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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대북제재 에너지난 버티자…평양 버스에도 태양광 패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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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자연에네르기(에너지)를 적극 이용하여 긴장한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사업을 힘있게 밀고나가야 합니다.”

유엔이 결의안 채택한 날 오후
‘태양광 제품 생산라인 완비’ 발표
부족한 전기·석유 대신할 고육책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말이다. 자연에너지는 태양광· 태양열· 지열· 풍력 등을 말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자 자연에너지 가운데 태양에너지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대북 제재로 가중될 석유·전기 등 에너지난을 버텨보겠다는 계산이다. 북한은 4월까지 겨울 날씨가 계속돼 대북 제재에 따른 에너지 대책이 절박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일성종합대학이 태양광 연구 및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그 날 오후다. 조선중앙통신은 “고효율 태양광 전지판(패널)을 비롯해 태양광 에너지 이용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도 완비해 생산의 공업화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또한 “태양광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전 과정이 컴퓨터로 통합조정되는 발전체계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전체계로 ▶가정용 1~5㎾ ▶공공시설 및 봉사시설용 10~30㎾ ▶공장·기업소 50~500㎾ 까지 전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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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태양에너지를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다. 남포시는 태양광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화보집 조선·조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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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해운사업소는 태양광 여객선을 만들었다. [사진 조선중앙TV·화보집 조선·조선의 오늘]

북한은 2013년부터 자연에너지의 개발과 이용에 관심이 많아졌다. 세계적으로 자연에너지에 대한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2013년 ‘재생에네르기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자연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해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국토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자연에너지의 예찬론자다. 2014년, 2015년 신년사에서도 자연에너지의 중요성을 빠뜨리지 않았다. 북한에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고 중요한 부문을 차지해 그 대책을 자연에너지에서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요즘 북한에서 자연에너지 가운데 태양광이 대세다. 온수·난방용으로 태양열이 한 때 인기였지만 최근 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전기로 난방까지 해결돼 더 그렇다.

송영일 중국 옌볜과기대 전기설비처장은 “북한은 2013년부터 국가적으로 송전선로 구축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작업을 끝내지 못해 최근 태양광 발전 연구에 매진해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태양광 패널을 버스·유람선·가로등에 설치했다.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도 소형 태양광 패널을 구입해 전력 수급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특히 신흥부자인 ‘돈주’들이 고급 가전제품을 구입하면서 전기 소모량이 늘어 태양광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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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가정집은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온수(사진 왼쪽) 난방용으로 사용하고 가로등에도 태양광 패널이 사용된다(사진 오른쪽). [사진 조선중앙TV·화보집 조선·조선의 오늘]

문제는 공급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이 태양광 패널의 생산에 성공했다고 했지만 대량생산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기술적으로 태양광 패널을 개발하더라도 부족한 전기 사정으로 공장에서 태양광을 대량생산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그동안 태양광 패널을 중국에서 수입한 뒤 가공해 사용했다. 중국은 2007년만 해도 태양광 패널 생산 세계 1위였다. 하지만 2011~2012년 태양광 패널의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2008년보다 최대 80%까지 하락했다. 그 때 과잉생산으로 인한 태양광 패널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다. 현재 북한 장마당에서 태양광 패널 20W 짜리가 30달러(한화 3만6000원) 에 거래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엄두도 내기 어렵지만 ‘돈주’ 들에게는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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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이 온실에 사용할 태양열 집열판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화보집 조선·조선의 오늘]

북한은 2013년 중국 태양광 업체로부터 태양광 발전 설비도 구입했다. 그리고 북한 기술자들은 수시로 중국 과학기술부가 진행한 태양에너지 응용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해 교육을 받았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태양광 패널이 발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중국이 제재할 수 있는 우선 품목이며 북한은 추가로 구매할 수 없게 되면 그동안 구매한 패널로 버틸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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