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알파고 보금자리 될까, DGIST 수퍼컴 아이렘

중앙일보

입력 2016.03.22 01:50

업데이트 2016.03.22 01:56

지면보기

종합 21면

기사 이미지

DGIST 장익수 교수가 지난 14일 수퍼컴퓨터 ‘아이렘 ’의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처리 속도가 일반 컴퓨터보다 35만 배 이상 빠르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8일 대구시 달성군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중앙기기센터 지하1층 ‘수퍼컴퓨팅·빅데이터센터’.

처리속도, 서울대 ‘천둥’의 3배 수준
타 대학 연구 참여해 연 1억원 수익

292㎡ 규모의 센터엔 폭 60cm, 높이 2.4m 크기의 ‘랙 캐비닛’으로 불리는 검은색 박스 30개가 가득 차 있었다. 박스 안에는 432대의 컴퓨터 본체들이 들어있다. 이들 컴퓨터들은 모두 광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DGIST의 수퍼컴퓨터 ‘아이렘(iREMB)’이다. 강종민(33) 아이렘 매니저는 “수퍼컴퓨터는 수백 대의 일반 컴퓨터 본체를 광케이블로 서로 병렬 연결, 성능을 극대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바둑판에서 맹활약한 ‘알파고’로 인공지능과 수퍼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고 수준의 수퍼 컴퓨터로 평가받는 아이렘이 그 모습을 본지에 공개했다. 아이렘은 DGIST의 6개 전공과목 영문 앞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정보통신 전공(Information&Communication)에서 ‘i’를 따오는 방식이다.

아이렘은 전국 각지 대학·기관의 연구를 도우며 돈을 벌고 벌고, 재능기부에도 나서는 컴퓨터다. DGIST가 2012년 12월 50억원을 들여 구축했다. 민간이 접근 가능한 국내 수퍼컴퓨터 가운데 연산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르다. 700테라플롭스(TFlops). 수퍼컴퓨터의 성능은 보통 연산 처리 속도로 가늠한다. 처리속도로만 보면 서울대 수퍼컴퓨터 ‘천둥(226.5테라플롭스)’보다 3배 앞선다.

아이렘의 중앙처리장치(CPU)는 알파고(1202개) 보다 적은 864개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는 432개로 알파고(176개) 보다 많다. 아이렘은 그동안 서울대 기초과학연구단의 자료 분석에 참여해 1800만원 수익을 내고,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 연구지원에 나서 2500만원을 받는 등 한 해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아이렘은 이달 말 업그레이드 작업을 끝낸 뒤 오는 6월 세계 수퍼컴퓨터 TOP 500 대회에 출전해 성능을 검증받는다. 김민수(40) DGIST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교수는 “수퍼컴의 세계 대회 순위는 곧 국가의 첨단 IT 기술개발 능력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아이렘은 요즘 치매 연구에 푹 빠져 있다. 이날도 치매 진행 정도를 예측하는 분석이 한창이었다. 치매 환자의 뇌 두께 수치를 계산해 치매 진행 정도를 가늠하는 연구다. 아이렘을 활용한 치매 관련 연구성과물도 이미 일부 나왔다. 장익수(57) DGIST 수퍼컴퓨팅 센터장은 지난해 치매를 일으키는 몸속 알츠하이머 단백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시간과 크기로 뭉쳐 신경을 마비시키는 지를 분석해 냈다. 이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저널 『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실렸다.

아이렘은 앞으로 ‘재능 기부’에도 나설 예정이다. 연구 환경이 열악한 전국 중소기업들의 신약 개발 연구나 수퍼컴퓨터를 접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사용료를 받지 않고 아이렘을 개방하는 식이다. 장익수 센터장은 “보급형 수퍼컴퓨터 ‘슈프림(연산속도 100테라플롭스)’도 아이렘의 재능 기부 활동 때 함께 개방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수퍼컴퓨터의 보급과 활용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