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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614> 음향 좋은 콘서트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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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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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음악 예술은 무대의 음악가, 객석의 청중, 그리고 음악이 울리는 공간으로 완성됩니다. 좋은 홀은 그 자체가 음악적 감동을 배가시키지요. 오는 8월 서울 잠실에 개관하는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공연장 중 최고 수준의 음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좋은 공연장에 대한 국내 음악팬들의 갈증을 달래줄 지도 주목거리입니다. 음향이 빼어나기로 이름난 세계적인 음악홀들을 소개합니다.

베를린필·롯데홀, 객석이 무대 둘러싸 뒷좌석까지 잘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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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0석 대극장…카랴얀도 음향에 만족

◆베를린 필하모니 작곡가 진은숙이 꼽는 ‘현대음악에 가장 어울리는 홀’이다. 베를린 티어가르텐 숲의 끝에 위치한 베를린 필의 본거지다. 1882년 문을 열었던 슈박스(구두상자) 형태의 구 필하모니는 1944년 연합군의 공습으로 무너졌다. 이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음악감독 시절인 1963년, 베를린 공대 교수이자 건축가 한스 샤룬의 설계로 새 필하모니가 건립됐다. 서커스단 텐트 모양으로 ‘카라얀 서커스(Zirkus Karajani)’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극장의 객석은 2440석이다. 무대를 중심에 배치한 빈야드(Vineyard, 포도밭) 스타일의 원조다. 객석은 블록으로 분할돼 있다. 가장 값싼 좌석에서도 풍성하고 명료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측 상단에 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1180석의 실내악홀은 한스 샤룬 사후, 동료인 에드가 비스닙스키가 완성했다. 1987년 개관공연에서 카라얀도 음향에 만족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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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음향 안 쓰는 2036석 클래식 전용홀

◆서울 롯데콘서트홀 오는 8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8~10층)에 개관한다. 2036석 규모 클래식 전용홀이다. 롯데그룹이 1500억원을 투자해 건립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만든 디엠피에서 설계를 담당하고 산토리홀을 작업한 야스히사 토요타가 음향을 감수했다.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빈야드 스타일로 설계됐고, 파이프가 4958개인 리거사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완성 전 공개한 롯데홀에 직접 가보니 객석에서 무대가 잘 보였다. 탁 트인 조망이 쾌적했다. 전기 음향을 쓰지 않는 클래식 전용홀은 풍부한 잔향과 명료한 음 전달이 필수적이다. 첨단 음향 기술이 발휘되는 실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롯데콘서트홀은 반사체와 확산체의 소재와 각도를 면밀히 검토해 시공했다. 내부 구조를 외부 구조로부터 독립시키는 박스인박스(Box in box)를 도입해 소음과 진동을 차단했다. 8월 18일 개관 콘서트에서는 서울시향이 진은숙의 신작과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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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오르간 5898개 “소리의 보석상자”

◆도쿄 산토리홀 1986년 개관한 도쿄 최초의 콘서트 전용홀이다. 대극장의 객석 수는 2006석이다. 홀 건립시 베를린 필하모니를 참조했다. 카라얀도 음향을 평가할 때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파이프오르간은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오르간 없는 홀은 가구 없는 집과 같다”는 카라얀의 조언으로 설치됐다. 리거사에서 제작한 오르간은 파이프 수 5898개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소리의 보석상자”란 카라얀의 찬사대로 뛰어난 음향을 들려준다.

특히 침묵의 순간을 그 어떤 홀보다 잘 표현한다는 평가다. 장내 환기가 원활해 공조 소음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소극장의 객석 수는 384~432명이다. 필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실내악, 리사이틀 연주 무대로 사용되며 세미나, 강연, 리셉션에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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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 스탠딩석 갖춘 신년음악회 명소

◆빈 무지크페라인 잘 ‘무지크페라인 잘’은 ‘음악의 친구 홀’이란 뜻이다. 빈 악우협회가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하사받은 링슈트라세 인근 부지에 건립했다. 덴마크 건축가 테오필 폰 한젠이 설계해 1870년 완공됐다.

매해 1월 1일이면 이곳에서 빈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대극장(황금홀)은 길이 49m, 폭 19m, 높이 18m로 전형적인 슈박스 형태의 홀이다. 1744개의 좌석 외에 300명을 수용하는 스탠딩석으로 이루어졌다. 벽면의 불규칙한 요철, 천장과 바닥의 공간은 좋은 음질에 이바지한다.

최초의 오르간은 프리드리히 라데가스트가 건축했다. 현재의 오르간은 리거사에서 1907년 건립하고, 2011년 수리한 것이다. 소극장(브람스잘)은 600석으로 실내악이 연주된다.

1996년에 실내악 전용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홀이 건설됐다. 2004년에는 지하에 4개의 다목적 홀이 완공돼 음악회, 행사, 리허설에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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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음향학 반영한 최초의 콘서트홀

◆보스턴 심포니 홀 1900년 개관했다. 슈박스 형태다. 건축가 찰스 매킴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를 모델로 구상했다. 현대 음향학 이론을 반영한 최초의 홀이기도 하다. 개관 당시 언론은 ‘콘서트홀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격찬했다. 주랑 현관은 이오니아식이고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외양은 기차역을 연상시킨다.

홀 벽 상단에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대리석상 모작이 16개 위치해 있다. 10개는 신화의 인물이고 6개는 역사적 인물이다. 1999년 미국 정부가 역사적 랜드마크로 지정했다. 2569석이던 객석 수는 2625석으로 늘어났다. 3층 발코니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개관 당시 허칭슨이 만든 파이프오르간은 4000개의 파이프를 가지고 있었다. 1949년 도널드 해리슨의 파이프오르간으로 대체됐다. 파이프가 4800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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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석 규모 실내악·성악 최고의 무대

◆런던 위그모어 홀 런던 위그모어가에 위치한 545석 규모의 홀이다. 음향이 뛰어나 기악, 실내악, 성악 분야 최고의 무대로 알려졌다. 원래 이름은 베히슈타인 홀이었다.

독일 피아노 회사인 베히슈타인사의 의뢰로 1901년 토머스 에드워드 콜커트가 건립했다. 제럴드 모이라가 그린 아름다운 천장화에는 음악의 신이 그려져 있다. 프랭크 린 젠킨스가 둥근 지붕을 완성했다.

개관 기념 연주회 무대에는 외젠 이자이와 페루치오 부조니가 섰다. 1917년 위그모어 홀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국의 다른 홀들처럼 6월 중순부터 8월까지 휴무이다. 그 외에는 평일 휴일도 보통 낮공연과 밤공연을 모두 유치한다. 연간 400회 이상의 공연이 열리는 런던의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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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으로 재건된 슈박스 스타일 2037석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콘세르트허바우(Concertgebouw)’는 ‘음악회용 건물(콘서트홀)’이란 뜻이다. 건축가 아돌프 레오나르트 판 헨트가 설계를 맡아 1888년 문을 열었다. 개관 당시엔 재원 부족으로 파이프오르간이 없었다. 자선 음악회와 복권 발행으로 기금을 마련해 3년 뒤에 2726개의 파이프가 달린 오르간이 설치됐다.

1983년 홀의 안전진단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하에 박아 놓은 목재 말뚝이 썩어 들어가면서 건물이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1985년부터 모금운동이 펼쳐졌다. ‘콘세르트허바우를 구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새로운 측면 건물이 세워지고 입구도 새로 생겼다. 슈박스(shoebox, 구두상자) 스타일로 이루어졌다. 대극장은 2037석, 소극장은 473석이다. 대극장에서도 독주악기의 울림이 잘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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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누벨 설계, 무대·객석 거리 가장 짧아

◆파리 필하모니 파리 19구 라 빌레트 공원내에 위치해 있다. 바스티유 오페라와 살 플레옐로는 부족을 느끼던 파리 청중들을 위한 새 보금자리다. 3억 9000만 유로의 공사비를 들여 작년 1월, 8년 공사 끝에 개관했다. 바르셀로나 아그바르 타워, 삼성미술관 리움 등을 디자인한 장 누벨이 설계했다. 음향은 야스히사 토요타가 담당했다.

2400석의 대극장과 리허설룸, 전시실 등을 갖췄다. 무대와 거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가장 마지막 열에 앉으면 지휘자와의 거리가 38m로 기존 살 플레옐의 42m보다 단축됐다.

좌석에 따라 시각 차이는 있지만 음질 차이는 거의 없다. 고가의 공연이라도 28세 이하 청소년이 일찍 예매할 경우 단돈 8유로(1만원)에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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