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통신시장 노리는 노키아] 네트워크 장비 들고 화려한 귀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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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래스(MWC) 2016’에서 노키아는 역대 최대 규모인 3280㎡(약 1000평) 크기의 부스를 마련했다.

핀란드의 영웅이 돌아왔다. 한때 세계 휴대폰시장을 풍미했던 노키아다. 무려 15년 간 세계 시장 1위를 지켰던 노키아는 단번에 몰락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미쳐 준비하지 못해서다. 환경에 적응 못한 노키아는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했다.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구조조정·특허 확보·공격적 M&A로 부활 … 직원 40%가 연구인력

2016년 노키아는 다시 세계 시장에 나타났다. 휴대폰 대신 네트워크 장비를 들고 돌아왔다. 2월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래스(MWC) 2016’에서 노키아는 역대 최대 규모인 3280㎡(약 1000평) 크기의 부스를 마련했다. 이 곳에서 노키아는 차세대 통신망(5G)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등 70개 이상의 새로운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라지브 수리 노키아 회장은 ‘Something Big’이라는 주제로 노키아의 미래를 발표했다. 그는 “IoT와 5G는 삶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IoT분야에만 3억5000만 달러(약 43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노키아를 잊었다. 하지만 노키아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그리고 차세대 통신시장 장악을 목표로 전략을 세웠다. 노키아는 2013년 9월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MS에 54억4000만 유로(약 7조8600억원)라는 헐값에 매각했다. 이 금액은 노키아 한 해 매출의 10분의 1 수준이다. 더구나 전체 직원 중 36%에 해당하는 3만6000명이 MS로 옮겨갔다.


M&A로 통신장비 세계 1위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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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가 지난해 한국에 만든 미래기술연구소. / 사진:노키아 제공

노키아의 몸집 줄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에 자사 디지털 맵 서비스 ‘히어(HERE)’도 팔아 치웠다. 대신 통신장비 분야로 눈을 돌렸다. 노키아는 지멘스와 함께 세운 벤처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의 지멘스 지분 50%를 26억 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인수해 ‘노키아솔루션즈네트웍스(NSN)’로 사명을 바꾸고 노키아의 자회사로 만들었다. 기존 NSN의 통신장비 사업은 노키아 내 주요 사업부로 확장했다.

노키아는 MS에 모바일 사업부를 매각할 때 가장 중요한 통신 특허 부분과 센서 개발 부문은 매각하지 않았다. 덕분에 애플의 ‘Design by Apple’ 처럼 모든 디자인과 설계, 소프트웨어를 노키아 테크놀로지스 부서에서 개발한 후 원하는 제조사에서 만드는 라이센싱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모바일 라이센싱 사업으로 탄생한 ‘N1’ 태블릿은 아이폰을 제작하는 팍스콘이 제조, 판매를 담당했다. 이 제품은 중국에서 5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우며 노키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조직 정비를 마무리하자 공격에 나섰다. 필요한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시작했다. 가장 큰 움직임은 지난해 4월에 있었다. 프랑스 통신장비 업체인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한 것이다. 이 회사는 다양한 기술과 영향력 그리고 ‘벨 연구소(Bell Labs)’를 가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함 벨의 이름을 딴 연구소다. 1925년 설립된 벨 연구소는 20세기에 트랜지스터·셀룰러·유닉스·레이저·C언어·DSL 등 수많은 신기술과 발명품을 내놓았다. 노벨상 수상자만 14명이나 배출한 기술 혁신의 산실이며, 3만3000개가 넘는 활성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노키아는 M&A로 ‘벨 연구소(Bell Labs)’의 특허와 함께 연구 인력 4만 명도 거느리게 됐다. 노키아의 전 직원 수가 10만 4000명이니 40%가 연구인력인 셈이다. 노키아는 R&D에만 연간 42억 유로(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한다.


국내 통신 3사에 LTE 솔루션 공급

M&A로 노키아는 세계 통신장비업계 1위로 올라섰다. 스웨덴의 에릭슨(27.3%), 중국의 화웨이(22.6%)보다 높은 30.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지난달 발표된 지난해 매출은 125억 유로(약 17조원), 영업이익은 20억 유로(약 2조6500억원)를 기록해 전성기였던 2007년 영업이익률(15.6%)을 회복했다. 노키아의 M&A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MWC 2016에서 노키아는 캐나다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나키나(Nakina) 시스템즈 인수를 발표했다. 행사 중에도 주력 사업인 네트워크 사업 강화를 대내외에 강조한 것이다. IoT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차세대 무선 엑세스 솔루션 ‘AirScale’도 발표했다. 이 제품은 2G부터 5G까지 어떤 기술도 지원할 수 있다. 노키아는 실패에서 큰 배움을 얻었다. 시장 변화에 민감해졌고 신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주력 사업 매각 후 2년 만에 돌아온 노키아의 체질이 확 바뀐 것이다.

통신 특허 역시 노키아의 짭짤한 수익원이다. 최근 노키아는 삼성과의 특허 분쟁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5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2014년과 2015년 소급액 4억 유로와 올해 분 3억 유로를 합해 노키아가 삼성으로부터 받을 특허료는 올 한해만 7억 유로다. 여기에 앞으로 2년 동안 매해 3억 유로의 특허료가 발생한다. 노키아는 외국 네트워크 회사로는 유일하게 국내 통신 3사 모두에 LTE 솔루션을 공급한다. 한국엔 ‘미래 기술 연구소(ATC Advanced Technology Center)’를 설립해 국내 IT업체와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노키아의 아태 및 일본 지역 기술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조봉열 박사가 연구소장으로 있다. 노키아 코리아 관계자는 “일본·중국의 통신사와도 5G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며 “함께 기술을 개발하며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말했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박스기사] 벤처 강국으로 변신한 핀란드 - ‘노키아의 나라’는 옛 말

노키아의 붕괴는 핀란드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총생산(GDP)의 4%, 수출의 20%를 차지했던 노키아 모바일 사업 부문의 붕괴 이후 대량의 실업 사태로 국가 경제가 흔들렸던 핀란드. 이후 노키아에서 나온 많은 젊은 인재가 창업에 뛰어들며 핀란드는 이제 ‘노키아의 나라’에서 ‘벤처 강국’으로 변신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의 수퍼셀(supercell), 스마트폰 브랜드 욜라와 같은 벤처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퍼셀은 노키아 출신이 주축이 된 회사로 노키아의 옛 연구센터를 본사로 쓰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게임 개발사’라고 평가한 수퍼셀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매출액 기준 세계 1위 게임사에 올랐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신흥강자로 부상한 욜라(Jolla)도 노키아 출신이 만든 회사다. 2010년 이후 노키아를 나온 직원이 창업한 신생 기업만 300개가 넘는다. 핀란드의 게임사업 매출액은 2008년 8700만 유로에서 2013년은 9억 유로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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