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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된 ‘노브랜드’…하남에 독립매장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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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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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마트 베트남 호찌민 ‘고밥점’에서 소비자들이 노브랜드 감자칩·계란과자를 시식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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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이마트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 제품만 따로 파는 독립된 ‘노브랜드숍’ 매장을 연다. 식품과 생필품 위주인 상품 종류를 주방·인테리어·생활소품 등으로 확대하고, 이마트와는 별개의 단독 매장에서 파는 것이다.

신세계 정용진의 실험
주방·인테리어로 종류 확대
이마트와 별개 점포서 판매
품질에 비해 크게 낮은 가격
저성장시대 유통 활로 기대
4년 내 상품 1000종 이상 목표

 18일 재계와 신세계에 따르면 정용진(48·사진) 부회장은 최근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오는 9월 경기도 하남의 초대형 복합쇼핑몰인 하남유니온스퀘어에 1호점을 열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현지 업체가 유리한 신선식품보다 라이프스타일 쪽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노브랜드로 ‘무인양품(MUJI·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을 잡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주방·인테리어 홈스타일링 전반에 초점을 맞춘 매장”이라며 “품질 대비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노브랜드의 전략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케아·무인양품·자라홈·H&M홈·모던하우스 같은 국내외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홈퍼니싱(집 꾸미기) 시장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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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브랜드숍은 노브랜드의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따른 것이다. 2015년 4월 처음 출시된 노브랜드는 정 부회장이 직접 이름을 짓고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품질은 유지하되 동종 제품보다 가격을 40~60% 낮췄다. 이마트가 국내외 공장을 찾아다니며 직접 수주를 하고 제품에 상관없이 포장 디자인을 규격화한 결과다.

정 부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필요한 것과 디자인·브랜드를 덜어내 만든 가격이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감자칩·버터쿠키·초콜릿·물티슈·비누 등 노브랜드 매출은 출시 9개월 만에 78억원(지난 1월 기준)을 기록하며 고성장 중이다. 개수로는 1000만 개 이상 팔렸다.

 이미 출시돼 있는 노브랜드 식품·생필품의 해외 시장 반응이 괜찮아 이를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확대해도 해외에서 먹힐 것이란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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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출시된 노브랜드 제품들은 중국 8곳과 지난해 말 문을 연 이마트 베트남 1호점에서 팔리고 있다. 베트남에선 소비자들이 노브랜드 버터쿠키를 먼저 집어가려고 경쟁을 벌이다 매대가 무너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마트 매장 외에 다른 유통 채널에도 노브랜드 상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이란 등 중동에서도 수주가 들어오고 있다.

 정 부회장이 노브랜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콘셉트가 내수 저성장 국면에서 유통업의 활로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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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대형마트 국내 1위지만 영업이익률이 2011년 8.2%에서 지난해 5.6%로 급감했다. 롯데마트·홈플러스는 2~3%대에 그친다. 여기에 온라인과 소셜 커머스의 강세로 소비자와 제조사를 연결해 이문을 취하는 유통 기업은 운신의 폭이 날로 좁아지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노브랜드는 결국 유통 기업이 (직접 제조에 나서는) 제조 기업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 부회장은 “이마트는 마트에서 브랜드 회사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란 바탕에 검정 글씨로 포장을 규격화하고 해시태그(‘#’)로 제품을 설명하는 등 ‘합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일부러 찾도록 하는 ‘매니어 효과’를 노렸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상품 종류를 올여름까지 400~500가지로 늘릴 계획이다. ‘노브랜드숍’에서 팔릴 제품들을 포함해 매달 20개 정도를 개발 중이다. 2020년까지 1000개 이상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신세계 관계자는 “노브랜드숍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 뒤 거품을 뺀 노브랜드 헬스장, 노브랜드 의류 등을 해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노브랜드=‘브랜드(상표)가 없다’란 뜻으로 2015년 4월 이마트가 선보인 자체브랜드(PB) 상품군. 제품의 ‘본질’이 아닌 브랜드·포장·광고 비용 등을 줄여 가격을 동종의 제품에 비해 크게 낮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비밀연구소’란 조직을 만들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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