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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안 남는 사이버테러, 김정은 다음 도발 0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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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정원이 18일 긴급 당정협의에서 북한의 테러 동향을 구체적으로 보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대남 테러를 지시해 정찰총국이 준비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보고하면서다. 일단 국정원은 다양한 테러 시도 중에서도 사이버 테러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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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공개 회의가 끝난 뒤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에서는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공격을 해오지 않겠느냐면서 대남 사이버 테러에 대해 우려하는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정부기관·언론사·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우려가 많았다”고 전했다.

남남 갈등까지 유발, 북한이 선호
정부, 사이버테러 방호태세 격상
대북전단 박상학 대표도 테러 타깃
당정 “테러방지법 빨리 처리해달라”
야당 “과도한 안보 몰이” 반발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나는 무력 도발보다는 정체를 숨길 수 있고, 가해 경로 추적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이버 테러를 벌일 공산이 크다”고 봤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도 “사이버 테러 시 ‘증거 불확실’을 이유로 북한을 테러 주체로 지목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남남갈등 극대화를 노리는 북한 입장에선 가장 입맛이 당기는 카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사이버 테러 외에도 실제 테러 가능성도 실명을 거론해 가면서 보고했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윤병세 외교·한민구 국방·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물론 탈북자 출신으로 대북 전단 배포에 앞장서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민간 인사들까지 북한의 테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테러 방법으론 ‘독극물 공격’까지 거론됐다고 새누리당 관계자가 전했다.

 한전이나 원자력 발전소 등 국가기간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테러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부는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군 당국은 휴전선 등 접경 지역 경계·감시를 강화하고, 사이버 테러에 대비한 정보작전 방호 태세(인포콘)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다. 한국전력은 발전 시설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접경 지역 군부대의 전력공급설비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당정협의에선 “북한의 테러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데 법률이 미비하다. 테러방지법안과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이 의원은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가 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해 안보 위기를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교안보 부처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법률이 없어서 테러 방지를 못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위기감에 휩쓸려 테러방지법안을 쫓기듯 처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근식 통일위원장도 “안보 위기 상황인 건 맞지만 그런 이유로 테러방지법안을 지금 처리하자는 건 견강부회”라며 “과도한 안보 몰이”라고 했다.

 반면 통일연구원 홍우택 연구위원은 “안보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어떻게 도발해올 것인가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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