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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괴물이 돼버린 친절한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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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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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지옥
도이 다카요시
신현정 옮김, 새움
284쪽, 1만3000원

항상 자신을 친절하게 연출한다. 인간관계가 원만해야 상처받지 않아서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상대를 깊이 이해하려 하는 것도 피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최근 일본의 한 청소년연구소가 진단한 요즘 일본 젊은이들의 단면이다. 연구소는 그런 청년층을 ‘마찰 회피의 세대’라고 정의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친절한 관계’ 유지다.

『친구지옥』은 바로 그런 문제를 들여다 본 책이다. ‘친밀하지 않고 친절한’. 이게 책의 키워드다.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회 현상을 ‘친절한 관계’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이지메는 왜 생겨나며, 순수를 앞세운 모바일 소설은 왜 유행하고 은둔형 외톨이는 왜 생겨나는지. 친절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지옥 같이 돼버린 인간관계의 덫에 걸린 젊은이들의 모습이 서늘하다. 일본에서 2007년 발간됐다. 경제원칙을 최우선시하다 보니 인간은 작아졌다. 스스로 가치관을 만들려 해도 기준이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작은 집단 안에서, 친절한 관계에 매달리게 된 배경이다. 한국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읽기에도 무리 없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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