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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 80년간 써온 공식 문장 폐기한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이 80여년간 써왔던 공식 방패 문장(紋章)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문장이 노예제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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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로스쿨이 80여년간 상징으로 써 온 공식 문장.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버드 로스쿨이 4일(현지시간) 교수와 재학생, 동문,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공식 문장을 폐기할 것을 이사회에 정식 권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 로스쿨 문장은 학교의 표어인 ‘진리(veritas)’라는 라틴어 문구 아래 ‘아이작 로열 주니어’ 가문의 문장에서 차용한 밀 다발 세 묶음이 역삼각형 형태로 배치돼있다. 로열 주니어는 18세기 하버드대가 처음으로 법학 교수를 채용할 때 거액을 기부해 로스쿨 설립을 도운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하버드의 일부 학생들이 로열 주니어 가문의 재산은 대부분 카리브해의 설탕 농장과 매사추세츠의 농장 노예들을 착취해 얻어낸 것이라고 비판하며 학교의 공식 문장 폐기를 요구해왔다. 로스쿨 학생들은 ‘로열 가문은 물러나야 한다’(Royal Must Fall)는 단체도 결성했다.

하버드 로스쿨의 마사 미노 학장은 “노예제와 관련됐다는 비판을 받는 문장은 하버드 로스쿨의 가치와 지향을 대표할 수 없다”며 “오히려 분열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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