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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계 키다리 아저씨’ 이운형을 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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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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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군산 세아베스틸 신년음악회 후 이운형 회장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이운형문화재단]

17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은 빛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테너 김재형, 소프라노 박현주, 그리고 이운형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성악가들이 베르디, 벨리니, 도니체티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노래했다. 김주현이 지휘하는 조이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반주 속에 첼리스트 양성원이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를,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가 비탈리 ‘샤콘느’를 곁들였다.

국내 클래식 음악 꾸준히 후원
성악가들, 추모 음악회 열어

2016 이운형문화재단 음악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오페라 버킷’ 공연이었다. 꼭 들어둬야 할 ‘오페라의 버킷리스트’란 의미다. 공연 전 박의숙 이운형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음악회에 인생의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사랑’의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세아그룹 고(故) 이운형 회장은 ‘철강업계 신사’로 불렸다. 겉치레를 싫어하고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쳤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적인 후원자이기도 했다. 2000년 국립오페라단 초대 이사장을, 2008년부터는 후원회장을 맡아 ‘마농 레스코’, ‘천생연분’ 등 정기공연이 자리 잡도록 도왔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과 예울음악무대, 그외 여러 성악가들을 묵묵하고 꾸준히 후원했다. 오페라 CD를 제작해 지인을 만날 때마다 건네던 이 회장은 2013년 3월 10일 칠레 출장 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해 8월, 이운형 회장의 뜻을 기려 이운형문화재단이 출범했다. 주요 사업은 유망한 성악가들에 대한 후원이다. 소프라노 이명주·황수미·박혜상, 바리톤 김주택, 테너 김범진·김승직·최인식을 돕고 있다. 매년 정기음악회와 중소도시 시민을 위한 지역음악회를 개최하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손봉락 TCC동양 회장,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 등이 참석했다. 대원문화재단 김일곤 이사장은 “아다지오(Adagio) 같았던 사람이다. 거절을 못 하는 성품의 소유자였다”고 이운형 회장을 추억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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