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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가우디가 보여준 모바일의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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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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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뉴디지털실장

바르셀로나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의 도시다. 그의 사후 100주기인 2026년 완공 예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비롯해 구엘 공원, 그리고 카사 밀라에 이르기까지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우디의 흔적을 좇느라 1년 내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먹여살린다는 말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당대엔 그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오죽하면 바르셀로나 건축학교 졸업식에서 교장이 가우디에게 졸업장을 주면서 “천재인지 미치광이인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을까.

 그가 미치광이 소리까지 들은 건 기존 건축의 어법을 파괴한 혁신적 스타일 때문이었다. 가우디 이전의 건축은 직선, 그리고 대칭이 절대적인 공식이었다. 하지만 가우디는 기울어진 둥근 선이 끊임없이 이어진 건축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현존하는 최고 건축가로 손꼽히는 프랭크 게리나 노먼 포스터 등이 “가우디는 과거에도 혁신이었고, 현재도 혁신이고, 미래에도 혁신”이라고 입을 모아 경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에 와보면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며 신을 닮고 싶어 했던 가우디의 혁신가적인 면모를 절로 느끼게 된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사후 공사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 그가 남긴 걸작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첨단 돔형 건축물 아그바르 타워(바르셀로나 수도국 건물)처럼 가우디로부터 영감을 받은 수많은 건축물이 혁신가 가우디의 위대함을 잘 드러낸다. 진정한 혁신이란 그저 말잔치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이렇게 미래에도 살아 숨쉬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니 말이다.

 가우디의 숨결이 짙게 배어 있는 바르셀로나에선 매년 이맘때 모바일 혁신의 경연장인 세계 최대의 모바일 축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린다. 22~25일 열리는 MWC 2016에선 ‘모바일이 전부다(Mobile is Everything)’라는 주제로 모바일 혁신 기술이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21일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들을 미리 둘러보면서 모바일이 변화시킬 미래에 대해 상상해 봤다. 신을 닮으려 했던 가우디의 도시에서 미래를 창조함으로써 신의 영역에 다가서고 있는 모바일 혁신 기술의 경연을 보는 게 왠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안혜리 뉴디지털실장 바르셀로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