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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고집에 밀린 김무성 상향식 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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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고집스러운 ‘밀어붙이기’에 김무성 대표가 밀렸다. 7일 새누리당 공천내전(內戰) 1라운드 상황이다.

김 대표 “공천안 소명” 최고위 소환
이 “예의상 왔다, 이젠 부르지 말라”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로 이 위원장을 ‘소환’했다. 공천위가 지난 4일 발표한 1차 공천안(우선추천지역 4, 단수추천지역 9, 경선대상지역 23곳 선정)에 대해 소명하란 취지였다. 특히 공천위가 1차 발표에서부터 무(無)경선 단수추천제를 9개 지역에 적용한 건 상향식 공천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시각이었다. 전날 “거기(최고위)에 갈 일 없다”며 출석을 거부하던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입장을 바꿔 호출에 응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출석은 김 대표의 의혹을 풀어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회의 시작 30분 뒤에야 도착한 이 위원장은 “(최고위가) 공천위에 압력을 넣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엔 처음이니깐 예의 차원에서 왔으니 앞으로는 부르지 말라”는 말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대표의 ‘소환령 재발동’을 원천봉쇄해 버린 발언이다. 이 위원장이 최고위에 있던 시간은 13분이었다.

이 위원장이 출석해 있는 동안 김 대표는 “구미을 김태환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고 단수추천을 한 게 근거가 있느냐”거나 “단수추천을 하면 경쟁하던 후보들이 (탈락에 반발해)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주장엔 크게 힘이 실리지 않았다. 이 위원장이 떠나고 난 뒤 이뤄진 표결에서 당 최고위는 김태환 의원을 탈락시키고,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의 공천을 확정하는 1차 공천안을 가결시켰다. 만장일치 의결이었다. 김 대표마저 공천안을 추인해 줬다는 뜻이다. 김 대표가 반대해도 사실상 힘을 쓰기 어려운 구조였다. 최고위 전체 구성원 9명 중 이한구 위원장과 같은 친박근혜가 5명(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 최고위원)이기 때문이다. 의결 순간 김 대표는 당직자들이 의사봉을 가져오려고 하자 “됐다, 그만두라”고 한 뒤 맨손으로 땅땅땅 책상을 두드려 가결을 선언했다. 당직자들은 “의결해 주긴 했지만 김 대표의 속이 좋을 리 있겠느냐”는 말을 주고받았다.

최고위 후 김 대표는 김태환 의원을 찾아가 “첫 공천안인데 이걸 뒤집으면 다음 공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입장을 선회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내부엔 “예상했던 결과”라는 평가도 많았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성향상 김 대표보다 이 위원장이 훨씬 강성”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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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결국 정치는 타협”이라고 주장해온 타협론자다. 반면 경제관료 출신으로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이 위원장은 여당에서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해온 비타협적 원칙론자다. 이 위원장의 뒤에는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4·13 총선 지역구 253개 중 우선추천지역 등의 형식으로 사실상 전략공천이 이뤄지는 지역이 80곳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르면 8일 발표될 2차 공천 결과를 놓고서도 이런 양상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원한 핵심 당직자는 “오늘(7일)도 이한구 위원장을 대신해 다른 공천위원들이 1차 공천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한 뒤에야 김 대표가 수긍한 것”이라며 “공천위가 상향식 공천 원칙과 정면충돌하는 순간이 되면 김 대표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남궁욱·최선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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