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푸드백신’③]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상 해소 식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6.03.20 01:00

업데이트 2016.03.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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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인 L씨(50대 중반)는 회의가 늘 부담이다. 업무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업무 능력은 탁월하다. 문제는 장이다. 변의(便意)가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특히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곧장 신호가 온다. 배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한다. 회의 도중 뛰쳐나갈 수도 없고 그야 말로 죽을 맛이다.

변비엔 사과·딸기·아마씨·프룬 권해
가스와 복부 경련에는 생강이 특효…
설사 심할 때도 사과 먹으면 좋아

가정 생활에도 문제가 생겼다. 아내 K씨의 방귀 구박이 날마다 심해졌다. 뀔 때마다 한 마디씩 던진다. “나도 당신처럼 시원하게 뿜어봤음 좋겠수.” “아무리 방귀를 튼 사이지만 너무한 것 아니세욧!”

 정상인의 하루 방귀 숫자는 약 25회다. L씨 방귀 횟수는 이보다 두 배는 많다. 여기에 설사와 변비가 예고없이 찾아온다. 병원도 찾아 봤다. 내시경 검사까지 받았지만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의사는 “과민성 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인 것 같기는 한데”라며 말을 흐렸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면 증후군이지 ‘같다’는 또 뭐야?” 나중에 알고 보니 그만큼 진단을 내리기도 고약한 병이었다.

의사도 난감해하는 병

L씨는 아내에게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안지 20주 후에 출산한 여자가 최근에 있었다는데 들어는 봤어”라고 물었다. 아내는 “여자가 얼마나 둔했으면…”이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L씨는 “23살 먹은 젊은 영국 여성 얘기야. 이 여성은 평소 심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갖고 있었데. 자신의 배가 불러온 것은 음식을 많이 먹은 탓이라고만 생각했다던데”라며 자신이 겪고 있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얼마나 애매한 병인지를 빗대어 말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의사도 난감해하는 병이다. 무엇이 이 병을 악화시키고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는지 환자에게 속 시원히 알려주기 힘들어서다. 자주 배가 아프고 변비·설사가 반복된다. 일상생활에 고통을 받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증상이다. 배에 가스가 가득 차거나 쿡쿡 찌르는 듯한 복통이 느껴진다. 배변 중 심한 통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신트림·속쓰림·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여러 증상들 가운데 변비가 유독 심하다면 사과·딸기·아마씨·생강·프룬(서양건자두)을 권한다. 증상 해소에 도움을 주는 ‘푸드 백신’이다. 사과엔 변비 해결사인 수용성(水溶性) 식이섬유와 불용성(不溶性) 식이섬유가 모두 들어 있다. 딸기·블루베리·라스베리 등 베리류에도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변이 물을 더 많이 흡수해 무거워지는데 그만큼 장 통과 시간이 빨라진다.

  짙은 녹색잎 채소로 만든 샐러드도 변비 해소를 돕는다. 여기엔 장 운동을 촉진하는 식물성 오메가-3 지방이 들어 있다. 색깔이 더 짙을수록 효과적이다. 특히 민들레 잎은 ‘천연 설사약’으로 통한다. 민들레는 대장에서 담즙의 흐름을 증가시켜 변비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 아마씨엔 식이섬유와 식물성 오메가-3 지방(ALA)이 풍부하다. 세 찻숟갈의 아마씨엔 약 3g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아마씨를 먹을 때는 물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맛이 달면서 견과류 향이 나는 아마씨는 어떤 음식에 첨가해도 잘 어울린다. 가급적 껍질을 갈거나 으깬 아마씨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장에서 아마씨 껍질이 잘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씨 기름엔 변비 예방을 돕는 식이섬유가 없다.

  프룬엔 변비 예방을 돕는 세 가지 성분, 즉 식이섬유·이사틴·솔비톨이 들어 있다. 프룬 세 개를 먹으면 식이섬유 3g을 섭취할 수 있다. 이사틴(디하이드록시페닐이사틴)은 장을 수축시켜 배변을 촉진한다. 솔비톨이란 당(糖)은 장에서 식이섬유처럼 작용해 다량의 물을 빨아들인다. 대부분의 과일엔 솔비톨이 1% 이내 들어 있지만 프룬의 솔비톨 함량은 15%에 달한다. 미국에선 프룬 에이지(prune age)란 말이 통용된다. 장의 활동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프룬을 사랑해서다. 건포도와 말린 무화과도 변비를 완화한다. 건포도에 풍부한 주석산은 천연의 변비 치료제다. 루바브(rhubarb), 즉 대황(大黃)은 잎이 아니라 줄기가 민간의학에서 변비약으로 사용된다. 대황도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잎엔 수산(옥살산)이란 독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증상 중 설사가 심하다면 사과를 권장한다. 사과는 변비와 설사 치료에 모두 효과적인 ‘양수 겸장’의 과일이다. 펙틴과 타닌이 풍부해서다. 타닌이 풍부한 녹차도 설사 예방에 이롭다. 블루베리 등 베리류에도 펙틴과 타닌이 풍부한데 마른 것이 최고다. 익힌 당근도 설사를 멎게 한다.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사람들은 콩에 작은 당근을 넣어 요리한다. 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설사로 인해 빠져나간 영양도 보충해준다. 마늘·양파·부추는 면역력을 높여주고 설사 유발 세균들을 체외로 배출시킨다. 인도에서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늘은 장내 유익 세균들과 함께 소화를 개선시키고 미네랄의 흡수율을 높인다. 석류 씨나 석류주스도 설사 예방에 도움이 된다. 타닌이 들어 있어서다.

  가스와 복부 경련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겐 생강을 권한다. 가스·복부팽만·경련을 덜어준다. 뜨거운 물 1컵에 생 또는 간 생강 1/2 찻숟갈을 넣어 마시면 적당하다. 페퍼민트는 수세기 동안 복부 경련·속쓰림 등 소화기 질병 치료에 사용해 왔다. 허브 중에선 올스파이스·클로브(정향)·코리안더(고수)·너트멕(육두구)·시나몬(육계)·타임·세이지·딜·펜넬(회향)이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에게 좋다. 펜넬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음식의 소화를 돕는 식품으로 인기가 높았다. 소화 불량·설사·변비에도 좋다.

  피해야 할 식품도 있다. 콩·커피·옥수수를 주의해야 한다. 콩은 가스를 생산한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장을 예민하게 한다. 디카페인 커피도 조심해야 한다. 하루에 한두 잔 이내로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옥수수나 옥수수 시리얼도 좋지 않다. 대장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약 20%는 옥수수에 자극을 받는다. 우유와 유제품도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유당이 들어 있어서다. 유당 불내증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우유 등 유제품 섭취 뒤 설사·배앓이를 한다. 다른 유제품에 비해 요구르트엔 유당이 적다.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하는 유익균도 들어 있다.

  최근 전 세계 소화기내과학계·영양학계에서 화제의 신조어로 포드맵(FODMAP)이 있다.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 특정 당(糖) 성분들의 머리글자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발효할 수 있는 올리고당·이당류·단당류·폴리올을 가리킨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는 증상 호전을 위해 포드맵 성분을 제외한, ‘저(低) 포드맵 다이어트’를 시도해볼 만하다. 미국 소화기내과학회지인 ‘위장병학’에 실린 호주 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저 포드맵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굳이 저 포드맵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가 아닌 건강한 일반인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콩·커피·옥수수 주의해야

저(低) 포드맵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과일은 바나나·블루베리·레몬·자몽·라스베리가 있다. 채소에는 당근·셀러리·감자·호박, 곡류는 쌀·귀리·타피오카, 유제품은 요구르트·경성 치즈가 있다.

K씨는 남편의 저녁 밥상에 올리고당을 듬뿍 넣은 콩자반을, 후식으로 배를 올렸다. 식사 후엔 치아 건강에 좋다며 자일리톨 껌을 건넸다. 하나같이 웰빙 식품이다. 하지만 밤에 돌아온 것은 평소보다 더 잦은 방귀 소리뿐이었다.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식품의약칼럼니스트이자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다. 한국 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공중보건학)를 받고 중앙일보에서 식품의약전문기자로 일했다. [먹으면 좋은 식품, 먹어야 사는 식품] [내 몸을 살리는 곡물, 과일 채소] [우리 고기 좀 먹어볼까?] 등 9권의 저서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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