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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103만원, 제멋대로 대학 입학금, 사용처도 깜깜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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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입생으로 입학한다는 이유만으로 100만원 넘는 돈을 더 내라는 게 말이 되나요.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물어봐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으면서 두루뭉수리 넘어가려 하고….”

사립대 평균 72만원, 국립대 14만원
신입생들 복지·교육비 명목 부과

올해 고려대에 입학한 김태현(20)씨는 수능시험을 본 뒤 석 달 동안 카페 서빙 일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 450만원을 모았다.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하겠다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김씨의 계획은 등록금 고지서를 받자마자 물거품이 됐다. 신입생의 경우 등록금 외에 103만원의 입학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는 김씨의 입학금 관련 문의에 “신입생들의 복지 및 교육 비용”이라고만 설명했다고 한다. 부모에게 입학금 납부를 부탁한 김씨는 “2·3·4학년과 똑같이 학교 시설을 이용하고 수업을 듣는데도 신입생만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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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연구단체인 대학교육연구소가 공개한 ‘2015년 대학 입학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학의 입학금은 0∼103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고려대가 103만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대(102만원)와 한국외국어대(10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고려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입학금은 학생 교육 환경 개선에 쓰이고 있다”고 했다.

181개 사립 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72만원이었다. 그중 인천가톨릭대 등 3개 대학은 입학금을 전혀 받지 않았다. 인천가톨릭대 관계자는 “성소(신부 등 성직자 생활을 하기 위한 수도생활) 교육을 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학교 측에서 입학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공립 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14만원으로 사립대 평균 입학금의 20% 수준이었다. 그중 인천대의 입학금이 3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AIST(35만원)와 울산과기대(3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교대 등 대부분의 교육대학은 입학금이 10만~20만원 수준이었다. 국공립대 중 한국교원대 등 3개 대학에는 입학금이 없었다.

대학들은 입학금 산정 기준과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청년참여연대가 지난달 입학금 상위 34개 대학을 대상으로 입학금 산정 기준과 지출 내역 등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더니 연세대 등 26개 대학이 ‘정보 공개 불가’ 또는 ‘경영상 비밀로 공개 불가’라고 응답했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산정 기준을 공개했다고 답한 학교도 있었지만 확인 결과 대학알리미에는 등록금 산정 기준만 공개돼 있을 뿐 입학금 산정 기준은 나와 있지 않았다. 고려대와 건국대 등 6개 대학은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답변 시한인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보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많게는 등록금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입학금을 내면서도 왜 내야 하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 수 없다. 올해 한양대에 입학한 박주민(19)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비용부터 학생증 발급 비용까지 개별적으로 학생들이 다 지불하고 있다. 등록금 고지서에 입학금이 따로 적혀 있어 이런 데 쓰이는 것으로 짐작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도대체 입학금은 어디에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입학금은 ‘그 밖의 납부금’ 항목에 포함돼 있다. 등록금과 달리 입학금에 대해서는 용도를 한정하는 규정이 없다. 교육 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각 대학이 자의적으로 입학금을 책정해 입맛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양대는 입학금 지출 내역을 묻는 질문에 “유형고정자산(토지·건물 등 1년 이상 사용하는 유형의 자산) 매입에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강대는 “입학금은 그 사용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청년참여연대 김주호 사무국장은 “대학들이 근거 없이 입학금을 과다하게 책정한 뒤 학교 운영 전반에 이를 사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입학금도 등록금처럼 개별 항목으로 분리해 산정 근거부터 지출 내역까지 철저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국회에 고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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