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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1억 챙긴 불법 파산 브로커, 그 뒤엔 대출 중개업체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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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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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회생·파산사건을 불법 수임해 온 기업형 전문 브로커를 붙잡았다. 이 브로커에 대한 수사에서 대출 중개업체가 그에게 조직적으로 ‘고객’들을 알선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기업형 법조 브로커 적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는 최근 사무장 이모(52·구속)씨의 변호사법 위반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출 중개업체 F사가 연루됐음을 보여 주는 단서를 확보했다.

이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변호사 명의를 빌려 개인회생·파산 신청 2020건을 처리하며 수임료 명목으로 31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23일 구속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1일 “F사가 다른 브로커들에게도 상담자들을 소개해 줬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에 개인회생 또는 파산을 신청할 때는 당사자나 변호사가 해야 한다. 속칭 ‘사무장’이라 불리는 브로커들이 하는 것은 불법이다.

 검찰은 이씨의 불법 수임 경로를 역추적하다가 F사가 채무 상담자들을 그에게 연결시켜 줬음을 확인했다.

F사의 인터넷 카페에는 “(F사의) 김모 대리가 이모 사무장을 연결해 줘 개인회생 신청을 무사히 마쳤다”는 회원의 글과 “법무법인 사무장을 연결해 주겠다”는 F사 직원의 댓글이 달려 있다.

F사는 상담사 등 직원 10여 명을 고용해 홈페이지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고객을 모아 대출 상담·중개를 하고 있다. 주고객은 신용이 낮은 사람과 저소득자, 무등록 자영업자, 임시직 근로자다. F사가 2011년에 개설한 인터넷 카페 회원 수는 2만 명이 넘는다.

 검찰은 이씨가 10명 안팎의 사무장을 두고 활동해 온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 사무장과 이씨에게 사건을 알선한 F사 관계자, 명의를 빌려 준 변호사 등 20여 명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F사가 이씨 외에 다른 사무장들에게도 사건을 알선했을 것으로 보고 F사의 상담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특수4부는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이 수사 의뢰한 개인회생사건 불법 수임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9곳과 변호사 12명, 법무사 4명, 무자격자 5명 등 30명이 수사 대상이다.

특수4부는 이 사건과 사무장 이씨 관련 사건에 산하 수사과 인력을 모두 투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가 많고 범죄 양태도 다양해 수사팀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이 각각 취임 이후 법조 비리에 대한 집중 수사를 지시하면서 검찰은 지난해에만 개인회생 브로커 등 377명(구속 120명)을 기소했다. 그중에는 브로커 10여 명을 배출한 사설 연구소 대표와 불법 수임료 166억원을 챙긴 브로커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전국 특수부장회의에서 법조 비리를 올해 우선 수사 대상의 하나로 선정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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