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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질 뻔한 '소주병 투척 사건', 소주병에 점 하나 찍어 해결한 경찰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오후 7시40분쯤 부산 중구의 한 아파트. 누군가 창 밖으로 던진 소주병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같은 ‘소주병 투척 사건’이 반복돼 차량 4대가 망가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범인이 잡히질 않아 주민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깨진 소주병 외에는 증거가 없어 수사에 착수한 경찰도 애를 먹고 있었다.

미궁에 빠질 뻔한 소주병 투척 사건은 경찰의 재치 덕분에 해결됐다. 소주병 파편을 조사해 L사의 과일 맛 소주병이 투척 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아파트 인근 마트를 탐문조사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70대 노인이 L사의 과일 맛 소주를 가끔 사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해당 소주 라벨의 ‘ㅎ’ 글자 원안에 까만 펜으로 점을 하나 찍었다. 이런 식으로 마트에서 판매 중인 모든 과일 맛 소주에 표식을 남긴 경찰은 범인이 소주를 사가길 기다렸다.

지난 18일 오전 8시 이 아파트에서 또다시 소주병이 투척 됐다. 경찰이 깨진 병을 조사해보니 ‘ㅎ’ 글자 안에 까만 점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곧바로 마트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경찰은 이 아파트에 사는 김모(74·여)씨가 소주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증거를 내밀자 김씨는 “남편 몰래 술 먹은 사실을 숨기려고 발코니 밖으로 소주병을 여러 차례 던졌다”고 진술했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21일 김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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