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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크무슈·가쓰돈·라자냐·오지치즈…2만원으로 하루 세끼·술안주까지 뚝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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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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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산 재료만으로 다섯 가지 요리를 만들어봤다. 약 1만8000원의 재료비가 들었다. ① 크로크무슈 ② 오지치즈프라이 ③ 식빵 라자냐 ④ 가쓰돈 ⑤ 치즈볼쿠키. [사진 신인섭 기자]

#“편의점 떡볶이를 데운 뒤 삼각김밥 두 개를 넣고 쓱쓱 비비세요. 그 위에 치즈를 뿌리고 전자레인지에 1분만 돌리면! ‘떡볶이 치즈 리소토’가 완성됩니다.”

[세상 속으로] 편의점 재료로 만든 ‘혼밥족’ 요리

 ‘혼자 해먹는 요리(혼자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형진(28)씨가 지난해 올린 레시피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갖고 새로운 요리법을 소개한 이 영상은 3000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김씨는 “나처럼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혼밥족(혼자서 밥 먹는 사람)에게 적은 돈으로 배부르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반숙 계란, 모차렐라 치즈, 각종 과일과 채소…. 요즘 집 근처 편의점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이처럼 편의점 식재료가 고급·다양화되면서 이를 이용해 나만의 다이닝(만찬)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김씨처럼 편의점 음식을 활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요리를 만드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족’이 대표적인 경우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다양한 쿡방(Cook+방송) 프로그램이 이런 모디슈머에게 참고서가 된다.

 전체 가구의 27%(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1인 가구에 편의점은 가장 가까운 마트이자 부담 없는 ‘음식점’이다. 요리법도 과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라면 같은 자극적인 음식이 유행했다면 요즘엔 영양도 갖추면서 맛도 살린 레시피로 진화하는 추세다.

 『5분 편의점 요리』의 저자인 푸드칼럼니스트 미상유씨는 “1인 가구 입장에서 조리 이후 재료를 남기지 않아도 된다는 건 편의점 레시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요즘엔 각종 채소 등도 팔기 때문에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뚝딱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편의점 요리의 핵심은 간편성과 속도”라며 “15분 이내에 요리가 완성돼야 하고, 레시피도 4단계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편의점 요리의 핵심은 덧셈이 아닌 뺄셈의 레시피다. 맛에 대한 평가만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와 간편함도 따져야 한다. 미상유씨의 도움을 받아 2만원의 예산으로 하루 세끼는 물론 간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편의점 요리를 만들어 봤다.

 ◆아침 간편식부터 푸짐한 저녁까지 가능=간단한 아침 식사로는 프랑스식 샌드위치 크로크무슈(Croque-monsieur)를 선택했다. 재료는 식빵 두 장과 슬라이스 치즈, 햄이 전부다. 소스는 프랑스 소스인 베샤멜 소스 대신 마요네즈를 썼다. 다소 느끼할 것이란 걱정과 달리 마요네즈가 빵에 스며들어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느껴졌다. 조리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비용도 2580원(소스 제외)으로 해결했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한 끼 식사로는 가쓰돈을 준비했다. 가쓰돈은 밥 위에 돈가스를 얹은 일본의 덮밥 요리다. 즉석밥에 일본식 간장 소스인 쓰유 대신 미역국을 붓고, 돈가스를 잘라 그 위에 얹었다.

여기에 편의점에서 파는 반숙 계란을 반으로 잘라 올렸더니 노른자가 돈가스와 밥에 스며들어 더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조리 시간이 10분으로 다소 길고 즉석식품 위주로 재료를 사다 보니 7200원이나 들었다.

 이탈리아 전통 요리인 라자냐 역시 편의점 재료만 가지고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라자냐에는 넓적한 파스타 면이 필요하지만 밀대를 사용해 납작하게 만든 식빵으로 대체했다. 빵 가장자리는 기름에 살짝 튀긴 뒤 설탕을 뿌려 간식으로 먹거나 샐러드·수프에 넣어도 좋다고 한다.

빵과 속재료를 겹겹이 쌓은 다음 전자레인지에 1~2분간 돌렸더니 치즈가 녹으면서 부드러운 피자를 먹는 듯한 맛이 났다. 이탈리아 요리를 37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간식·술안주도 치즈 한 장이면 완성=간식이나 술안주로는 치즈볼쿠키만큼 간편한 게 없다. 재료는 달랑 슬라이스 치즈 한 장. 치즈를 16개 조각으로 나눈 다음 전자레인지에 넣고 열을 가하자 치즈가 계란과자 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치즈에 수분이 빠지면서 쿠키처럼 변하는 거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바삭해질 겁니다.”(미상유씨) 쿠키를 한입 베어 물자 특유의 고릿한 치즈 향과 함께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아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간식을 원한다면 오지치즈프라이를 추천한다. 호주식 감자 요리인 오지치즈프라이는 감자튀김을 주재료로 만들지만 편의점 레시피는 감자칩으로 대신한다.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선 1만원 후반대의 가격을 내야 하지만 감자칩을 활용하면 4300원에 비슷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생계형’ 끼니에서 ‘우아한’ 혼밥으로=간단한 토핑을 활용해 편의점 음식을 업그레이드해 먹는 혼밥족도 늘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이 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각종 토핑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이유다.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굳기 직전까지만 익힌 ‘반숙 계란’, 쫄깃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모차렐라 치즈’, 컵라면에 추가해 다양한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라면 토핑’ 등이 출시됐다.

유철현 BGF리테일 대리는 “라면 등을 먹을 때 32%는 치즈를 함께 구매할 정도로 맛 궁합이 잘 맞는 제품에 대한 싱글족의 구매 욕구가 높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끄는 레시피를 그대로 구현한 신제품이 출시될 정도로 편의점 음식의 수준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을 연 점포들이 혼밥족을 위해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는 등 식사와 휴식 공간을 별도로 두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혼자 밥을 먹어도 끼니를 때우는 게 아닌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자’는 인식의 변화가 반영됐다.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적 특성도 혼밥족들이 편의점에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편의점 사회학』의 저자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를 ‘무관심의 배려’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 편의점의 흥미로운 점 가운데 하나는 식당의 역할을 겸하게 되는 이른바 ‘푸드점화’”라며 “편의점에서 3000원대로 한 끼 더운밥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1인 가구의 생활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S BOX] ‘편도족’을 잡아라…김혜자·혜리·백종원 도시락 3파전

‘편도족(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을 잡아라!’ 요즘 편의점 업계의 화두다. 업체마다 스타 마케팅을 앞세워 신제품 도시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이 꽤 괜찮은 한 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2010년 GS25가 ‘김혜자 도시락’을 출시하면서다.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혜자스럽다(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였다. 여기에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3월 먹방으로 화제를 모은 아이돌의 이름을 딴 ‘혜리 도시락’을 출시하고, CU가 12월 집밥을 콘셉트로 ‘백종원 도시락’을 내세우면서 3파전 구도가 만들어졌다.

고급화 경쟁도 치열하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성에 맞춰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도시락을 내놨다. 상반기 중에는 일반 편의점 도시락 가격의 두 배가 넘는 1만원대 고급 도시락을 출시할 예정이다. GS25는 지난해 보양식으로 통장어 한 마리를 올린 통장어덮밥 도시락을 선보이기도 했다. CU 역시 신상품 개발을 위해 지난해 11월 셰프와 요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품연구소까지 열었다.

편의점 도시락의 질이 높아지면서 점심뿐 아니라 저녁까지 도시락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저녁 시간대(오후 6~9시) 도시락 판매 비중은 27.5%로 점심 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 판매 비중(25.7%)을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하지만 메뉴의 다양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저자인 채다인씨는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저칼로리 도시락, 어린이용 도시락 등 구매층에 맞는 선택지가 많다”며 “한식 위주의 메뉴에서 벗어나 양식·일식 등 다양한 메뉴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영상=김세희·공성룡·김현

① 크로크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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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 식빵 2장, 슬라이스 치즈 2장, 마요네즈 2큰술, 슬라이스 햄 2장

⑴ 식빵 위에 마요네즈를 1큰술 바릅니다. ⑵ 슬라이스 햄을 올립니다. ⑶ 치즈를 올려주세요. ⑷ 식빵을 덮고 1~3번을 반복 후 전자레인지에 1~2분 돌립니다.

② 오지치즈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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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 감자 과자 1봉, 스트링 치즈 2개, 슬라이스 치즈 1장

⑴ 접시에 감자 과자를 수북이 담습니다. ⑵ 슬라이스 치즈는 8등분해 올려주세요. ⑶ 스트링 치즈를 찢어 올려주세요. ⑷ 전자레인지에 1분~1분30초가량 돌립니다.

③ 식빵 라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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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 식빵 2장, 토마토 소스(케첩 혹은 파스타소스) 3큰술, 스트링 치즈 3개, 파슬리 가루 1/2작은술, 슬라이스 햄 1장

⑴ 식빵은 밀대나 칼 옆면으로 밀어 납작하게 만든 후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2등분합니다. ⑵ 식빵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햄과 스트링 치즈를 찢어 올려주세요. ⑶ 겹겹이 쌓아 가면서 반복 후 마지막에는 스트링 치즈를 듬뿍 찢어 올립니다. ⑷ 전자레인지에 1~2분 돌립니다.

④ 가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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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 즉석 돈가스 1개, 즉석국 1개, 즉석밥 1개, 반숙 계란 1개

⑴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립니다. ⑵ 즉석국에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혹은 끓이는 것이라면 가볍게 끓입니다. ⑶ 돈가스는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생돈가스라면 식용유 두른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 자릅니다. ⑷ 즉석밥에 즉석국을 부어 줍니다. 돈가스를 올리고 소스가 있다면 소스도 끼얹은 후 반숙 계란을 올려주세요.

⑤ 치즈볼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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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 슬라이스 치즈 1장, 후추 약간

⑴ 슬라이스 치즈를 비닐을 벗기지 말고 도마 위에 올려줍니다. ⑵ 칼의 뒷면으로 격자 모양의 칼집을 넣어 줍니다. ⑶ 접시에 종이 포일을 깔고 치즈를 떼서 듬성듬성 올려준 뒤 후추를 뿌립니다. ⑷ 전자레인지에 1분~1분30초 돌린 후 식혔다 떼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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