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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천은 개천 아닌 강” 이름 바꾸기 나선 당진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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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남 당진 주민들이 삽교천 명칭을 강으로 바꾸고, 하천 가운데 있는 섬 이름을 짓는 운동에 나섰다.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에서다.

길이 61㎞, 울산 태화강보다 길어
지역 특징 담아 관광자원 활용 목표
40년 된 무명 섬 이름 짓기 운동도

당진시 우강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최근 지역발전토론회를 열고 삽교천(川)을 ‘00강(江)’으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은 토론회에서 “삽교천(61㎞)보다 길이가 짧은 울산 태화강(46㎞), 전북 동진강(44㎞)도 강으로 불리는 데 삽교천은 단순히 ‘삽교읍’이라는 지역에 있는 개천을 연상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자치위원회 이병훈 위원장은 “특정 지명이 하천 이름에 쓰이는 바람에 하천이 흐르는 다른 지역과 형평성 논란도 있다”며 “충분한 고증과 여론 수렴을 거쳐 ‘00강’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삽교천은 홍성군 장곡면 신풍리 오서산 북동쪽 계곡에서 발원해 예산·당진지역을 지나 서해로 흐른다. 금마천·효교천·남원천·무한천·곡교천 등의 지류가 있다.

통상 넓은 폭과 깊은 바닥, 길이가 긴 하천을 강으로 부른다. 그보다 작은 규모를 천이나 내라고 부른다. 이를 토대로 국가하천·지방하천·소하천으로 분류한다. 국가하천은 주로 강으로 불리며 유역면적이 200㎢ 이상인 하천이다. 지방하천은 주로 천으로 불리며 면적이 50㎢ 이상이다. 그러나 강과 천을 분류하는 데 이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이와 함께 우강면 주민들은 삽교천에 있는 섬의 이름을 새로 짓는 운동에 나섰다. 우강면 신촌리에 있는 무명(無名) 섬은 면적이 17만7924㎡로 1973년 삽교천지구 대단위 사업 이후 생겼다. 이전에는 갯벌 형태의 황무지였지만 계속 퇴적이 이뤄지면서 풀이 자라고 섬 형태로 변했다.

하지만 40년이 넘도록 이름이 없어 ‘무명섬’이 고유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2013년 12월 이전까지는 주민들은 섬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이후 국가하천 정비사업으로 경작이 금지된 상태다. 주민들은 한강의 남이섬·자라섬처럼 이름을 짓고 생태습지를 조성하면 관광상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주대 정남수(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무명섬은 지역의 성장동력으로서 무한한 가치가 있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며 “자연환경과 전설·문화 등 스토리를 개발해 관광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시와 우강면 자치위원회는 다음 달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5월쯤 토론회를 열고 섬 이름을 공모할 예정이다. 이어 인근 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친 뒤 당진 지명위원회의 검토를 받아 국토교통부에 지명 변경을 요청하기로 했다. 국토지리원에 지명등록을 마치면 이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정병희 당진 부시장은 “주민들이 지역 특색을 반영해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삽교천과 무명섬을 삽교호와 연계한 관광지로 개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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