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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난수표 방송 심리전 재개한 듯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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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호 1 면

우리 당국이 북한을 향해 쏘는 난수표 단파방송(난수방송)이 최근 재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관련 전문가들이 20일 밝혔다. 난수방송 청취 전문 인터넷 카페 ‘라디오 마니아’ 등에 따르면 대북 난수방송 ‘V24’가 지난 14일 오후 11시30분 단파 주파수인 5290㎑를 통해 방송됐다. 8분간 이어진 방송에선 여성이 ‘12345’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 조합을 여러 개 불렀다. V24는 16·17·20일 새벽에도 수신됐다고 한다.


V24는 영국의 난수방송 청취 전문 커뮤니티 ‘에니그마(Enigma) 2000’이 부여한 코드다.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려진 난수방송 녹음을 들은 뒤 “단파방송을 원거리에서 들을 때 나타나는 페이딩(fading·소리가 보통보다 멀리 또는 가깝게 들리는 상태) 현상이 있다. 실제 단파방송을 녹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난수(亂數)방송은 숫자나 문자, 단어 등을 조합한 난수(암호)를 단파를 통해 먼 거리로 전송하는 방송이다. 주로 정보기관이 적국에서 암약하는 정보원에게 지령을 내릴 때 쓰인다. 난수방송은 북파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리는 용도로 사용돼 왔다.


남북한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난수방송을 중단했다. 그러다 2008년 V24가 등장했고 지난해 6월 방송이 중단됐다. 난수방송 전문가는 “북한을 상대로 한 심리전 차원에서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난수방송 ‘V28’은 이미 지난해 8월 방송이 재개됐다.


한편 북한은 20일 오전 7시20분쯤 서해 백령도 맞은편 장산곶 일대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해안포로 추정되는 수 발의 포를 해상으로 쐈고, 우리 측 지역에서 섬광과 포성이 포착됐다”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백령도 주민과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인 어민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포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지 않은 것으로 우리 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추가 동향이 없어 훈련의 일환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군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개성공단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됐다는 논란과 관련, “(핵과 미사일 개발은) 개성공업지구가 나오기 훨씬 오래전에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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