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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면세점 경쟁력 키우려면 규제 더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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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소아 기자 중앙일보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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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경제부문 기자

정부가 면세점 특허기간을 현행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늘리는 개선안을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기간을 늘리되 특허수수료를 매출의 0.5~1%로 지금보다 10~20배 인상하는 안이 유력하다.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개된 내용만 보면 여전히 기간 연장과 수수료 인상을 적당히 버무린 ‘짜깁기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행 면세제도의 맹점은 양파 껍질처럼 규제를 벗겨내면 또 다른 규제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특허기간이 짧은 것과 더불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원점에서 다시 심사받는 것도 문제다. 특허가 획획 바뀐다면 과감히 투자할 기업이 어디 있겠나. 투자를 안 하니 경쟁력이 커지지 않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행 제도 이전에는 특허 기간이 10년이었고 결격사유가 없으면 자동연장하는 ‘자동갱신제’였다. 대부분의 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던 것이 기간은 반으로 줄고, 관세청이 생사여탈권을 쥔 지금의 경쟁입찰제로 바뀌었다. 면세점이 결격사유(불법행위, 운영능력 상실, 실적부진 등)가 있으면 응당 특허를 내놔야 한다. 어차피 경쟁에서 살아남지도 못한다. 그러나 지난해 관세청이 탈락시킨 롯데면세점 월드점과 SK 워커힐면세점은 위법요소도 없고 수십 년간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 상위권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이로 인한 비정규직 양산과 고용불안, 납품업체와의 계약 파기 문제 등은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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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업계에선 면세점 하나가 자리 잡는 데 최소 5년 이상이 걸린다고 본다. 실제 이번에 신규 특허를 받은 일부 면세점은 글로벌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면세점을 더 이상 ‘관(官)마인드’로 통제하려고 해선 안 된다. 그러기엔 이미 우리 관광산업의 핵심 연계산업이자, 해외 기업들과 경쟁할 서비스 산업으로 시장이 진화했다. 일본과 중국이 있던 규제마저 속속 풀어 면세점 산업을 키우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허수수료만 해도 외국은 많아야 연 1500만원 정도만 부과하고 있다. 면세혜택을 보는 건 소비자이지 기업이 아니며, 면세 기업도 다른 기업처럼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매출에 별도의 과도한 수수료를 매길 근거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서비스산업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는 규제를 확 바꿔야 된다”고 했다. 면세점 제도도 기왕 개선에 나섰다면 수치 몇 개를 조정하는 생색내기에 그치지 말고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시장에 진출하게 해야 한다. 관세청은 규제를 확 풀고 면세점 부정행위 적발에만 집중하면 될 일이다. 짜깁기 규제완화로는 면세점 경쟁력을 못 키운다.

이소아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