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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매뉴얼 ②] 포장만 봐도 안다, 달콤하게 다가와 눈처럼 녹는 초콜릿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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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아는 것과 즐기는 것은 다릅니다. 지식 없이도 음식을 즐길 순 있죠. 하지만 한계는 분명해요. 아는 게 없으면 음식을 보는 눈이 같은 곳을 맴돌거든요. 소중이 만난 ‘초콜릿 선생님’ 고영주 쇼콜라티에 역시 “초콜릿의 세계는 넓다”고 강조합니다.

미각편- 초콜릿

편의점표 지도만 들고 있었다면 몰랐을 얘기죠. 이번 매뉴얼엔 넓고 정확하고 읽기 쉬운 초콜릿 지도를 담았습니다. 지도를 따라 개성 넘치는 초콜릿 왕국들을 방문해보세요. 사르르 녹아내리고 싶을 만큼 마음에 딱 드는 초콜릿을 발견하는 게 ‘필’의 시작일 테니까요.


포장만 봐도 안다, 달콤하게 다가와 눈처럼 녹는 초콜릿

●초콜릿은 원래 달지 않았다


 카카오를 본 적 있나요. 과일향이 나는 길쭉하고 단단한 열매죠. 이걸 누가 초콜릿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선생님 “초콜릿을 처음 개발한 이들은 ‘마야족’으로 알려졌어요. 기원전부터 멕시코·과테말라에 정착했던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초콜릿 음료를 즐겨 마셨죠. 유물과 유적이 이를 증명해요. 1984년 발견된 한 마야인의 무덤 안에서 발견된 항아리의 뚜껑에선 초콜릿의 성분인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이 검출되기도 했죠.”

해라 “지금의 초콜릿과 같은가요?”

선생님 “아뇨. 무척 쓰기만 했대요. 카카오 가루만 물에 타거나 고춧가루를 섞어 마셨거든요. 16세기 멕시코를 정복한 코르테스는 카카오 원두를 고국 스페인으로 가져갔죠. 하지만 쓴맛에 반응은 시큰둥했어요. 그러다 스페인 귀족들이 설탕·바닐라·계피 등의 향신료를 섞어 마시기 시작하면서 초콜릿의 진가를 알아봤다고 하네요. 초콜릿의 고향인 남미산 카카오 원두는 여전히 최상품으로 취급됩니다.”

지윤 “그런 고급 초콜릿은 어떻게 구하나요?”

선생님 “고급 초콜릿보단 맛있는 초콜릿을 많이 경험하세요. 왜냐고요? 미식가는 좋은 음식을 알아보는 사람입니다. 머릿속 단맛을 지우고 초콜릿이란 맛의 바다에 푹 빠져본 사람이 남미의 맛도 알아볼 수 있겠죠.”

●마법의 숫자 50과 30을 기억하라

초콜릿 지도를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고영주 쇼콜라티에는 원료부터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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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게 카카오 열매예요. 열매의 속을 발효시키고 말리면 카카오 원두가 만들어지죠. 원두를 다시 한 번 볶아서 잘게 부수면 ‘카카오닙스’가 돼요. 맛보면 고소하고 쌉싸래한 게 초콜릿과 닮았죠. ‘카카오버터’는 카카오닙스를 가열해 얻은 기름기를 굳혀서 만든 건데요. 만져보면 흔히 아는 버터처럼 미끈거리죠. ‘카카오매스’는 기름이 빠져나간 건조한 카카오닙스를 갈아 만든 가루예요.”

해라 “카카오버터와 카카오매스의 역할은 뭔가요?”

선생님 “카카오버터는 초콜릿의 식감을 좌우해요. 사르르 녹는 맛은 카카오버터의 힘이죠. 반면 카카오매스는 색깔도 까맣고, 쌉싸래한 향이 나는데 이게 초콜릿의 색깔과 맛, 향을 결정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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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초콜릿의 경우 입자가 균일하고 미세해 쪼갰을 때도 표면이 반듯하고 균일하게 잘려 있음을 알 수 있다.
2 설지윤(왼쪽)·장해라 학생 기자가 카카오 원두의 향을 음미하고 있다.

예원 “그렇다면 화이트 초콜릿엔 카카오매스가 들어가지 않나요?”

선생님 “맞아요. 화이트 초콜릿은 카카오버터와 우유가루·설탕으로만 맛을 내요. 여기에 카카오매스를 더한 게 밀크초콜릿이죠. 다크초콜릿에는 우유가루가 빠지고 카카오매스·카카오버터·설탕이 들어가죠. 카카오매스와 카카오버터가 첨가된 비율을 ‘카카오 함량’이라고 하는데요. 고급 다크 초콜릿은 50%, 밀크와 화이트 초콜릿의 카카오 함량은 30%가 넘어요.”


●성분이 단순할수록 좋다

마트에 가면 진열된 초콜릿의 종류만도 수십 가지죠. 거기서 어떻게 좋은 초콜릿을 고를까요. 선생님은 성분 표시부터 보라고 강조했어요.

선생님 “고급 초콜릿의 성분 표시는 읽기 쉽고 길이도 짧습니다. A제품부터 볼까요. 카카오매스·카카오버터가 대부분이네요. 반면 B제품을 보세요. 카카오 함량은 얼마 되지 않는데 식물성경화유지·전지분유·D-소르비톨액 등 복잡한 화학물질이 가득하죠. 가짓수도 10개는 돼 보이네요.”

예원 “그중 ‘식물성경화유지’ 성분이 많이 들어가요.”

선생님 “비싼 카카오버터 대신 넣는 거예요. 보통 ‘팜유’라고 부르죠. 좋은 초콜릿의 지방 성분은 카카오버터가 100%예요. 그런 제품은 입에 넣자마자 녹아서 사라지죠. 반면 팜유를 넣은 초콜릿은 잘 녹지 않고 입안에서 뭉쳐요. 텁텁함도 남기고요.”

지윤 “맛도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선생님 “맞아요. 고급 초콜릿은 단맛 외에도 쓴맛·떫은맛·신맛 등 다양한 맛이 나죠. 저급의 경우 달기만 해요. 성분을 보면 이유가 나와요. 이 제품의 카카오 함량은 8%. 나머지는 설탕이란 얘기죠. 그 밖의 성분들은 극소량만 첨가되거든요. 즉, 좋지 않은 초콜릿을 먹는 것은 설탕 덩어리를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죠.”


●벨기에는 고급화, 영국은 대중화

유럽은 명품 초콜릿의 각축장입니다. 유명 브랜드 대부분이 유럽에서 싹을 틔웠죠. 물론 나라별로 스타일은 다릅니다. 유제품이 발달한 스위스는 밀크 초콜릿이 최고이고, 산업혁명이 움튼 영국은 초콜릿의 대중화에 기여했어요. 선생님은 그중에서도 벨기에의 초콜릿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하네요.

아는 척 포인트 1 초콜릿 관련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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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랄린 Praline | 1912년 벨기에의 노이하우스에서 개발한 한입 크기 초콜릿. 크림·견과류·증류주·과일 등을 사용한 반죽을 초콜릿으로 쉘(껍질)을 씌운 형태가 많다. 그중 초콜릿에 생크림을 섞어 만든 가나슈, 생크림에 견과류와 초콜릿, 혹은 견과류와 설탕을 넣은 프랄리네 크림이 흔히 쓰인다.

프랄린 중에는 송로버섯(Truffle)을 닮아 트뤼플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있다. 초콜릿·생크림·견과류·과일 등이 들어간 내용물 겉에 카카오파우더·아몬드·슈거파우더 등을 묻혀 만든다. 초콜릿과 생크림을 넣어 만든 기본형을 ‘파베 초콜릿’, ‘생초콜릿’이라고도 부른다. 또 표면에 견과류·건과일 등이 드러나게 올린 것을 망디앙(Mendiant)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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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두야 Gianduia | 이탈리아의 대표 초콜릿이다. 다크 초콜릿에 분쇄한 헤이즐넛을 7대 3 정도로 섞어 만들어 질감이 부드럽고 맛과 향도 풍부하다.

페레로사의 초콜릿 스프레드 누텔라는 여기에 크림을 섞은 것으로, 잔두야 페이스트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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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Ttablet | 판 모양의 초콜릿을 말한다. 1847년 영국의 프라이사가 틀에 부어 모양을 내는 초콜릿을 개발하면서 처음 만들어졌다.

아는 척 포인트 2 각국을 대표하는 초콜릿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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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 고디바(Godiva), 노이하우스(Neuhaus), 비타메르(Wittamer)

프랑스 | 발로나(Valrhona), 라 메종 드 쇼콜라(la maison du chocolat), 보나(Bonnat)

스위스 | 네슬레(Nestle), 밀카(Milka), 토블론(Toblerone)

이탈리아 | 페루지나(Perugina), 페레로(Ferrero), 뱅키(Venchi)

선생님 “벨기에 초콜릿은 힘이 있어요. 모양은 투박한데, 맛엔 자부심이 듬뿍 묻어있죠. 노련한 장인이 좋은 원료를 고집해 만든 맛이라 할까요. 실제로 브뤼셀에는 17세기부터 초콜릿 장인들이 정착해 최고급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거리 곳곳에 오래된 수제 초콜릿 가게가 가득하죠. 견과류·술·버터 등으로 속을 채운 벨기에식 초콜릿 ‘프랄린’에도 이 정신은 반영돼 있어요. 산업혁명 이후 유럽엔 공장에서 생산된 저급 초콜릿이 유행하기 시작했죠. 이에 반해 초콜릿 본연의 맛을 찾고자 개발된 게 프랄린이에요.”

또 다른 초콜릿 강국 프랑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선생님 “프랑스 초콜릿은 정갈해요. 동시에 기교가 느껴지죠. 초콜릿을 얇게 입혀 모양을 낸 프랑스식 디핑 초콜릿을 눈으로 보면 감이 올 거예요. 쉽게 넘볼 수 없는 깔끔함. 그게 그들의 멋이죠. 유난히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이 인기이기도 해요. 미식가의 나라답게 원재료의 맛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초콜릿, 오감으로 완전 정복

기다리던 시식 시간. 학생기자들은 선생님이 소개하는 ‘오감만족 매뉴얼’에 따라 초콜릿을 음미해 봤어요.

선생님 “먼저 방문할 초콜릿 가게를 정해야겠죠. 오늘은 벨기에식인가요, 프랑스식인가요? 나라별 초콜릿 스타일을 복습해보는 것도 좋아요. 그 다음 가게의 분위기를 파악하세요. 장식을 살피는 것도 좋고, 음악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습니다. 포인트는 ‘어떤 사람들이 초콜릿을 만들고 있을까?’를 상상하는 거예요.”

학생기자들 앞에 시식용 초콜릿 ‘딸기 트뤼플’이 놓였습니다.

선생님 “눈으로 먼저 즐기세요. 초콜릿의 색깔이 균일한지, 표면에 광택이 도는지 확인합니다. 그 다음 모양을 보죠. 완성도를 따질 필요는 없어요. ‘모양이 내 마음에 든다’ 혹은 ‘들지 않는다’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 다음엔 모두 코로 향을 음미했죠.

선생님 “초콜릿은 상온에 있어야 향이 발산됩니다. 손을 살짝 비벼서 약간 열을 가하는 것도 좋겠죠. 달콤한 향이 느껴지나요. 견과류나 과일 향이 나기도 할 거예요.”

드디어 초콜릿을 한 입 베어뭅니다.

선생님 “어때요, ‘바삭’ 소리가 들리나요? 껍질이 얇을수록 잘 만든 초콜릿입니다. 부서지는 소리도 경쾌하죠. 초보자가 만든 초콜릿은 표피가 두껍고 소리도 둔탁합니다.”

이제 미각을 동원할 차례입니다. 혀에 올려놓고 천천히 녹이는 거죠.

선생님 “좋은 초콜릿은 입에 넣자마자 녹습니다. 처음엔 단맛이 강하죠. 신맛, 떫은맛은 천천히 올라옵니다. 끝은 약간 쓰네요. 하지만 남는 것 없이 깔끔하게 사라지죠. 마지막으로 초콜릿의 맛을 다시 떠올려 봅시다. 친구랑 같이 먹고 싶단 생각이 드나요? 축하합니다. 정말 맛있는 초콜릿을 발견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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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선생님으로 나선 고영주 쇼콜라티에와 그의 제자가
된 설지윤·장해라 학생기자, 김예원 학생모델(왼쪽부터).

오감만족 매뉴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초콜릿

1카카오 함량 외에 고급 초콜릿을 구분하는 기준은 최고급 초콜릿의 포장지엔 ‘그랑크루(Grand Cru)’가 쓰여 있어요. 최고급 카카오 원두인 크리오요 원두나 섬세한 제조법으로 만들었다는 뜻이죠. 코코아 가루의 경우 함량 100%의 카카오 파우더를 음료용으로 처리한 ‘더치 코코아 파우더’를 추천합니다.

2초콜릿 보관법은 초콜릿은 25℃ 이상의 더운 곳이나 냉동실 같이 습하고 차가운 곳 등을 무척 싫어합니다. 주변의 나쁜 냄새를 흡수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해요. 직사광선이 없고 18~22℃ 정도의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 지퍼백 등으로 밀봉해 보관하는 게 좋아요.

3 초콜릿을 먹으면 공부가 잘 된다는데 카카오의 ‘폴리페놀’ 성분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주거든요. 다크 초콜릿을 꾸준히 섭취한 노인들의 인지 능력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사랑에 빠졌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아난다마이드’와 ‘페닐에틴아민’이 함유돼 기분도 좋아집니다.

4살찔 것 같아서 안 먹게 돼요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엔 단백질과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어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됩니다. 카카오버터는 호르몬을 자극해 허기를 덜 느끼게 하죠. 또한 카테킨과 에피카테킨 성분은 근육을 강화시켜 운동 효과를 높입니다.

5 하루에 얼마나 먹는 게 좋은지 카카오 함량 100% 초콜릿은 하루에 42g(엄지만한 크기로 12개), 85%는 35g(엄지만한 크기로 10개), 70%는 28g(엄지만한 크기로 8개), 50%는 7g(엄지만한 크기로 2개) 정도 섭취하는 게 적당합니다. 여기서 엄지만한 크기란 엄지손가락 끝 부분 관절 정도를 말합니다.

글=이연경 인턴기자 slwitch@joongang.co.kr

동행취재=장해라(아산 신창중 2)·설지윤(전주 아중중 1) 학생기자·김예원(서울 우석초 6) 학생모델,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참고 도서=『초콜릿』, 『초콜릿 학교』, 『초콜릿의 기적』, 『초콜릿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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