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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국내에선 잘해야 매출 2000억, 해외로 가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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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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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계획을 밝히는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지난해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업계 2위에 올라선 넷마블게임즈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투자자금을 조달해 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 기업들 간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기업공개 통해 올해 말 증시 상장
해외 개발사 인수합병도 계획
방준혁 의장 “경쟁 상대는 중국
파이어니어가 돼야 살아남아”

 방준혁(48)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규모와 속도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게임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IPO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장을 통해 자본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체계를 만들고, 해외의 경쟁력있는 개발사를 적극 인수합병(M&A)하겠다”고 말했다. 상장 시점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가 유력하다.

방 의장은 “코스닥보다는 안정성 있는 코스피가 더 맞을 것 같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미국 나스닥 상장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 의장의 시선이 ‘안방’을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다.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해 2004년 CJ에 매각했던 그는 2011년 경영 복귀후 ‘모바일’과 ‘글로벌’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렸다. 국내 메이저 게임사 중 모바일로 체질개선을 빨리 한 비결이었다.

 이날도 그는 “넷마블은 글로벌 시장을 먼저 개척하는 ‘파이어니어’(pioneer)가 되겠다”며 ‘글로벌 메이저(주류)’란 말을 자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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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에서 모바일게임 하나로 1위 해봐야 매출 2000억원을 넘기기가 어렵지만 글로벌서 성공하면 조 단위로 벌 수 있다”며“한국에 안주해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글로벌 시장서 소외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용돌이의 핵은 중국이다. 방 의장은 “지난 몇 년 간 중국 내수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며 규모의 경제를 이룬 중국 게임사들이 이젠 ‘융단폭격’ 수준으로 돈을 쓰며 세계 게임산업의 주류로 치고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한국과 일본의 개발인력과 좋은 지적재산권(IP)을 사들인 중국 업체들이 이제 세계 시장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꾸준히 글로벌 시장에 도전했던 넷마블이 주류가 되려면 이제 필요한 건 돈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주류 시장에서 뛰어난 게임 개발사들을 발굴해 인수합병하고, 마케팅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국내 1위인 넥슨도 201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즈음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했다.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시장에선 ‘쩐의 전쟁’이 이미 치열하다. PC 시대를 이끈 미국 블리자드는 캔디크러쉬사가 등 캔디 시리즈로 인기를 끈 영국의 모바일게임사 킹을 지난해 인수했다.

중국 텐센트는 미국의 온라인게임개발사 라이엇게임즈를 100% 자회사로 흡수했다.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의 3대 주주다.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지난해 모바일 게임업계에 광고·마케팅 경쟁을 일으킨 핀란드 슈퍼셀 역시 소프트뱅크를 든든한 모회사로 두고 있다. 클래시오브클랜은 미국에서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싼 미국 수퍼볼 경기에도 TV 광고를 냈다.

 넷마블도 상장 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 의장의 자신감도 높다. 그는 “내년이면 넷마블 매출은 2조원이 될 것”이라며 “ 현지화 마케팅과 글로벌 유명 IP를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개인화된 게임도 개발 중이다.

 넷마블의 공격적인 투자는 지난해 한 번 뒤집어진 국내 게임업계 상위 3개사의 향후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초 넥슨과 경영권 갈등 때 넷마블과 손을 잡은 엔씨소프트는 이제 제휴사인 넷마블과 더 치열하게 경쟁하게 됐다.

방 의장은 상장과 글로벌 성공으로 게임 기업에 대한 국내의 편견을 깨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 해외 게임기업은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추겨 세우면서 한국 게임기업들은 왜 맨날 욕만 먹어야 하나. 글로벌에서 아직 성공하지 못했고 산업도 성장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며 “이런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2000년대 초반처럼 좋은 인재들이 다시 게임에 몰려들게 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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