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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도 뚫지 못한 트럼프 대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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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정신적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널드 트럼프 비판도 ‘철옹성 트럼프’를 뚫지 못했다. 20일(현지시간) 치러진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트럼프는 뉴햄프셔주에 이어 압승을 거뒀다.

경선을 하루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의 구호인 멕시코 장벽 건설을 거론하며 “이런 주장을 하면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공개 비판했고 트럼프도 “종교 지도자가 남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 건 수치”라며 교황을 비난해 경선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보수 교세가 강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교황의 비판이 트럼프 지지층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CNN의 경선 당일 출구조사 결과 복음주의자 기독교인들 중 가장 많은 31%가 트럼프를 찍었다고 답했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27%,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22%의 지지를 각각 받았다. 트럼프의 지지층은 흔들리지 않았다.

트럼프의 승리는 그의 대세론이 공화당 지지층의 전반적 기류임을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각종 개혁 조치에 반발한 공화당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분노의 대변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CNN 출구조사에선 가장 공정하지 않은 선거전을 치르는 주자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1%가 트럼프를 지목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압승을 거둔 것은 도덕성 보다는 대변자를 택하겠다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역시 이 같은 기류를 꿰뚫어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 막판에 “내가 좀 부족한 게 성격인데 누가 여기에 신경을 쓰는가”라며 치고 나왔다.

대신 “미국이 무시당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포퓰리즘 유세로 공화당 지지층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대중의 심리를 읽어내는 데선 누구보다도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보여줬다.

두 차례의 압승으로 트럼프의 대세론은 상수가 되며 공화당 경선전은 그를 뒤쫓는 대항마 경쟁으로 가고 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간의 2파전이다. 관건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 이어 퇴장 주자들이 나오며 이들의 표 몰아주기가 벌어질 경우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갤스턴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는 경쟁 주자들이 (표를) 가르는 한 이점을 누리겠지만 판이 좁혀지면 점점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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