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자체 나서 불법 브로커 근절 … 외국인 의료관광 보험 마련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70호 14면

대구시 동구 신서동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전경.

“불법 브로커의 농간에 지친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이 서울이 아닌 대구를 찾게 하겠다.”


차순도 대구 메디시티협의회 회장이 대구 의료관광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의료산업도 물산업과 함께 대구의 미래를 이끌 신산업으로 꼽힌다. 대구가 말하는 의료산업은 크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과 의약품·의료기기 제조업 두 가지다. 지난달 22일 찾은 상하이에서는 대구의 의료관광 비전을 상징할 수 있는 조그만 행사가 열렸다. 한·중 합작 의료관광기업 JSK한유의 출범식 겸 ‘한국의료관광협력 계약식’이었다. 대구시의 상하이 의료관광사무소 역할을 맡은 중국 기업 한유투자관리와 대구의 화장품기업 JSK가 합작회사의 모기업이다.


현지에서 만난 JSK 한정선 대표는 “JSK한유는 중국의 의료관광에서 중국과 한국 병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에 병원을 건설해 의료 한류 바람에 일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불법 브로커들이 해오던 역할을 대구시가 지정한 에이전시에서 대신 맡아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대구시 의료관광의 주 타깃은 중국인이다. 대구시가 상하이의 중국 기업에 의료관광사무소를 설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구시는 중국 외에도 베트남과 캄보디아·카자흐스탄 등지에 12개의 대구 의료관광 홍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에 들어온 의료관광객을 돌보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2014년 8월 대구시가 시내 주요 병원들과 함께 만든 대구의료관광진흥원이 그것이다. 진흥원은 의료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병원 안내와 통역·숙박·교통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관광 중에 사고가 날 때를 대비해 대구시에 의료분쟁지원위원회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의료관광 전용 보험상품인 ‘외국인 건강검진 안심보험’도 마련했다. 보험료는 대구시와 병원이 부담하고 보험 혜택은 건강검진을 이용하는 외국인이 받는 구조다. 불법 브로커를 근절하고 의료 분쟁으로 인한 ‘의료 한류’의 이미지 실추를 막겠다는 것이다.


의료관광은 이제 시작인 만큼 실적은 미약하다. 지난해 대구시를 찾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약 1만5000명. 올해는 2만 명, 2018년까지는 5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장기적으로 외국 병원 유치와 대구 병원의 외국 진출 등을 통해 100만 명의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대구 지역 병원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한·중 합작병원 ‘K-뷰티 메디털 센터’도 개원했다. 중국의 국립 시안의과대학이 돈을 대고 대구 지역 병원들은 기술과 인력을 담당하는 구조다.


왜 대구가 의료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았을까. 외국 관광객이 굳이 볼거리가 많은 서울을 떠나 대구까지 가서 치료받을 이유가 있을까. 대구시 김대영 의료허브조성과장은 “대구는 경북대와 영남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대구한의대 등 의과대학이 많아 인구 대비 의과대학 수로 보면 전국 1위의 고급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며 “7대 광역시 중 암 진료비가 가장 낮을 정도로 의료비용이 저렴한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자체가 직접 한·중 간 교량 역할을 맡아 각종 지원에 발벗고 나서는 점도 타 지역과의 차별점이다.


대구시는 의료관광과 의료산업을 지원·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2009년 지정된 동구 신서동의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가 그것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동아시아 의료산업 허브, 메디시티 대구’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건 연구·제조 융합 의료클러스터다. 2013년 이미 부지 조성공사를 끝내고 지금은 신약개발지원센터와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실험동물센터·임상신약생산센터 등 4개 핵심 연구시설과 한국 메디벤처센터 등이 들어섰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뇌연구원과 한국한의학연구원·한의기술응용센터 등 국책연구기관들도 입주했다. 인프라가 깔리면서 의료 관련 민간 기업의 입주 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공단 부지만 개발해 놓고 입주 기업이 없어 흙먼지만 날리고 있는 타 지역 단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구시는 또 수성구의 경제자유구역에는 ‘수성알파시티’라는 이름의 의료관광단지도 추진 중이다. 8만2800㎡(약 2만5000평) 규모의 단지에 외국 병원과 의료관광 전문호텔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