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오래 사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병치레해 가며 장수한다는 것은 일종의 재앙이다. 본인에게는 육체적 고통을, 가족에겐 의료비와 입원비 지출로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 그래서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건강수명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노후를 아픈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평균10년이나 된다.
생전 보장 강화한 종신보험
나이 들수록 병원에 갈 일이 많아진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진료비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4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지출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19조9000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6.3%를 차지했다. 2060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최소 229조5000억원에서 최대 337조 1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추계 결과다. 노인 진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1.34%에서 2060년 최대 5.6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진료비는 나라 살림은 물론 개인에게도 큰 부담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008년 208만원에서 2014년 333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65세 미만 연령층의 4.2배 수준이다. 월평균 소비지출 가운데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65세 이상 가구는 전체 가구(6.4%)의 2배가 넘는 15.3%에 달한다. 국민의 생애 의료비 중 65세 이후 발생하는 의료비 비중이 50%를 넘는 건 그만큼 노후에 의료비 지출이 집중된다는 의미다. 종신보험 하나가 필수적인 이유다.
최근 사망 보장에 그치지 않고 생전에 의료비·생활비를 타서 쓸 수 있는 신개념 종신 보험이 등장했다. 사망 후 유가족 생활보장에만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종신보험이 한 단계 진화해 생전의 삶까지 보장해 준다. 교보생명이 내놓은 ‘나를 담은 가족사랑 (무)교보New종신보험’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국내 최초로 은퇴 나이 이후(60세·65세·70세 중 선택)에 필요한 노후 의료비를 사망보험금에서 먼저 지급해 준다. 별도로 특약에 가입하지 않아도 평생 동안 의료비를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무)교보New종신보험 대표적
주계약 1억원에 가입하면 은퇴 나이 이후 질병이나 재해로 입원했을 때 입원 첫날부터 하루 5만원씩, 중증 수술을 받으면 1회당 200만원씩 받을 수 있다. 의료비는 8000만원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받을 수 있고, 의료비를 받다가 사망하면 이미 수령한 의료비를 뺀 나머지 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받는다.
노후자금이 부족하면 사망보험금에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예상보다 오래 살게 돼 노후자금이 소진될 경우를 대비해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생활비로 앞당겨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보험가입 금액의 80% 이내에서 가입 금액을 매년 일정한 비율로 감액하고, 감액분에 해당하는 해지환급금을 매년 생활비로 수령하는 방식이다. 생활비는 은퇴 이후부터 90세까지(최소 2회부터 최대 20회) 받을 수 있으며, 생활비를 수령하다 사망하면 그 시점의 잔여 사망보험금을 받게 된다. 사망 보장을 유지하면서 생활비 걱정까지 덜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건강을 잘 챙길 수 있도록 혜택이 많은 것도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사후 보장 형태에서 벗어나 고객의 건강관리를 장려하고 보험사고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은퇴 후 10년간 매년 건강검진을 받으면 매년 7만원(1억원 가입 기준)을, 건강에 문제가 없어 의료비를 받지 않는 경우 매년 3만원을 보너스로 준다. 적립금에 가산하거나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유족 맞춤형 사망보험금 설계
은퇴 나이 이전에 사망한 경우 유가족의 가계 상황이나 자녀 나이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맞춤 설계할 수도 있다. 당장 필요한 일시금 외에 생활비와 교육자금의 수령 기간과 금액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보험 본연의 기능에 신탁 기능을 더한 것으로, 신탁재산처럼 보험금을 수령할 때까지 가입 당시의 표준이율(현재 3.25%)로 적립해 줘 자산관리에도 유용하다.
교보생명은 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잠재 고객 1000여 명을 직접 모니터하며 고객의 성향 변화와 요구사항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규 교보생명 상품개발팀장은 “중대한 질병을 보장하는 CI보험이 2세대 종신보험이라면 이 상품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료비와 생활비를 보장하는 3세대 종신보험”이라며 “30~40대 고객의 커지는 생존 보장 니즈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만 15세부터 6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주계약 1억원 이상 가입 시 가입 금액에 따라 2.5%에서 최대 4%까지 보험료를 할인받는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