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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막 오른 4세 경영 시대…능력과 실적으로 인정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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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두산그룹 총수에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오르면서 국내 대기업의 4세 경영이 시작됐다. 이는 두산의 ‘형제 간 경영승계’라는 독특한 전통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은 3세 박용곤부터 용만까지 5남이 차례로 회장을 맡았고, 이번에 4세 정원 회장으로 넘어가면서 앞으로 사촌 승계를 예고했다. 또 2002년 용만 회장 취임 당시부터 다음은 정원 회장이라는 것이 공공연해졌던 터라 그룹 내부에서도 별다른 동요는 없다. 오히려 시장에선 최근 두산 대부분의 계열사가 재정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새 회장의 취임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가 오르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두산 내부의 문제를 넘어 국내 대기업들의 독특한 가족 세습 경영 체제가 4세까지 이어진 점에 대해선 우리 사회에 많은 생각을 할 문제를 던졌다. 범삼성가와 범현대가 등은 이미 3세 경영을 안착시켰다. 또 GS와 코오롱 등은 최근 4세 경영인들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며 경영 승계작업에 들어가 있다. 높은 상속세 부담 등 불리한 여건에서도 경영 승계의 전통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오너와 전문경영인 중 어느 쪽이 뛰어난지에 대한 정설은 없다. 한국형 오너경영은 장기적 안목과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라는 장점이 많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3·4세 경영자들이 수비경영에 치중할 뿐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또 땅콩 회항 사건이나 금수저·흙수저 등의 표현에서 보듯 사회적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하지만 3·4세 경영자들은 선대로부터 폭넓은 경영수업을 받은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과감한 기업가 정신이라는 DNA를 살려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경영자는 핏줄이 아니라 오로지 능력과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단지 금수저를 물고 나와 그 자리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어선 안 된다. 우리는 3·4세 경영인들이 경영권과 함께 사회적 책임도 승계함으로써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