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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뒤 411조 시장 공유경제…기존업체와 갈등 해결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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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경제와 안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적극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한현옥 클리오 대표,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 이병건 녹십자홀딩스 대표, 박 대통령, 전병순 광복 영농조합법인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부산에 사는 50대 직장인 A씨는 군 입대한 아들의 빈방을 관광객에게 내놨다. 젊은 손님을 보며 허전함을 달래고 돈도 벌 수 있어 일석이조다. 올 2분기부터 이런 형태의 단기숙박 서비스가 등장한다. 정부가 17일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공유경제’에 대한 빗장을 풀기로 했기 때문이다.

ICT 결합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공유민박 한해 최대 120일간 허용
숙박업 피해 막게 오피스텔은 제한
에어비앤비 가치, 힐튼 맞먹어
“이대로 규제 풀면 외국기업 독식
국내기업 세제혜택 등 체력 키워야”

 공유경제는 ‘재화나 용역을 특정인이 소유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공유해 쓴다’는 개념으로 급부상 중인 사업 모델이다.

주로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해 수요자와 공급자 간 중개가 이뤄진다. 차·자동차와 같은 자산이 주 공유 대상이다.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가 공유경제를 활용해 성장한 대표 글로벌 기업이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세계 1위 호텔체인 힐튼과 맞먹을 정도다.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도 2010년 8억5000만 달러(1조400억원)에서 2014년 100억 달러(12조2700억원)까지 급증했다. 2025년에는 3350억 달러(411조45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이 정체기를 맞은 만큼 우수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활용하면 공유경제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며 새로운 서비스 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와 이해충돌을 최소화하는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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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정부는 ‘공유 민박업’(가칭)을 신설해 주택 소유자가 단기적으로 숙박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지금은 숙박업으로 등록·신고하지 않고 주택을 빌려주면 불법이다. 그런데 앞으론 공유민박업이라는 새 영역을 만들어 이런 사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다.

예컨대 자녀의 군입대·유학 등으로 빈방이 생기거나 집 전체를 비워야 하는 주택을 공유 민박에 등록하면 손님에게 방을 빌려줄 수 있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숙박시설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집주인은 남는 공간을 활용해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기존 호텔·민박 사업자와 갈등을 푸는 게 시급한 숙제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여러 제한 조항을 뒀다. 우선 올 2분기에는 부산·강원·제주에만 도입하고 전국으로의 확대는 추후 검토한다. 관광산업을 규제프리존 지역전략산업으로 신청한 지역이다.

연간 숙박서비스 제공일은 최대 120일로 정했다. 이런 기준을 정한 이유로 차영환 기재부 성장전략정책관은 “영업 일수 제한이 없다면 집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숙박업 자체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공유 민박’에 등록 가능한 집은 본인이 전입 신고한 단독·다가구 주택이나 아파트, 연립·다세대 주택이다. 숙박시설이 아닌 오피스텔이나 거주 주택 이외에 추가로 소유한 주택은 불가능하다. 공중위생 및 안전관리 조항도 기존 숙박업자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숙박업과 함께 차량 공유(카셰어링) 활성화에도 나선다. 한국의 차량공유업체 ‘쏘카’와 ‘그린카’의 회원수는 2013년 16만 명에서 지난해 255만 명으로 2년 만에 16배 가까이 몸집을 불렸다.

정부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도록 각종 부설·노상 주차장에 공유 차량의 전용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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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는 4월 차량공유 시범도시를 도입한다. 해당 지역에는 교통유발부담금과 같은 세금을 줄여 준다. 올 4분기부터는 행복주택과 뉴스테이에 차량공유 서비스를 도입한다. 500세대 이상 단지나 신혼부부 특화단지가 대상이다.

 또 현재는 쏘카와 같은 차량공유업체가 운전부적격자를 판별하기 어려운데 앞으로는 면허 보유 여부는 물론 면허정지 여부나 면허 종류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우버 택시는 당분간 합법화되지 않는다.

권병윤 국토교통부 성장전략정책관은 “우버 자체는 일종의 매매업으로 불법이 아니다”며 “하지만 자가용 유상운송을 알선해 주는 건 불법”이라고 말했다. 자가용을 이용해 돈을 받고 손님을 태우는 행위는 당장 허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공유경제는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이라며 “소비자와 지역 경제의 경험이 축적되면 국내 시장은 자연스레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규제를 풀면 외국 공유경제 강자들이 밀려오는데 국내 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처럼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기초체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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