스트(틸다 스윈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하고, 인기 배우 모란(스칼렛 요한슨)이 남편 없이 임신한 사실을 숨겨야 하며, 연기 못하는 배우 도일(엘든 이렌리치)과 영화 못 찍겠다고 성화인 감독(랄프 파인즈)을 달래야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이때, 매닉스의 경영 능력을 높이 산 항공기 제조 회사가 그를 스카우트하려 한다.

이쯤 되자 매닉스는 이런 고민에 매달린다. 괴짜들과 일하느라 골머리가 썩고, 밤낮 없이 일해야 하고, 잘 만들어 봤자 거대한 허구일 뿐인 영화. 더구나 거대 자본으로 관객의 주머니를 터는 영화 따위 만들어 뭐 할까. 그건 곧 이 영화를 통해 코엔 형제 감독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코엔 형제 감독은 매닉스의 입을 빌려 신앙을 고백하듯 그 질문에 답한다. 그래도 영화를 사랑한다고, 영화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 아름다움을 믿는 게 자신들에게 옳은 길인 것 같다고. 코엔 형제 감독은 ‘헤일, 시저!’에서 할리우드 황금기를 수놓은 각종 장르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하며 영화의 아름다움을 아주 찬란하게 증명해 보인다. 영화라는 요물단지에 단 한 번이라도 매료된 적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향한 코엔 형제의 사랑 고백에 절절히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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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로리데이` 스틸컷]

글로리데이

감독 최정열 출연 지수, 김준면, 류준열, 김희찬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3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24일

줄거리 스무 살이 된 친구 용비(지수), 상우(김준면),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은 입대하는 상우를 배웅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경북 포항의 바닷가에서 자유를 만끽하던 그들은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순식간에 살인 사건의 주범이 돼 버린다.

별점 ★★★☆ 스물은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나이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희망은 스무 살 청춘의 표상이다. 야구 선수로 대학에 입학한 두만, 군 입대를 결심한 상우, 재수의 길로 접어든 지공, 형의 일을 도와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로 한 용비 등 ‘글로리데이’의 주인공들 또한 그런 스무 살 청춘이다. 각자 처한 환경과 성격은 다르지만, 오랜 우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한 그들의 앞날은 창창해 보였다. 오랜만의 여행은 소박하지만 자신들의 희망찬 미래를 자축하는 성인식이었다. 하지만 폭행당하던 여인을 구해 주는 과정에서 그들은 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다. ‘스물’(2015, 이병헌 감독) 같은 코믹 청춘물로 시작한 영화는 이 사건을 계기로 주인공들을 비정한 세계로 내모는 잔혹 드라마로 바뀌어 버린다. 어른들은 왜 그런 결과가 생겨났는지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진상 파악은 외면한 채 아이들을 범죄자로 낙인 찍어 버리는 경찰, 제 아이만 소중하다며 ‘빽 없는’ 아이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부모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아이들을 벼랑 끝에 내모는 증인. 어느 누구도 아이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가장 아름답게 빛나야 할 그들의 시간을 악몽으로 바꿔 놓은 어른들은 아이들의 귀에 속삭인다. 세상은 다 그런 거라고, 그러니 너희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청춘의 초입에서 세상이란 지옥에 떨어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제법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건, 지금 우리의 현실이 영화 속 어른들의 세계만큼이나 서글프고 비정하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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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너는 착한 아이` 스틸컷]

너는 착한 아이

감독 오미보 출연 코라 켄고, 오노 마치코, 이케와키 치즈루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21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3월 24일

줄거리 세 가지 이야기가 엮인 드라마. 초등학교 선생님 오카노(코라 켄고)는 학급에 학대 아동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챈다. 겉으로는 문제 없는 엄마지만, 미즈키(오노 마치코)는 남들 모르게 어린 딸을 상습적으로 때린다. 초등학교 부근에 홀로 사는 치매 노인은 우연히 특별한 아이를 만난다.

별점 ★★★☆ 학대의 그늘에 있는 아이들뿐 아니라 제대로 마음을 치유하지 못하고 자란 어른들의 등까지 토닥이는 영화. 아동 학대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보되, 그 끝에는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 말하는 성숙함까지 갖췄다. 감독은 타인에게 관심과 체온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서로 한번 꼭 끌어안아 주는 것만으로 세상의 많은 어둠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분 좋은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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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니시에이션 러브` 스틸컷]

이니시에이션 러브

감독 츠츠미 유키히코 출연 마츠다 쇼타, 마에다 아츠코, 키무라 후미노 장르 멜로, 코미디 상영 시간 109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3월 17일

줄거리 1987년, 뚱뚱하고 소심한 대학생 스즈키(모리타 칸로)는 미팅에서 만난 상냥한 여학생 마유(마에다 아츠코)와 사랑에 빠진다. 마유를 위해 외모 관리에 들어간 스즈키. 그러나 먼 곳에 취직하면서 마유와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

별점 ★★★ 카세트 테이프의 A·B 양면에 빗대 두 가지 단계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첫 번째는 연애 초기를 다룬 풋풋한 로맨틱 코미디, 두 번째는 장거리 연애로 관계에 위기를 맞는 멜로 드라마다. 사실 이 구성은 영화가 끝나기 5분 전부터 드러나는 강력한 반전을 위한 것이다. 반전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신선하고 유쾌한 충격을 맛볼 수 있다. 과하게 욕심부리기보다, 보여 주려는 목표를 야무지게 쟁취하는 전략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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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스터 추:기발한 미국 유학기` 스틸컷]

미스터 추:기발한 미국 유학기

감독 찰스 추, 게빈 켈리 출연 찰스 추, 라이언 오넌, 멜라니 린스키, 알란 커밍, 리처드 카인드 장르 드라마, 코미디 상영 시간 9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24일

줄거리 고교 3학년인 한국인 준(찰스 추)은 교환 환생으로 미국에 간다. 열심히 공부하던 그는 어느 날 괴짜 예술가로 소문난 블라섬(라이언 오넌)을 만나 금세 친구가 된다. 뭐든 자유롭게 표현하는 블라섬을 보며 준도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별점 ★★☆ 국적도 인종도 다른 두 친구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이야기가 뭉클하다. 둘이 우정을 쌓아 가는 모습도 제법 매끄럽게 풀어냈다.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 자체가 한국인에 대한 편견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공부와 정해진 미래만 강요하는 부모님 등이 그 예. 한국 부모는 자식을 억압한다는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건 아닐까 염려된다. 인물을 그릴 땐 편견을 넘어 조금 더 섬세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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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폴링` 스틸컷]

폴링

감독 캐롤 몰리 출연 메이지 윌리엄스, 플로렌스 퓨, 맥신 피크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02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3월 24일

줄거리 1969년 영국의 한 여학교. 엄마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리디아(메이지 윌리엄스)는 단짝 친구 아비(플로렌스 퓨)에게 모든 걸 기댄다. 하지만 여러모로 성숙한 아비는 리디아가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작스레 아비가 세상을 떠나고, 리디아와 친구들에겐 미스터리한 증상이 전염병처럼 번지기 시작한다.

별점 ★★ ‘폴링’은 엄격한 교칙이 지배하는 명문 여학교를 배경으로 사춘기 소녀들의 혼란과 불안을 담아 낸 작품이다. 구체적으로는 성적 욕망과 궁금증이 폭발하는 시기에 억눌려야 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반항기 다분하지만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리디아에게 성숙한 아비는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도 선망의 대상이다. 영화는 그런 리디아와 아비가 서로의 속마음을 나누고, 불안을 공유하는 데서 나오는 비밀스러운 에너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에너지는 연인의 것이라 봐도 좋을 정도인데,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이 떠오르는 근사한 풍경과 어울려 영화 전반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그러나 아비가 세상을 떠난 후 리디아와 친구들에게 찾아온 발작은 이 영화의 핵심임에도 이해하기 힘들다. 일렁이는 시냇물, 물가에 어른거리는 나뭇잎, 인물들의 미묘한 표정, 한 편의 무용극처럼 보이는 소녀들의 발작 등 여러 이미지가 너무 과해서다. 10대 특유의 불안함과 찬란함, 억압에 반하는 시도를 보여 주려 한 의도는 알겠으나 그저 몽환적인 이미지의 나열에 불과한 느낌이다. 과한 ‘화장발’로 비치는 이런 시도에 정작 리디아의 고민과 성장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고심해서 골랐을 법한 음악은 꽤 마음에 남는다. 리디아와 아비 역을 맡은 두 배우의 행보도 지켜볼 만하다. 어지러운 이야기 속에서 오로지 이들의 강렬한 매력만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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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란 정현목 임주리 고석희 이은선 김나현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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