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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아름다운 외모도 남자의 경쟁력…젠틀맨 못잖은 뷰티풀맨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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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 남성 전문 편집숍 ‘루이스클럽’을 찾은 이민수씨가 남성 정장을 입어보며 활짝 웃고 있다.

20~40대 머리부터 발끝까지
뷰티·패션에 아낌없이 투자
금녀의 숍·브랜드 속속 등장

스스로를 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외모가 주요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패션과 뷰티는 더 이상 여성에게만 국한된 분야가 아니다. 예뻐지려는 남성들이 많아져서다. 경기 불황에도 남성 패션, 화장품, 액세서리 등 관련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꾸미는 남성 ‘그루밍족’

방송 시나리오 작가인 이민수(26·서울 동작구)씨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상대방에게 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 달에 서너 번은 미용실을 찾고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으로 세안한다. 비누보다 자극이 덜하고 거품이 많은 클렌징 폼을 고른다. 세안 후에는 수분크림을 잊지 않고 바른다. 건조하지 않게 하고 피지 분비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팁 클렌징’으로 얼굴에 쌓인 노폐물과 각질을 제거한다. 피부 노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담배와 술 대신 마사지를 받고 몸에 좋은 차를 즐겨 마신다.

남성 전문 매장 매출 급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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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가꾸는 시대는 지났다. 남자도 예뻐지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세상이다.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하는 남성의 미용 용어인 ‘그루밍(Grooming)’의 범위가 피부, 두발, 치아 관리는 물론 성형수술까지 다양해졌다.

 외모를 주요 경쟁력으로 생각하는 20대를 비롯해 경제력을 갖춘 30~40대까지 자신을 가꾸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들은 패션을 넘어 속옷과 피부 관리,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관심 영역을 넓히면서 소비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백화점은 남성 전용 매장으로, 화장품 업체들은 남성 전용 브랜드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판교점에 ‘현대 멘즈관’ 문을 열었다. 2013년 무역센터점에 이은 두 번째 남성 전용 매장이다. 현대 멘즈관은 기존 패션 중심에서 탈피해 식음료와 각종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결합한 복합문화 공간이다. 헤어, 패션, 액세서리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성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을 판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 강남점, 2013년 부산, 2014년 본점에 남성전문관을 개관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6월 본점에 고급 이발소인 ‘바버숍’과 의류매장을 결합한 ‘클럽모나코 맨즈숍’을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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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있는 남성 패션전문점 ‘분더숍’

남성들의 소비 채널이 다양화·전문화되면서 백화점뿐 아니라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도 생겨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성 못지않은 패션 감각이 있고, 자신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하는 남성들이 핵심 소비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여성 고객의 매출 비중이 2010년 71.9%에서 지난해엔 67.1%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남성 고객은 2010년 28.1%에서 지난해 32.9%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이 백화점 본점 남성전문관 매출 신장률은 2014년 38.3%에서 지난해 92.3%로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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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에 개장한 남성 전용 미용실 ‘바버숍’

명품 선호로 과소비 말아야

남성화장품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립밤이나 핸드크림만 챙길 줄 아는 ‘소소한 그루밍’ 수준에서 최근에는 잡티 커버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만족했다면 이제는 주름이나 노화 방지를 위한 안티에이징 케어까지 신경쓴다.

화장품도 기본적인 스킨과 로션에서 에센스, 비비크림까지 여성화장품 못지않게 세분화됐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화장품 시장은 1조2000억원 규모다. 성장률도 매년 10% 안팎으로 상승하고 있다.

비즈니스·친목 도모를 위해 피부 관리 전문 스파를 찾는 그루밍족도 많다. 호텔들도 특색 있는 남성 스파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얼굴이나 헤어뿐 아니라 몸 전체를 균형 있게 가꾸고 싶은 남성을 위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츠칼튼 서울과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등 시내 유명 호텔 스파숍은 남성 고객이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루밍족의 소비 형태는 중년층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남성들이 자기관리와 문화생활에 적극적으로 나선 때문이다.

 이런 소비 행태가 자칫 실용성과는 동떨어진 과시형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잘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기능은 따지지 않고 명품 브랜드만 선호해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화장품의 경우 사용법을 숙지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국민대 이장영(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스타일이나 피부 상태를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비싼 제품만 선호하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스타일이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꼼꼼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진정한 그루밍족”이라고 말했다.

그루밍족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말한다. 그루밍(grooming)은 마부가 말을 목욕시키고 빗질하는 것을 뜻하는 그룸(groom)에서 유래했다. 외모를 잘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20∼40대 남성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다.

글=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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