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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교육부·교육감, 학생 안중에도 없는 싸움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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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도 교육 현장의 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누리과정에 이어 친일인명사전 배포, 전교조 전임자 학교 복귀, 시국선언 교사 징계 문제 등을 놓고 교육부와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의 대립이 극심한 탓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갈등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교육감들이 더 공세적으로 반발한다. 꿈과 끼를 키우자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혼란과 갈등만 조장하는 쪽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

우선 서울시교육청이 중·고교 583곳에 내린 친일인명사전 구입 지침만 봐도 그렇다. 어제 서울사립 중·고교 교장들은 “교육청과 시의회의 구매 강요가 교장·학부모·학생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성명을 냈다. 학교를 이념 논리의 장으로 만들지 말고 구매 여부를 자율에 맡겨 달라는 호소였다. 하지만 “시의회가 배정한 목적성 경비의 지출(교육청)”, “선정·배포 과정의 적합성을 묻겠다(교육부)”는 양측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방관만 하는 게 아닌가.

전교조를 둘러싼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법외노조 판결에 따라 원칙적으로 전임자 전원을 학교로 돌려보내야 할 교육감들이 전교조 눈치를 보자 교육부는 직권면직 명령을 내리며 압박했다. 게다가 교육부가 시국선언 교사를 징계하지 않은 교육감 14명을 검찰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해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앞서 누리과정 대란처럼 교육부는 대화의 문을 닫았고, 교육감들은 원칙을 저버리고 이념에만 몰두한 결과다.

학생과 학부모는 안중에도 없는 이런 싸움에 국민의 인내는 임계점을 넘었다. 어린이집 예산이 없어 당장 이달 말 2차 보육대란이 우려되고 학교 현장도 어수선하다. 이런 때일수록 교육부와 교육감들이 협력해야 한다. 교육부가 중·고교 지필평가를 학기당 1회로 줄이고 수행평가를 확대할 것을 권고하자 조희연 교육감이 받아들인 게 좋은 예다. 아이들의 발표력과 창의력을 키워주자는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교육부가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교육감들이 이념을 뒤로하면 가능한 일이다. 대원칙은 오직 학생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야 소모적인 갈등을 끝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