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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악수는 에러·버그가 아닌 최선의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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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3일 이세돌 9단의 백 78수에 대한 알파고의 ‘악수’는 머신러닝(기계학습)에 아직 빈틈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게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알파고, 머신러닝에 아직 빈틈있어
“이세돌 여러 곳서 전투 유리할 것”

경희대 경영학부 이경전 교수는 “알파고의 알고리즘(문제 해결 절차)은 후보군을 뽑은 뒤 여기에서 확률이 큰 수를 선택하는 방식”이라며 “그간 학습한 데이터를 토대로 후보군을 뽑는데 여기서 실수를 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백 78수는 알파고가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수이다 보니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기계적·이론적 결함이 아니라 AI 알고리즘에서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현상이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알파고는 전수조사가 아닌 확률적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에러나 버그라기보다는 AI 패턴인식 알고리즘의 한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제의 악수도 당시 알파고 입장에선 최선의 수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나온 다른 AI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구글의 사진 애플리케이션 ‘구글포토’에서 고릴라를 검색하자 흑인 여성의 사진이 뜬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안면 인식 AI 알고리즘에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AI를 의료·자율주행차 등에 적용할 때 AI의 실수가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는 시험 버전에 못 미치는 프로토타입(견본)”이라며 “의학에 적용한다면 아주 엄격한 테스팅과 시험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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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알파고가 14일 하루 동안 실수를 바로잡고 기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켜 15일 대국에 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AI 전문가들은 물리적·시간적 한계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세대 조성배(컴퓨터과학과 교수) 인지과학연구소장은 “알파고의 ‘악수’는 학습 데이터의 양이 유한하다 보니 생긴 문제인데 이는 데이터를 더 줘서 풀어야 한다”며 “알파고가 하루 동안 스스로 학습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이 프로그램 설정 등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최적화 버전을 갑자기 만지면 결과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전문가들은 15일 대국에선 경우의 수가 많아지게끔 여러 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게 이 9단에게 유리할 것이라 보고 있다. 먼저 집을 확보하고 동시다발성 전투·삭감을 통해 알파고의 세력을 지우는 ‘선(先)실리 후(後)타개’ 전략이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도 “알파고는 상대방이 자신의 집에 침투했을 때 대처능력이 미흡하다”며 “이 9단이 난전을 유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강기헌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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