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벤처와 중기] 질병 찾고 연애상담도 해주네…구글 뒤쫓는 ‘한국 AI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한 남자가 장난감 곰 인형과 대화하고 있다. 곰 인형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자의 질문에 답을 척척 내놓는다. 이 곰에는 빅데이터 분석업체 솔트룩스가 2월 선보인 인공지능(AI) 두뇌 ‘아담’이 들어 있다. 아담은 딥러닝을 이용해 인터넷과 빅데이터에서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지식을 축적한다. 솔트룩스가 올 연말 아담을 적용한 장난감 시제품을 출시하면 현실화될 장면이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아담은 2300만 개 주제와 관련한 2억 개 단위 지식(문장으로 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으로 만든다면 50만권 분량이다.

기사 이미지

솔트룩스는 AI 기술을 이용한 검색 엔진 개발업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가 2000년에 창업해 직원 수 110명, 매출 100억원 규모로 키웠다. 보유한 AI 관련 특허가 100건을 넘는다.

인공지능 분야서 앞서가는 벤처들
“새 기술 개발엔 대기업보다 유리”
의료·금융·제조 등 다양하게 두각

구글의 ‘딥 마인드’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과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도 AI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 확보가 용이한 특정 분야에 주력해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중견 벤처 디오텍은 딥러닝을 이용한 음성·필기·영상 솔루션을 개발해 금융, 교육, 헬스케어, 보안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의 필기체, 유아동용 교육 로봇 등이 디오텍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품이다.

자연어 처리와 빅데이터를 전문으로 다루는 다이퀘스트는 지난해 성능을 높인 지능형 대화 서비스 ‘인포채터’를 선보였다. 인포채터는 사용자가 질문하면 그 의도를 분석해 적합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89억원으로 매년 매출액의 15%를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한다.

기사 이미지

네오펙트가 개발한 인공지능 재활기기 라파엘은 환자가 혼자서도 최적의 재활훈련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진 각 업체]

과거 통계 분석이 중요한 의료 분야에 스타트업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네오펙트는 AI를 활용한 재활기기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를 개발해 올 상반기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의료 영상 분석 기술을 개발하는 루닛의 백승욱 대표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좋다”고 말했다.

AI 스타트업들은 창업한 지 2~3년 만에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루닛은 2015년 국제 이미지 인식 기술대회(ILSVRC)의 위치 식별 분야에서 구글(7위)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사진 100만 장으로 알고리즘을 학습하고 새롭게 주어진 사진 10만 장의 이미지를 분류하는 대회다.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 2위는 퀄컴이었다. 루닛은 딥러닝을 이용한 엑스레이, 유방촬영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의사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증상을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회사가 개발한 이미지 인식 기술 'DIB'는 결핵 분야에서 정확도(AUC)가 96%로 매우 높다. DIB는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거쳐 내년에 출시될 계획이다.

질병 진단 소프트웨어업체 뷰노 역시 2015년 같은 대회의 이미지 인식 분야에서 5위를 했다. 이 회사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의료 데이터 분석 플랫폼 ‘뷰노 메드’를 개발하고 있다. 뷰노 메드는 CT, MRI 사진과 심전도, 호흡 등 생체 신호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것을 돕는다. 현재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1~2년 후 상용화를 목표로 어린 아이들의 성장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본에이지’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이예하 뷰노 대표는 “의료 현장에서 효율성을 개선하고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시스템생물학을 접목한 스탠다임은 일일이 해석하고 실험하지 않고도 약물의 효능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신약개발 과정을 효율화한다. 이 회사는 글로벌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주최한 드림챌린지(약물 효능 예측 대회)에 참가해 71팀 중에서 2라운드까지 1위를 기록했다.

금융, 제조, 일정 관리 같은 분야에서도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거세다. 코노랩스는 AI 기반의 모바일 일정 관리 앱 ‘코노’를 개발해 지난해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이 앱은 개인의 위치, 시간, 교통 상황 등을 분석해 최적의 약속시간과 장소를 제안해준다. 현재 회원 1만3000명의 일정을 관리하며 성능을 높여가고 있다.

포털 다음의 머신러닝 엔지니어 출신인 김강학 대표가 창업한 플런티는 대화 분석 기술, 텍스트 딥러닝을 이용한 스마트 리플라이 앱 ‘플런티’를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미국에 영어 버전을 먼저 출시해 구글 앱 마켓에서 사용자 평점 4.3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어 버전은 상반기에 내놓는다.

기사 이미지

남녀 감정을 분석하는 스캐터랩의 앱 ‘진저’(왼쪽). 모바일 개인 일정관리 앱인 코노랩스의 ‘코노’.

AI가 연애 상담도 해준다. 스캐터랩이 선보인 감정분석 앱 ‘진저’는 연인 간 대화를 분석해 상황에 맞는 대응을 제안한다.

위버플은 뉴스, 공시자료 등 15억 건 이상의 머신러닝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가 검색한 단어와 관련깊은 기업을 자동 추천해주는 ‘스넥’ 서비스를 내놨다. 2014년 생긴 솔리드웨어는 금융회사에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공급한다. 악사다이렉트코리아보험, 웰컴저축은행, KB캐피탈 등이 고객으로 우량·불량 고객을 정교하게 분류해 손해 발생을 줄여준다.

기사 이미지

스스로 위치를 제어할 수 있는 개인용 인공지능 드론 ‘드라코’는 유비파이가 개발해 오는 6월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 각 업체]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임현 유비파이 대표는 보안, 감시 분야에 사용할 AI 드론을 개발 중이다. 영상 기반 3차원 위치인식 기술을 이용해 스스로 정확한 위치를 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올 6월에는 미국·유럽 등에 개인용 드론을 선보일 계획이다.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루닛은 소프트뱅크벤처스, 케이큐브벤처스 등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 받았다. 뷰노는 탄탄한 기술력으로 창업 한 달 만에 9억원을 유치했다. 네오펙트의 총 투자금액은 50억원을 넘는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