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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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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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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현재 세계 경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분위기 속에 각종 회의와 비관론에 휩싸여 있다. 과연 세계 경제를 어떻게 봐야 하나.

 먼저 최근 세계 경제 회의론의 중심에 있는 중국 경제부터 살펴보자.

 상당수의 회의론자들은 이미 중국 경제는 경착륙(성장률 2~3% 수준) 상황에 들어가 있거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지난 25여 년간 지속된 초고속 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부실 투자와 부실 금융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 중국 증시가 요동치고 자금이 해외로 이탈하는 것도 이와 연관된 것으로 본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논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필자는 다수의 정통 중국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경착륙 확률을 높게 보지 않는다. 첫째, 중국 정책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오고 있고, 그림자 금융·서비스 산업 등에는 이미 일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아직도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는 재정·금융·외환 등 거시경제 정책 여력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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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둘째, 14억 중국 경제가 6%대 성장만 하더라도 세계 경제의 평균 성장보다 거의 두 배 내지 1.5배 빠른 것이다. 이를 글로벌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량 금융 부실과 기업 도산 등에 따른 어려움은 예상되나 중국 경제의 경착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럼 현재 세계 경제 회의론의 또 다른 초점이 되고 있는 여타 신흥 경제국, 특히 중국을 제외한 소위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는 어떤가. 지난해 브라질과 러시아는 -4%에 가까운 침체를 겪었고 올해도 거의 비슷한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나라의 대부분은 호황 시 필요한 구조개혁을 소홀히 한 반면, 국제 저금리 여건 속에서 해외 차입을 지나치게 늘려와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어려움이 세계 경제의 체제적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크고 작은 국지적 금융위기를 몰고 올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

 세계 제3대 경제대국, 일본은 어떤가. 일본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에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고 세계 금융 불안의 또 다른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엔화가 불안한 국제 금융 여건 속에서 안전자산으로 선호돼 오히려 엔화 가치가 절상됐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일본이 세계 경제에 대한 큰 위험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어쨌든 일본 중앙은행은 앞으로 계속해서 양적완화와 함께 금리를 더욱 낮춰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본의 통화정책 또한 세계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 분명하며 우리가 특히 유의해야 할 측면이다.

 그동안 그리스 사태 등으로 문제가 돼 온 유로존 경제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가까운 시일에 세계 경제를 뒤흔들 만한 큰 위기의 근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3월 초에 더 적극적인 양적완화와 경기 진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미국 경제는 지난해 12월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약간이나마 상향 조정할 정도로 호조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또다시 경기 후퇴를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어려움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가 미뤄질 뿐 아니라 사태 진전에 따라서는 금리 인하마저 고려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 저유가는 미국 경제 전체의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돼 가까운 시일 내 미국 경제의 경기 후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세계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정책과 경제 현상에 불안해하고 있다. 그래서 각종 회의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금융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때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고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차분히 실천해나가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우리는 국제금융의 불안과 높은 변동성 속에서 모든 신흥 경제국과 함께 우리나라도 국제 투자자들의 면밀한 검토 대상이 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우리 증시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30%가 넘는다. 무엇보다 정부의 자신 있고 믿음직스러운 경제정책 리더십을 이들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해 한반도 특유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일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각종 도발에도 불구하고 국제 자금의 대량 이탈과 증시 폭락 그리고 국가신용등급 추락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에 바탕한 흔들림 없는 국가 안보임을 정치권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