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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유기, 죽은 막사발에…옛 그릇 현대적으로 재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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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엔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이 있다.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비영리단체인 (재)아름지기가 운영하는 ‘온지음 맛공방’(조은희 방장)이다. 2013년 아름지기 산하에 설립된 전통 의식주 연구소 ‘온지음’ 안에서도 특히 식문화를 연구하는 곳이다.

통의동 ‘온지음 맛공방’

 고(考)조리서 문헌 연구와 반가(班家)내림음식 전수를 통해 전통음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이 같은 결과물을 공방 내 식탁에서 코스 요리로 선보이는데 예약이 쉽지 않다. 매일 점심 한 팀, 저녁 한 팀만 받는 데다 한 달에 15일만 영업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 식기는 탕반(湯飯) 문화, 즉 국물을 함께 먹는 음식문화에 맞게 오목한 그릇이 많았다. 식생활이 서양화되면서 요즘은 넓은 접시 형태가 두루 쓰이는데 온지음에선 신예·중진 작가들과 협력해 멋스러운 옛 그릇들을 현대 감각으로 재현해 쓴다. 지난 5일 온지음 맛공방에서 경험한 점심 코스 요리 중에서 주요 음식-그릇(작가 이름)의 조화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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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左), 게살더덕냉채(右)

① 죽-이강효 작가

막사발은 전통 우리 그릇인데 일본으로 넘어가 차 그릇으로 쓰이고 있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막사발에 어우러지게 죽을 담았다.

② 게살더덕냉채-한정용 작가

신선하고 깔끔하게 구현된 냉채가 돋보일 수 있도록 현대적이고 단아한 백자 그릇과 조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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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와 금태회(左), 광양식 불고기(右)

③ 육회와 금태회- 박보근 작가

작가가 잎 하나하나를 붙여 만든 이 그릇에선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정신이 느껴진다. 육회 붉은빛의 화려함을 돋보이게 하면서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④ 광양식 불고기-이봉주 작가

유기는 음식이 잘 식지 않으며 변하지 않는 장점을 지녔다. 손으로 일일이 두드려 만든 커다란 방짜유기에 일품요리인 불고기를 담아 멋스러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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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강정과 전약

⑤ 깨강정과 전약-박홍구 작가

옛날 반가에서 함지박에 한과 등을 담아두고 먹었던 느낌을 살렸다. 은행나무를 8년 말려 만든 그릇으로 후식이나 안주 등을 담아내는 데 어울린다.

글=강혜란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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