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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당신을 사로잡은 2015 최고의 포스터(한국영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포스터는 영화와 관객을 잇는 최고의 소통 매체다. 영화의 이야기와 감성을 한 컷의 이미지와 한 줄의 카피로 응축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단순한 마케팅 도구를 넘어서 한 편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 포스터가 늘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의 포스터 중 높은 완성도를 뽐낸 작품은 무엇일까. 60명의 영화 마케터에게 물었다. 이들은 지난해 최고의 한국영화 포스터로 ‘뷰티 인사이드’를, 최고의 외국영화 포스터로는 ‘더 랍스터’를 꼽았다.

영화 마케터 60명에게 물었습니다.

1위
뷰티 인사이드(2015년 8월 20일 개봉, 백종열 감독)│14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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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의 메인 포스터는 인물 구도와 색감, 서체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영화 포스터와 차별화된 작품이다. 이수 역의 한효주를 중심에 두고, 김상호·박서준·이진욱·유연석·우에노 주리·천우희 등 수많은 우진들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담아, 화려한 멀티 캐스팅의 면모를 과시했다.

여기에 더한 ‘사랑해 오늘의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이라는 카피는 매일 아침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을 사랑해야 하는 운명의 여인 이수의 심경을 명료하게 전달했다. 따뜻한 감성도 돋보였다. 이 포스터의 디자인은 영화를 연출한 백종열(46) 감독이 맡았다. 영화감독이 포스터 작업에 참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핑크·연두·연보라·살구색 등 감성적인 색감에 자신이 직접 쓴 캘리그라피를 더해 완성도 높은 포스터를 만들었다.

포스터 사진 촬영은 수많은 우진들이 이수에게 다가와 키스하는 엔딩신을 찍는 마지막 촬영 날 함께 진행했다. 엔딩신 촬영과 포스터 촬영을 동시에 한 것은 배우들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영화에서 이수가 일하는 마마 스튜디오로 나온 곳은 실제론 인천의 한 가구점이었는데, 이곳에 마련된 간이 스튜디오에서 사진 작가 안성진이 백 감독과 논의하며 배우들의 개별 컷을 찍었다. 백 감독은 여러 인물의 배경색으로 파스텔 톤의 다양한 색감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영화의 투자·배급사 NEW의 최은영 마케팅 팀장은 “여러 색깔이 모여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포스터 색감이 영화의 주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며 “이 포스터가 관심을 끈 이후, 드라마와 연극 등 다른 장르의 몇몇 포스터들도 이런 형식을 차용했다”고 말했다.

2위(공동)
무뢰한(2015년 5월 27일 개봉, 오승욱 감독)│7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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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거리를 두고 서서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두 남녀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돈다. 형사라는 신분을 숨긴 채 술집 마담 혜경(전도연)에게 접근하는 재곤(김남길). 목적을 위해 여자를 속여야 하는 남자, 그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결국 가슴에 품고 마는 여자다. 둘의 파국적인 운명은 이 장면에서부터 예고됐는지도 모른다. 마치 프레임 밖으로 더 멀어질 듯 양측 가장 자리에 두 주인공을 배치한 이 포스터는, 두 인물의 비극적 관계를 함께 보여줬다.

2위(공동)
간신(2015년 5월 21일 개봉, 민규동 감독) 해외 포스터│7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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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의 해외 포스터는 매우 파격적이다. 연산군을 쥐락펴락한 최악의 간신 숭재(주지훈)를 부각시킨 국내용 버전과 달리, 수많은 여성들에 둘러싸여 위험한 쾌락에 빠진 숭재와 연산군(김강우)의 모습을 ‘치명적’으로 그려냈다. ‘신뢰할 수 없는, 위험한’이란 뜻의 영문 타이틀 ‘THE TREACHEROUS’는 핏빛의 ‘간신’ 글씨체와도 부합되는 이미지다. 멀리서 봤을 때 꽃 모양과 비슷한 이 포스터는 영국 영화 잡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표지까지 장식했다.

2위(공동)
마돈나(2015년 7월 2일 개봉, 신수원 감독)│7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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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내팽개쳐진 듯 누워 있는 여인 해림(서영희). 그 위에 드리워진 십자가 형태의 그림자가 이미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는 해림의 연약한 모습은 처연함과 함께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해림과 미나(권소현), 두 여인의 아픔을 통해 근원적인 구원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주제와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포스터에서 온몸으로 슬픔을 드러낸 서영희는 영화에서도 강렬한 눈빛으로 깊은 감정을 표현해냈다.

3위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년 6월 11일 개봉, 장건재 감독)│5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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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 포스터는 극 중 공간인 일본 나라현 고조시의 아름다운 풍경 속을 나란히 걸어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화사한 색감의 수채화풍 일러스트에 담아냈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차분히 정화시키는 이미지로, 벽에 걸어놓고 싶은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포스터에 비친, 맑고 순수한 모습처럼 두 남녀 주인공은 ‘비포 선라이즈’(1995,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보다 설레면서도 더 절제된 감정으로 신비로운 인연을 만들어간다.

4위
검은 사제들(2015년 11월 5일 개봉, 장재현 감독) 티저 포스터│3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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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퇴마영화라는 영역을 개척한 ‘검은 사제들’은 티저 포스터부터 강렬했다. 사제복을 입고 나란히 서 있는 김 신부(김윤석)와 최 부제(강동원)는 많은 걸 함축한 표정으로 한곳을 응시한다. 기도서를 들고 있는 김 신부의 단호하지만 굳은 표정, 향로를 들고 있는 최 부제의 불안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은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한편,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까지 자아냈다. 강동원의 ‘사제복 페티시’란 말도 이 포스터부터 비롯됐다.

이밖에 ‘베테랑’(2015년 8월 5일 개봉, 류승완 감독)과 ‘사도’(2015년 9월 16일 개봉, 이준익 감독)의 메인 포스터, ‘나의 절친 악당들’(2015년 6월 25일 개봉, 임상수 감독)의 티저 포스터는 2표씩 받아 공동 5위를 차지했다.


<뷰티인사이드 백종열 감독 인터뷰>

"글씨 하나에도 로맨스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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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희찬(스튜디오 760)

2015년 최고의 한국영화 포스터로 꼽힌 ‘뷰티 인사이드’. 이 포스터를 디자인한 사람은 포스터 전문 디자이너가 아닌, 영화 연출을 한 백종열 감독이다. 상품 디자이너, 뮤직비디오·광고 감독 등으로 활동 중인 그에게 포스터 디자인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을 터. 광고 촬영과 영화 차기작 준비로 여념이 없는 그를 e-메일로 만났다.

-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로 기쁘다. 얼떨떨하기도 하다.”

- 포스터 작업에도 적극 관여한 이유는.
“그래픽 디자인은 내 직업 중 하나다. 그렇기에 포스터 작업은 연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봤다. 영화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것이 의무감처럼 느껴졌다.”

- 컬러풀한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고, 매일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색으로 표현했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우진처럼 어떤 사람도 평생 같은 색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 사진 촬영을 맡은 안성진 작가에게 어떤 주문을 했나.
“우진과 이수가 처음 만났을 때의 얼굴과 감정을 사진에 담아달라고 요구했다. 단, 이수는 우진의 상황을 아직 모르는 시점에서의 얼굴을, 우진은 그런 이수를 바라보며 갖는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수의 표정을 특히 좋아한다고 들었다.
“한효주의 아름답게 슬픈 눈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효주밖에 표현할 수 없는 눈이다.”

- ‘백종열 체’로 불리는 캘리그라피에 어떤 ‘표정’을 담고 싶었나.
“사람의 따뜻한 체온과 로맨스 감정이 주는 먹먹함을 손글씨로 담아내려 했다.”

- 영화 스틸을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해야 한다면, 어떤 장면을 고르겠나.
“이수와 우진(김주혁)이 눈이 오는 언덕길에서 헤어지는 장면이다.”

- 현재 어떤 광고를 찍고 있나.
“공유와 공효진이 코믹하고 엉뚱한 이미지를 보여준 SSG닷컴 광고를 끝내고, 삼성전자·현대 기아 자동차 광고를 작업하고 있다. 눈코 뜰 새 없다.”

- ‘뷰티 인사이드’ 중국판 작업은 언제쯤 가시화되나.
“조만간 중국 작가와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국내에선 차기작으로 ‘뷰티 인사이드’와 전혀 다른 장르인 첩보물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 개봉할 지 모르지만, 여름에 어울리는 영화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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