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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사진으로 보는 바둑 명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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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뜨겁다.19.6%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근 막을 내린 ‘응답하라 1988(응팔이)’는 4050 세대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1020세대에겐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 박보검이 열연한 ‘천재 바둑기사 최택’은 단연 화제를 모았다. 최택은 이창호 9단을 모델로 한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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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8의 한 장면.박보검이 ‘천재 바둑기사 최택’으로 등장했다.최택은 이창호 9단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응답하라 1988 캡처]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방영된 ‘미생’도 바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미생’은 바둑기사 프로입단에 실패한 주인공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입사해 겪는 일들을 바둑에 비유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같은해 개봉한 정우성 주연의 ‘신의한수’ 또한 바둑을 소재로한 액션영화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마추어 바둑기사와 조폭 두목의 우정을 바둑을 매개체로 그린 이 영화는 356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조세래 감독의 바둑영화 ‘스톤’도 2014년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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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방영된 ‘미생’은 바둑기사 프로입단에 실패한 주인공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입사해 겪는 일들을 바둑에 비유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TVN 드라마 미생 포스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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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지난 2014년 개봉한 정우성 주연의 ‘신의한수’또한 바둑을 소재로한 액션영화다.[신의한수 포스터]

이러한 바둑의 열풍은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 간 세기의 대결로 절정에 이르고 있다.‘세기의 대국’이라는 이번 대국은 9일부터 10ㆍ12ㆍ13ㆍ15일 총 다섯번 열린다.

이창호는 현재 한국바둑의 1인자다.그러면 한국바둑을 이끈 천재기사들은 어떤 계보로 이어져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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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을 이끈 1인자들.왼쪽부터 조남철,조훈현,이창호,이세돌.[사진 중앙포토]

한국바둑은 조남철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한국바둑의 아버지’라 불린다. 해방직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1인자로 군림했다. 이후 1인자는 김인에게 물려졌고,10년 뒤엔 조훈현이 물려받는다. 조훈현은 20여년간 한둑바둑의 황제였다. 조훈현의 아성은 그의 제자 이창호가 물려받았고, 이창호는 이세돌에게 왕위를 물려줘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눈에 띄는 명승부를 사진으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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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조훈현(왼쪽)과 녜웨이핑이 응씨배 결승 제1국을 두고 있다. [사진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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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은 1989년 9월6일 김포공항에서부터 출발, 마포가도까지 카퍼레이드로 금의환향했다.[사진 중앙포토]

바둑사의 명승부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대국은 조훈현이 1989년 9월 싱가포르에서 중국의 녜웨이핑 9단과 겨뤘던 ‘제1회 응씨배(應氏盃) 세계대회 결승 5번기’다. 2대2로 맞선 상태에서 치룬 마지막 대결에서 조훈현 9단은 역사에 남을 승착이자 마지막수인 145수로 승리했다. 당시 일본 바둑은 최고의 절정기였고, 중국은 죽(竹)의 장막을 드리운 채 쇠퇴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중국 불세출의 천재라 일컬어지던 녜웨이핑 9단은 일본의 에이스 후지사와 슈코 9단을 물리치는 등 승승장구하던 때였다. 조훈현의 이 승리로 한국은 바둑의 변방에서 단번에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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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제3회 동양증권배에서 이창호(오른쪽ㆍ당시 17세) 9단은 세계 최연소 챔피언을 차지했다.[사진 한국기원]

1992년 1월 27일은 이창호가 자신의 시대를 세계에 알린 날이다. 16세 6개월 나이에 불과한 이창호는 이날 제3회 동양증권배 결승5번기 최종국에서 ‘반상의 거인’이라 불리던 중국의 린하이펑 9단을 이겨 최종성적 3대2로 물리쳤다. 바둑사에 처음으로 10대 기사가 세계챔피언에 오른 역사적인 쾌거였다.

당시 월간 ‘바둑’은 20세기의 10대 명승부를 꼽으며 ‘1위 조훈현 9단의 응씨배 우승’에 이어 이창호의 동양증권배 우승을 2위로 선정하기도했다. 린하이펑 9단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바둑 기사다.1965년 23세의 나이로 명인에 올라 이후 10여년간 일본바둑을 제패했다. 26세가 된 1968년엔 최연소로 일본 양대 타이틀인 명인ㆍ본인방을 동시 석권한 기록도 세운 말그대로 불세출의 스타였다. 이러한 린하이펑을 꺽은 이창호를 당시 바둑계는 ‘16세 소년의 반상혁명’이라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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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은 1989년 9월6일 김포공항에서부터 출발, 마포가도까지 카퍼레이드로 금의환향했다.[사진 중앙포토]

이세돌 9단이 중국 구리 9단의 2014년 ‘10번기(-夢百合 李世乭 古力 十番棋)’는 또 하나의 ‘세기의 대결’이었다. 이세돌과 구리는 동갑내기다. 구리가 1983년 2월 3일생, 이세돌은 3월 2일생이다. 같은 시기 한국과 중국이 낳은 천재기사였다. 세계바둑계는 누가 진정한 1인자인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마련된게 10번기다. 이 대결에서 이세돌은 10번기를 8국에 마감했다. 최종성적은 6승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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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오른쪽)이 8일 ‘알파고’와의 대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다중촬영). 왼쪽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강정현 기자

9일부터 15일까지 다섯번 열리는 이번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도 역사에 남을 ‘세기의 대결’이다. 어떤 명장면이 사진으로 기록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대국은 제한 시간 2시간. 시간을 모두 사용한 후에는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진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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