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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와 장엄하게 이별하고 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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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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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운정재단(이사장 김진봉)은 오는 10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김종필(JP·90) 전 국무총리의 저서인 ‘김종필 증언록’(사진) 출판기념회를 갖는다고 7일 밝혔다. 운정(雲庭)은 김 전 총리의 호다. ‘JP가 말하는 대한민국 현대사’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선 해방 전후, 6·25 전쟁, 5·16 거사에서부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계를 떠날 때까지 김 전 총리의 인생 역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난해 3월~12월까지 중앙일보에 114회에 걸쳐 연재된 대하 회고담을 엮었다. 남의 전언은 담지 않고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사실성 짙은 장면들만 기록했기에 JP는 회고록보다 ‘증언록’이라고 이름붙였다.

10일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
JP, 대중에게 하는 마지막 연설 될 듯

책은 역사의 고빗길에서 김 전 총리가 결행한 선택들과 이와 관련한 인간들의 흥미진진한 반응들로 가득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진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18년 정권의 생생한 기억들이 압권이다.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정신으로 박 대통령과 함께 1960년대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先) 산업화-후(後) 민주화’ 국가 발전전략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볼 만하다. JP는 이 시대를 “민주주의는 피를 먹기보다 빵을 먹고 자란다”고 요약했다. 두 권으로 구성된 증언록은 박정희 시대에서 시작해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을 관통하는 3김 시대의 최후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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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록 첫 회가 실린 중앙일보 2015년 3월 2일자 1면.

김 전 총리는 책의 마무리에 “나는 좀 더 장엄하게 정치와 이별하고 싶었다.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자 했다. 온 지구를 하루종일 덥혔던 태양이 서산에 이글거리며 지는 것처럼 그렇게 내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출판 기념회는 JP가 대중 앞에 나서는 마지막 공식 행사가 될 지 모른다.

‘JP는 역사다’라는 주제의 출판기념회에는 정계·재계·학계·문화예술계 등 김 전 총리와 인연이 있는 1500명의 인사가 초청됐다. 행사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홍석현 중앙일보·JTBC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 전 총리와 오랫동안 친교를 맺어온 나카소네 야스히로(98·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는 중의원 7선과 참의원 2선을 지낸 와타나베 히데오(渡邊秀央) 일한친선협회 회장대행을 보내 축사를 할 계획이다. 운정재단 관계자는 “4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인 만큼 김 전 총리는 국민과 후배 정치인들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의 운정재단 02-2235-0516.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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