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행복한 가정의 첫걸음 ‘작은 결혼식’ 인기 행진

중앙일보

입력 2016.03.15 00:03

업데이트 2016.03.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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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 신랑·신부가 꽃 장식으로 무대를 꾸미고 공연장 벤치를 하객석으로 활용해 예술적인 감성을 살린 소규모 식장이 완성됐다.

시간에 쫓겨야 하는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에서 벗어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예비 부부가 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싼값에 식장을 빌리고, 스튜디오 촬영 대신 신랑·신부의 추억이 깃든 곳에서 웨딩 촬영을 한다. 둘만의 개성을 담아 하객과 즐길 수 있는 식순을 직접 구성한다. 허례허식을 걷어내고 가까운 지인만 초대해 작고 소박하게 올리는 예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까운 친척·지인 초대
도시락이나 국수 대접
시골집에서 웨딩 촬영

동갑내기 부부 장보현·민지원(31·서울 문정동)씨는 지난해 말 지인 150여 명을 초대해 작지만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서 6만9000원에 식장을 빌려 하와이 해변을 테마로 식장을 꾸몄다. 음식은 뷔페 대신 값싸고 푸짐한 도시락을 준비했다. 드레스 숍에서 드레스를 두 번 빌리는 비용보다 싼 30만원대의 드레스를 맞춰 웨딩 촬영과 결혼식 때 입었다.

작은 결혼식 신풍속도

웨딩 촬영은 신부 시골집에서 1박2일 동안 친구들과 함께 했다. 민씨는 “결혼식장에서 축의금만 내고 밥만 먹고 가는 분위기나 예식장,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등에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게 싫었다”며 “부부 둘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축하받는 자리를 만들어 우리 결혼식에 온 하객만이라도 결혼문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길 바랐다”고 말했다.

비용 줄이고 개성 넘쳐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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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신부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셀프로 촬영한 웨딩 사진.

최근 ‘스몰 웨딩’을 올리는 신랑·신부가 많다. 말 그대로 절차와 규모를 간소화해 작게 하는 결혼식을 말한다. 가까운 친지나 지인들만 초대해 하객이 많아야 100명 안팎이다. 신랑·신부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예식 콘셉트가 더해지기도 한다.

지난해 5월 강원도 정선의 밀밭에서 진행된 배우 원빈·이나영 부부의 산골마을 결혼식이 대표적이다. 피로연 음식은 가마솥에 끓인 잔치국수 한 그릇이었고, 부케는 들꽃 한 다발이 전부였다.

방송인 김나영도 지난해 4월 제주도에서 10여 명의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작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웨딩잇 김미예 대표는 “유명 연예인의 작은 결혼식이 화제가 되고 해외 거주 경험이 있거나 국제결혼을 하는 커플이 늘면서 결혼식을 파티나 축제처럼 즐기려는 신랑·신부가 늘었다”며 “예식 장소도 도심 웨딩홀이 아닌 야외 문화공간이나 공원 등지로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성정책연구원이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결혼식 형태를 조사한 결과 ‘소규모 결혼식’을 원한다는 응답자가 81%인 반면, ‘대규모 결혼식’은 19%로 집계됐다.

하객 수가 700~800명이 넘는 대규모 예식이 많았던 호텔에서도 소규모 예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콘래드 서울 호텔에 따르면 전체 웨딩에서 하객 100명 이하 소규모 웨딩 비율이 2013년 18.9%, 2014년 23.3%, 2015년 27.5%로 증가했다.

예비 부부들이 스몰 웨딩을 원하는 것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은 불필요한 형식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스튜디오 촬영이나 예물·예단은 생략하기도 한다. 이 비용을 아껴 신혼집 마련과 살림 등에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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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청에서 전통 혼례로 치러진 결혼식.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다 보면 벽에 부닥치기가 쉽다. 양가 부모를 설득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결혼식에 수백 명의 손님을 초대해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부모 의견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 예식 장소도 걸림돌이다.

일반 예식장은 대부분 최소 200명 이상을 보증인원으로 요구하고 있어 하객 100명 내외의 소규모 예식을 올릴 장소가 마땅치 않다. 호텔의 소규모 홀이나 하우스 웨딩업체를 주로 이용하는데 대관료나 하객 1인당 밥값이 일반 예식장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많게는 수백만원대의 꽃 장식 비용도 따로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패키지 상품 가격 거품 유의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의 앞글자를 따 흔히 ‘스드메’로 불리는 패키지 상품도 문제다. 결혼대행업체를 통해 세 가지를 진행하면 300만~350만원 정도 든다. 따로 하면 값이 비싸져 불필요한 항목이 있더라도 빼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에서 작은 결혼식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저렴한 비용으로 주말마다 시민청과 서울연구원 뒤뜰을 결혼식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결혼컨설팅업체를 비롯해 스튜디오, 드레스·메이크업 숍 등이 만든 협동조합도 있다. 중간 수수료를 없애 필요한 품목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결혼문화협동조합 조완주 이사장은 “결혼식을 간소화하더라도 비용이 줄지 않아 자칫 ‘무늬만 작은 결혼식’이 될 수 있다”며 "결혼식 예산에 맞게 업체별 정보와 가격을 꼼꼼히 체크한 뒤 필요한 품목만 선택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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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서울시민청·웨딩잇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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